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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준

현대백화점 충청점 판매기획팀장

아이와 응급실을 찾았다. 이제 18개월 된 둘째 딸아이다. 딸아이는 추석 명절 당일 밤 자정을 조금 넘겨 잠을 자다가 급작스런 기침과 함께 호흡이 고르지 못하면서 쇳소리를 냈다. 나는 목에 무엇이 걸렸나 해서 아이를 거꾸로 세우고 등을 몇 차례 두드렸다. 위에서 소화하지 못한 음식물이 식도로 역류하여 기도를 막았을까 하는 추측을 가지고 배우고 들은 대로 행동한 것이다. 그러나 아이는 무엇을 뱉지도 토하지도 않았다. 급히 가까운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소아과 전문 당직의사도, 치료 기구도 없었다. 그래서 바로 우리 지역의 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대학병원은 진료과목마다 당직 의사가 응급실에 대기하고 있고 맞춤형 기구도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얘기들은 대로 응급실 내에 소아전문 치료구역과 당직의사가 있었다. 몇 번의 검사를 토대로 아이 증상과 원인을 알았다.

급성 '크룹(Croup)'이었다. 딸아이가 아픈 원인으로는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일종의 후두염이 급성으로 찾아왔고, 순간적으로 기도가 좁아져 호흡이 곤란해졌다는 것이다. 그후 4일간 입원을 했고, 그 동안 호흡기치료와 링거를 맞으며 입원 생활을 한 후, 지금은 퇴원해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모든 사람과 일정이 평온해진 지금,기억의 태엽을 감아 응급실의 시공간을 되새겨 보았다.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의외로 사람이 많았다. 명절 연휴기간이고 늦은 밤이라 그랬던 것 같다. 우리는 순서에 따라 안내를 받고 바로 소아과 당직 의사와 간호사에게 증상을 설명했다. 간단한 검사를 위해 피를 뽑고 링거를 맞추려는 순간, 작은 귤 모양 같은18개월 된 아이의 손등에 길다란 주사바늘이 들어가는 순간, 나와 와이프는 걱정을 했다가 의사의 태도를 보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당직의사는 우는 아이의 손등을 잡으며 가느다랗고 가는 핏줄을 찾기 위해 열심히 쓰다듬으며 알아들을지도 모르는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아가야 미안해, 아가야 아프게 해서 미안해. 더 아프지 않게 해줄게. 미안해, 미안해…."

몇 번을 그렇게 대화하더니 내 눈에도 잘 보이지 않은 핏줄을 찾아내 한 번에 주사 바늘을 꽂았다. 아이는 바늘이 몸에 들어오는 순간 놀라지 않았다. 대화의 형식을 모르지만, 이 몇 마디 말과 정성을 다해 손등을 계속 쓰다듬었던 손길의 교감으로 신뢰와 믿음이 생겼던 것 같았다. 그 옆의 간호사도 마치 자기 일인 냥 안타까운 모습과 눈길을 주며 그 안쓰러움의 공감대를 형성해주었다.

그렇게 당직 의사는 초기 안정화를 거친 후, 검사와 진단, 향후 치료방법과 입원주기를 설명해주었다. 그때쯤 응급실 주위를 둘러보았다. 많은 응급 환자들이 있었고 귀를 통해 눈을 통해 많은 사연과 상황을 알게 되었다. TV에서 보던 것처럼. 그때마다 응급실의 의사, 간호사는 물론이요, 신속하게 환자를 이송했던 119대원들은 계속 바빴다. 그러나 그 분주함 속의 질서, 질서 속의 안정을 위해 가을밤에 땀을 말려야 했다. 그들을 보자니 그분들 이전에 알던 것보다 더 크고 더 깊게 보였다.

18개월 된 둘째 딸아이는 지금 잘 지내고 있다.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왔고, 일상이 주는 작은 감사함에 살고 있다. 그러면서 생각해본다. 그때 응급실에 찾아왔던 수많은 환자들도 우리의 지금처럼 원래대로 돌아와 삶이 주는 작은 '일상의 행복'을 누리며 살고 있을까. 필요한 사람들의 요구에 의해 일상 자체가 바쁜, 그래서 더 소중한 이웃이 되고 있는 응급실의 의사, 간호사, 119 대원들도 '바쁜 일상'의 소명을 다하면서 한잔 물의 여유를 가지고 있을까….

모두가 삶이 주는 작은 감사함으로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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