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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두

청주시립미술관

몇 해 전부터 다양한 기관에서 청주 원도심을 대상으로 도시재생과 보존, 의미 찾기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각박한 현실과 바쁜 일상 속에서 보잘 것 없는 낡은 것들에까지 관심을 부탁하는 것은 귀찮은 일 일수도 있다. 또한 자신이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세대, 혹은 원도심의 중심에서 그것의 가치를 모르고 살아가는 상황에서는 오래된 것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지 못할 수도 있다. 아니 소중함을 알면서도 복잡한 머릿속에 다른 것을 집어넣거나, 잠시 여유 있는 마음으로 일상의 고단함을 비우고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여유는 낭비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추석연휴가 시작되기 전 미술관으로 한분의 노인이 찾아왔다. 방문 이유는 미술관에서 진행하는 우리 동네 사진공모에 응모하기 위해서였다. 편지 봉투에서 소중히 꺼내 보여주신 3장의 흑백사진은 한 번에 알아보기 힘든 풍경들 이였다. 어디인줄 알겠냐는 그분의 물음에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익숙한 건물 하나가 눈에 띄었다. 성당으로 보이는 그곳은 내덕동 주교좌성당 이였으며, 사진은 내덕 칠거리의 1970년대 초반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현재와는 다르게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불분명하고, 겨울이 오기 전 김장철을 맞이해 농산물을 팔러 나온 인근지역 농부들의 모습과 지금은 사라진 제분소의 건물이 선명하게 남아있는 사진들이었다. 그리고 이튿날 중년의 아저씨가 찾아왔다. 미술관의 방문이유는 동일했다. 안쪽 호주머니에서 무언인가 소중이 꺼내 보여주셨는데 사진의 인화 상태가 좋지 않은 오래된 흑백 사진이었다. 사진은 내덕상회라는 간판이 보이고 잡다한 철물과 담배까지 파는 만물상의 풍경이었다. 사연을 들려달라는 부탁에 올해 작고하신 어머니가 내덕동에서 평생을 운영하신 가게의 사진으로 돌아가신 이후 유품을 정리하다 발견했다고 한다. 평소 사진을 간직하시는 분이 아니었는데 소중히 간직한 유일한 사진이라고 설명해주었다. 현재는 가게 자리는 헐리고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섰다고 하면서 어머니의 만물상은 1960~1970년대 내덕동 인근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청주시립미술관에서 10월에 시작되는 기획전 '홈그라운드' 전시의 일환으로 사진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청주의 원도심을 대상으로 하는 사진공모는 자신이 살았던 집, 건축물, 추억이 깃든 동네의 골목, 거리, 특정장소, 가족, 인물 등 1970~1990년대 청주 원도심의 모습과 동네의 추억이 담긴 장소에서 촬영된 사진과 사연들로 구성된다. 공모의 주제는 기억이다. 누구에게나 추억이 있고, 아련한 기억이 있다고 생각한다. 먼지 쌓인 앨범에서 사진 한 장 꺼내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있듯이 자신이 살았던 집으로부터 추억이 깃든 동네의 장소 등 다양한 세대가 함께한 도시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구도심을 대상으로 오래된 가게와 상가들을 둘러보고 사진공모 참여자 모집을 위해 홍보를 진행 했었다. 친절하게 맞아주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관심 없다는 표정으로 건성으로 설명을 듣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하루하루 살기도 바쁘고, 힘든데 예전 사진을 찾아 응모해 달라는 부탁은 애초에 쉽지 않은 일이었을지 모른다. 자신의 사진을 꺼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는 것이 진행자의 의도와 다르게 귀찮은 일임을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사진은 계속 접수되고 있다. 때로는 공모의 성격과 맞지 않는 사진이 접수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청주에 대한 기억을 품고 있는 일반인들의 소소한 일상속의 풍경들이다. 자신이 소중히 간직했던 사진을 선 듯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전시는 풍성해지고, 다양한 사연들과 함께 가까운 과거의 청주 옛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대단한 기록사진이 아닌, 우리가 살았던 동네의 소소한 기억을 간직한 사진 한 장으로 미술관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기회를 가져보면 어떨까. 올해 가을 소중한 기록사진부터 일상의 소소함이 담긴 사진까지 청주를 개인의 소중한 기억이 담긴 공간으로 새롭게 의미화 하는 작업으로 누구에게나 존재했던 소중한 것들을 되살리는 프로젝트에 함께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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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