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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두

청주시립미술관 학예팀장

청주시립미술관은 현재 '잃어버린 기억-우리 동네 사진'이라는 제목으로 1970~1990년대 사이에 청주 원도심을 대상으로 촬영된 사진을 공모 중에 있다. 공모는 '도시에 대한 기억'이라는 주제로 가을에 미술관에서 진행될 기획전 연계행사이다. 누구나 집에 있는 낡은 사진첩 속 과거의 사진들을 갖고 있다. 사진을 꺼내어 한번쯤 타인들과 공유하는 시간을 그것도 미술관 전시장에 멋지게 보여준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되었다. 인터넷에 청주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청주와 관련된 각종 사진들을 볼 수 있는데 대부분 각종행사와 관광지, 맛집들 소개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아주 간혹 청주의 옛 사진들을 만날 수 있는데 이런 사진들의 공통점은 아련한 추억과 다양한 감성을 되살려 주는 사진고유의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청주의 원도심을 대상으로 하는 사진공모는 자신이 살았던 집, 건축물, 추억이 깃든 동네의 골목, 거리, 특정장소, 가족, 인물 등 내가 살던, 살고 있는 청주 원도심의 모습과 동네의 추억이 담긴 장소에서 촬영된 사진과 사연들로 구성될 것이며, 청주를 개인의 소중한 기억이 담긴 공간으로 새롭게 의미화 하는 작업으로 누구에게나 존재했던 소중한 것들을 되살리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공모의 주제는 기억이다. 누구에게나 추억이 있고, 아련한 기억이 있다고 생각한다. 먼지 쌓인 앨범에서 사진 한 장 꺼내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있듯이 자신이 살았던 집으로부터 추억이 깃든 동네의 장소 등 세대가 함께한 도시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다. 특히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해 천천히 구석구석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를 만날 때, 익숙했던 공간이 순간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제는 낡고 허름해진 집이 되었지만 그 집은 아직도 그 자리에 용도를 달리하며 자리하고 있고 우연히 어릴 적 살던 동네의 집을 발견하거나,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오래된 가게, 또는 오래된 동네의 골목을 마주칠 때 낯설음을 경험하게 된다.

현재를 살고 있는 도시인들에게 개발은 다양한 이익과 편의를 제공할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추억이고 기억의 장소인 원도심의 동네들이 이제는 혐오스러워 버려야할 것들로 남아있어 획일적 주거환경 개선과 발전계획을 통해 현재의 거주자들이 아닌 자본가들을 위한 도시와 마을로 원도심의 모든 것은 사라지고 없어질 것 만 같다. 구도심이든, 새롭게 조성되는 동네, 도시든 간에 개인, 가족, 이웃들이 행복한 기억을 만들 수 있는 공간과 도시문화를 꿈꿀 수는 없을까, 허물고 다시 짓는 획일화된 도시풍경이 아닌, 세대가 구분되어 생활하는 단절된 도시구성이 아닌, 아이부터 할아버지, 가난한자와 부자가 함께 이웃이 되는 그런 동네와 마을을 생각하고 꿈꿀 수 있는 도시가 되었으면 한다.

프랑스 철학자 미셀푸코는 유토피아란 실제 장소를 갖지 않는, 본질적으로 비현실적인 공간이라고 했다. 즉 실현될 수 없는 사회, 이상향을 의미한다. 푸코는 이에 반하여 현실 속에서 유토피아를 끌어들인 한시적인 유토피아를 헤테로토피아라 말하고 있다. 즉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한 가운데 고층의 집합주택, 아파트 단지가 마치 소통이 단절된 폐쇄된 낙원처럼, 현실화된 유토피아로 한시적 유용한 이상향을 꿈꾸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현재 나는 유년기를 보냈던 원도심의 주택가가 아닌 도시 외곽의 아파트에 살고 있다. 각종 편의시설과 학군이 조성된 어느 도시의 아파트 단지에서나 만날 수 있는 깨끗하고 편리한 집합 주택단지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가끔 아파트 단지가 단절과 고립의 보이지 않는 울타리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살고 있는 현재의 도시 주거환경이 나의 아이들에게도 좋은 추억으로 자리하고, 사람이 함께 했던 장소와 집으로 기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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