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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활자, 사회발전 원동력과 무관"

고전번역원 최채기 수석연구위원 주장
일상 기록에 10만개 금속활자 필요…정보 대중화 실패
IT와 결합한 한글, 미래지식사회 선도하는데 최적 문자
청주 직지-한글 동시 보유한 유일 지역 '논리개발 절실'

  • 웹출고시간2016.02.15 17:53:05
  • 최종수정2016.02.15 17:53:05

현조 최고의 금속활자본으로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직지심체요절 하권.

[충북일보] 고려~조선의 금속활자 인쇄술은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되지 못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 이유는 구텐베르크 금속활자는 정보 대중화를 불러왔지만, 한국의 금속활자는 한자가 지닌 속성 때문에 정보 독점주의를 낳았기 때문으로 지적됐다.

한국고전번역원 최채기 수석연구위원은 얼마전 발표한 '고전산책' 제474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최연구원에 의하면 고려의 금속활자 기술을 이어받은 조선은 이를 부서(符瑞), 즉 제왕의 상징물로 표현하였다.

때문에 정조는 규장각을 설립하고 활자의 주조를 지시하면서 "서적을 인쇄할 수 있는 도구를 갖추고 있어야만 사방의 백성에게 혜택을 줄 수 있고 사람의 지혜를 계발할 수 있다(當有摹印之具, 然後可以嘉惠四方, 啓發人知也)"라고 말하는 등 통치 도구의 일부로 인식했다.

그러나 최 연구원에 의하면 인쇄술 하면 여전히 구텐베르크이고, 또 세계 문명사는 구텐베르크 이전과 이후를 구분되고 있다.

그는 "1517년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에서 시작된 종교개혁은 유럽사회를 뒤바꾼 엄청난 변혁을 가져왔다"며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토대가 된 종교개혁 10년 동안 루터의 저술은 600만 부나 인쇄돼 팔려 나갔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려와 조선의 금속활자는 이같은 정보 대중화 현상을 거의 일으키지 못했고, 그 주된 원인은 뜻글자(표의문자)인 한문(漢文)때문 이었다.

책 한 권을 만들 경우 유럽인이 사용하는 알파벳은 대문자와 소문자, 그리고 각종 부호를 모두 합치더라도 100자를 넘지 않는다. 반면 한자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글자만 따져도 최소 5천 자 이상되고 중복된 글자까지 고려하면 10만 개 전후의 활자가 동시에 필요하다.

실제 조선후기 정조대에 만들어진 금속활자인 정유자(丁酉字·1777)의 경우 무려 15만 개의 활자가 한 세트를 이루고 있다.

그는 "이상에서 보듯 우리나라 금속활자의 경우 초기 제작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고, 따라서 국가 차원에서 활자를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같은 환경에서 개인이 영리 목적의 인쇄 공장을 설립할 수가 없었으며 자동화를 통한 대량 인쇄는 더더욱 기대하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문자의 환경에서 비롯됐던 고려와 조선의 금속활자 한계를 소리글자(뜻글자)인 한글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컴퓨터를 통해 기록을 할경우 한글은 알파벳보다 편리하다"며 "이러한 한글에다 세계에서 가장 앞선다는 우리의 IT기술을 결합한다면 금속활자 인쇄술을 사회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지 못한 과거의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 지식기반사회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 연구원은 청주가 현존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를 만든 지역이고, 동시에 청주목 초수리(초정약수)가 세종대왕의 한글창제 정리작업이 있었던 공간인 점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청주를 대표하는 두 문화 자산의 가치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직지와 초정약수 한글의 연계고리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고 △그것이 어려울 경우 미래적 가치가 큰 한글을 지금보다 더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 조혁연 객원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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