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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名醫)를 찾아서 - 대전대학교 청주한방병원 김정호 원장

"명의가 필요없는 세상이 행복한 세상"

  • 웹출고시간2016.01.05 20:16:14
  • 최종수정2016.01.06 08:56:56
[충북일보] 사마천의 '사기열전'에는 최고 명의(名醫) 편작의 일화가 등장한다. 못 고치는 병이 없다고 소문난 편작에게 위나라 왕이 물었다.

"당신 집안 삼형제가 모두 의원이라던데, 그중 누가 제일 뛰어난가?"

이에 대한 편작의 대답은 한의학의 근본을 잘 보여주고 있다.
"큰형이 제일 낫고 작은 형이 다음이며 제가 가장 부족하다. 큰 형은 환자가 몸에 이상을 느끼기도 전에 병의 근원을 다스리고, 작은 형은 증상이 미약한 병의 초기에 치료하고, 저는 병세가 심각해서 환자가 극심한 고통을 느낄 정도가 되어야 치료한다. 큰형의 경우에는 자신의 병을 고쳤는지조차 모르고, 작은 형은 작은 병을 고치는 의원으로 알고 있다. 사람들은 병이 깊어 치료를 하니 나를 최고의 의원으로 알지만, 실은 그 반대다."

대전대학교 청주한방병원 김정호(44) 원장 또한 예방의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구안와사' 분야 전문한의로 명성이 자자한 김 원장이 하루 진료하는 환자의 수는 대략 100여명이다. 그 중 절반이 구안와사 환자다.

"한의학에서는 인간의 신체를 소우주라고 본다. 병이란, 몸의 균형이 무너진 상태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엄밀히 말하면 예방의학을 추구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병이 드러나야 내방을 한다. 살면서 명의(名醫)를 만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내 몸과 마음은 끊임없이 내게 작은 신호를 보낸다. 그 신호를 무시하지 말고 귀를 기울여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한 사람에게 명의는 소용이 없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병이 들면, 동네 어른들이 놓는 사관침(四關針)을 맞고 나았다. 약도 귀했지만 병원치료는 엄두도 못 냈다. 그만큼 옛 사람들은 사소한 질병의 경우 먼저 의례히 침을 맞았다.

"사람의 인체에 경락이 존재한다. 경락이란 기(氣)가 흐르면서 피부와 피하조직에 나타나는 반응점이 연결된 선이다. 이 경락이 정상적인 순환상태를 유지하다가 어떠한 요인으로 막히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것을 병으로 판단한다. 이를 침으로 뚫어 기의 흐름을 원활히 하여 병을 낫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침의 효능은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도 높이 평가되고 있으며, 국제보건기구(WHO)에서도 침의 질병치료 효과에 대해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김 원장은 '구안와사'를 치료하는데 분명한 철학이 있다. 대전대학교 청주한방병원의 특징 중 하나는 한방치료와 양방약물치료를 병행한다는 것. 먼저 한의학 고유의 경락요법으로 생리적 균형을 조절하면서 신경에 염증과 부기 감소를 위해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거나 경우에 따라 혈관확장제, 비타민제, 항바이러스제, 항생제, 소염진통제 등을 사용한다.
"환자의 병을 치료하는데 한방이다, 양방이다 가릴 이유가 없다. 우리 병원은 협진을 통해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법을 찾아낸다. 한방에서는 침구치료, 훈증치료, 탕약치료, 한방물리치료를 시행한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양방약물치료를 병행한다."

흔히 구안와사는 입이 돌아가는 병이다. 이마에 주름을 잡을 수 없거나, 눈이 완전히 감기지 않는다. 음식을 먹을 때, 음식물을 흘리거나 양치할 때 자꾸 물이 샌다. 휘파람도 불지 못한다. 또한 청각과민, 미각손실 등 안면신경의 기능장애가 수반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구안와사는 안면부에 흐르는 경락의 기혈이 풍, 한 또는 풍열 등 외부의 나쁜 기운에 의해 막혀 발생되므로 경락을 소통시켜 회복을 돕는다. 침, 뜸, 부항 등과 같은 방법으로 안면부 경락의 기혈을 소통시켜 마비된 근육을 풀어주고 안면신경 재생을 도와준다. 또한 한약(韓藥)을 증기를 통해 환부에 훈증하여 경락을 소통, 마비를 풀어주며 통증의 완화 및 소염에 힘쓴다. 안면마비는 체내의 기운이 약해진 상태에서 외부의 나쁜 기운에 대한 방어력의 저하되어 발생되므로 진맥을 통해 장부기혈의 균형을 맞추어 준다."

병을 치료하는데 있어서 깊어진 상태에 따라 회복가능성도 비례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조기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환자의 약 70%는 수 주에서 길게는 몇 개월 이내에 증상이 완전히 회복되나 10% 내외에서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동반증상, 마비 정도, 초기의 치료여부에 따라 회복은 차이가 나며 2~4개월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회복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초기의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운동 혹은 평상시 걷다가도 삐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교통사고로 인해 알 수 없는 통증에 시달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병원에 가면 흔히 '인대가 늘어났다.'라고 진단되면서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검사 상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본인만이 느끼는 통증으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한방에서는 '불통즉병(不通則病), 통즉불병(通則不病)'이라 한다. 즉 '어느 부위든지 기(氣)가 잘 통하지 않으면 통증이 나타나고, 기(氣)가 잘 통하면 통증이 없다.'라는 의미다. 또한 관절이 저리거나 아프면서 열 혹은 부종이 있는 질환을 한의학에서는 비증(痺症) 혹은 역절풍(歷節風)이라 한다. 이는 서양의학에서 관절염으로 부르는 것과 유사하다. 한의학에서 관절염의 원인은 몸이 허약한 틈을 타서 풍(風), 한(寒), 습(濕)의 나쁜 기운이 침입하여 경락의 기혈이 정체된 것으로 본다. 병의 원인, 부위, 증상, 깊이, 계절 등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된다. 이에 대한 치료는 한의학적인 진단과 현대적인 진단기기를 병용하여 환자의 상태를 종합 분석하여 치료한다."

'라포(Rapport)'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이 말은 '마음의 유대'를 뜻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언어적, 그리고 비언어적 관계'를 의미한다.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에서도 폭넓게 '라포'라는 말을 종종 쓴다. 이를 우리말로 바꾸면 '신뢰'가 아닐까.

"환자와의 라포가 중요하다. 그것으로부터 치료가 시작된다."

온화한 마음으로 환자를 대하고, 귀를 크게 열어 경청하는 김 원장의 모습은 마치 봄날처럼 부드럽고 편안한 표정이다. 그 따스한 눈빛을 마주한 순간, 질병에 대한 걱정으로 위축된 환자의 마음부터 우선 스르르 풀릴 것 같다.

/ 윤기윤 기자

대전대학교 청주한방병원 김정호 원장 프로필

-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원 박사

- 대한침구학회 정회원

- 대한추나학회 정회원

- 대한약침학회 정회원

- 대한 한의학회지 논문심사위원

- 한의사 전문의시험 출제위원

-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 대전대학교청주한방병원 침구과장 역임

- 대전대학교청주한방병원 병원장

△진료 분야

요추. 경추 디스크, 퇴행성 관절염, 류마티스관절염, 말초신경장애, 근골격계질환, 안면신경마비, 오십견, 척추측만증, 금연침, 통증클리닉, 관절클리닉, 봉침클리닉, 안면경련, 턱관절장애, 삼차신경통, 대상포진후유증, 약침클리닉, 통풍성관절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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