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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이어령'에게 충북의 길을 묻다

"서울은 심장이고 충북은 위(胃) 역할"
2015 동아시아문화도시 이어령 명예위원장

  • 웹출고시간2015.02.16 18:10:24
  • 최종수정2015.02.16 18:10:24
ⓒ 김태훈기자
"늙은 해녀는 마지막 결심을 합니다. 한참 동안 숨고르기를 하고 마지막 숨을 모아 자맥질을 할 것입니다. 백 번 천 번 가보았던 물길 속을 따라 젊은 날의 황홀한 기억의 장소에 당도할 것입니다. 아직 그 자리에서 자라는 싱싱한 생명체를 보고 떨리는 손을 뻗어봅니다"

위 글은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의 최근작 '생명이 자본이다'의 서문으로서 자신을 놀라운 생명체의 비밀 장소를 알고 있는 '늙은 해녀'로 비유하며, 젊은 세대에게 생명의 길로 안내하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을 담고 있다.

다만 육신의 쇠약함으로 그 생명체를 직접 채취하지는 못하고 그 물길로 이르는 지도(책)를 펴냈노라고 한다.

그가 '2015 동아시아문화도시, 청주' 명예위원장을 수락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통합청주의 문화도시로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지도를 얻기 위해, 아직도 무한 광대한 지적 바다를 거침없이 누비는 영원한 '현역 해녀'를 찾았다.

◇수도서울은 심장이고, 충북은 위(胃)의 역할

이어령의 서울 평창동 한중일문화연구소는 북한산 자락을 병풍처럼 두른 채, 아늑한 둥지를 틀고 있다.

'80대 나이에 얼리어답터((early adopter)같다'라고 한 김정운 교수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그의 연구실에 들어서는 순간, 사람을 압도하는 은근한 기운이 밀려들었다.

ⓒ 김태훈기자
사방에 최신 기종의 수많은 모니터들이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인상적인 것은 정중앙의 컴퓨터 모니터에 청주를 중심으로 나무 가지처럼 뻗어나간 선 위에 커서를 올려놓자, 그의 아이디어가 툭툭 튀어 나오고 있었다.

모두 청주와 관련된 생각들의 집합체였다.

'생명의 도시' 청주를 위해 80노구의 이어령 위원장은 멀리 서울에서도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특히 그가 평소에 강조하는 생명자본주의 사상은 충북의 바이오산업과도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수도서울은 심장이고, 충북은 위의 역할이다. 위는 생명체 내부의 가장 중요한 소화 기관이자 1차 통로다. 청주는 유일하게 항구가 없는 도시로 지금까지는 그 힘이 잠재되어 있었을 뿐이지만 바이오, 문화, 교육 등 그 숨은 잠재력이 드러날 때가 됐다. 충북의 바이오산업은 중요하다. 지금 번영한 도시들은 곧 황혼의 시절을 맞이한다. 그동안 떠오르지 않았던 충북의 시대가 도래했다. 그것은 자연의 순리다. 21세기에 잠재된 도시로서 앞으로 청주공항은 단순한 지방공항이 아니라. 서울, 부산으로 가는 통로가 되어야 한다. 일본의 나리타공항보다도 동경으로 가는 시간이 적다. 항구 없는 도시에 '하늘의 항구'가 생기는 것이다. 충북이 그런 비전을 가져야 한다."

또한 충북에서만 볼 수 있는 '소로리 볍씨'나 '회화적인 보리밭 산책로' 등 토종시장 개발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여기에 더해 충북만이 가진 문화콘덴츠를 활성화하기 위한 안(案)도 펼쳤다.

"청주공항의 문화적 확장을 위해 이미 한국공항공사 김석기 사장을 만나 동아시아의 거점 공항을 타진했다. 청주 출신 김수현 작가를 만나서는 세계 최고의 문학도시 청주를 말했다. 청주에 동아시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예술성 높은 문화콘텐츠를 담아내야 한다."

◇충북은 '생명자본주의'의 시작점

신년에 이승훈 청주시장이 '시청사를 새로 짓지 않을 수도 있다'며 신축사업 재검토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러자 세간에서는 그 배경이 이어령 명예위원장의 훈수라며 갑론을박할 때, 그는 묵묵히 걷고 있었다.

"리모델링이냐, 신청사의 건립이냐, 양자택일이 아니다. 현대식 건물로 지금의 시청사를 품에 안는 형태의 건물을 구상하는 것도 좋겠다. 옛것과 새것의 공존이다. 그것이 시민들의 마음을 한데 묶는 상생의 도(道)다. 청주 시청사도 과거와 현대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는 건축물을 지어라. 서로 구멍만 뚫어주면 기존 건물과 신축 건물이 소통된다. 시청 앞뜰에는 시민의 정원을 만들면 좋겠다. 시민들에게 분양해서 꽃이든 나무를 스스로 가꾸게 만들어라. 1년씩 빌려줘라. 나무와 꽃을 돌보는 시민들이 그대로 아름다운 풍경이 된다. 나는 아이디어를 주는 사람이다. 결정은 청주시민들의 몫이다. 난,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는다. 다만 의견을 낼 뿐이다."

그는 모든 '문화행위의 끝은 생명'이라고 강조했다.

ⓒ 김태훈기자
청주의 문화 활성화 정책에도 생명 자본주의(The Vita Capitalism)가 뿌리내려야 한다고 믿는다.

"뉴턴은 하나는 알았지만, 둘은 모른다. 사과가 중력으로 떨어지는 엄청난 우주의 법칙을 알았지만 작은 사과 씨앗이 중력을 거슬러 하늘로 올라가서 빨갛게 익는 생명의 법칙은 몰랐다. 올라갔으니까 떨어지지, 그냥 떨어지나. 생명법칙과 물리법칙을 동시에 생각해야한다. 청주에 문화의 씨앗을 심어 건강한 사과나무를 만들고 싶다. 중력을 거슬러 올라가 함께 나눠먹을 수 있는 열매를 맺게 하는 것…그것이 생명 자본주의다."

서구 금융자본주의의 황혼을 생명자본주의로 깨치고 나가자는 그의 생명 가치가 청주에 얼마만한 빛을 뿌릴 것인가.

청주의 '동아시아 문화도시' 구상에 한 푼의 금전적 사례 없이 명예위원장을 수락한 저변에는 그의 생명가치가 굳건히 자리하고 있었다.

청주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거침없이 펼쳐내는 문화 청사진을 생생히 듣노라니 한여름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수 밑에 앉아 경청하는 것 같았다.

그의 새롭고도 탁월한 지적 견해에는 영성적 기운마저 감돌았다. 여기에 '청주의 잠재적 기운'이 만나 우리 고장에 문화융성의 시대가 곧 도래할 듯한 예감이 들었다.

◇동아시아 문화거점도시 청주

'가장 살기 좋은 도시', '가장 아기를 낳고 싶은 도시', '가장 교육환경이 좋은 도시'를 만들기를 희망하는 그다.

이제 곧 시대를 꿰뚫는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빚은 동아시아문화도시의 조감도가 우리 앞에 펼쳐진다.

"이제 곧 그동안 구상한 동아시아문화도시를 만나게 될 것이다. 함께 공감하고 즐기면서 흥겨운 문화잔치를 청주에서 벌이고 싶다."

팔순의 나이에도 심원의 바다에 잠재된 문화도시 청주를 끌어올리기 위해 지적 자맥질을 멈추지 않는 그의 세계를 접하자니 사무엘 울만의 시 '청춘'이 절로 떠올랐다.

나이를 더해 가는 것만으로 사람은 늙지 않는다.

이상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 것이다

머리를 높이 쳐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

여든이라도 인간은 청춘으로 남는다.

인터뷰로 직접 접한 그는 여든의 노인이 아니라 '이상을 향해 언제나 머리를 높이 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청춘의 해녀'였다.

그의 푸른 자맥질은 분명 새로운 동아시아 문화거점도시 청주를 낳을 터였다.

/ 윤기윤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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