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두루봉동굴 제 2굴에서는 사람의 손질이 간 연모가 긁개 9백90여점, 쑤시개 1백95점, 밀개 1백79점, 째개 1백62점(이상 뼈연모), 석기연모 15점 등이 출토된 것으로 학계에 보고돼 있다.
이에 대해 조태섭(연세대) 박사는 △이는 깨어진 뼈들을 다 연모로 본 결과이고 △연모의 분류도 그 형태를 파악하여 거기에 따라 기능을 부여했으며 △그러나 이는 다분히 관찰자의 주관적인 시각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른바 화석환경학 이론을 인용, "동물 뼈의 닳음(alteration) 모습은 사람이 연모로 사용하는 것 외에 식육류 짐승의 저작활동, 반복되는 물흐름의 영향 등으로도 나타난다"며 "따라서 뼈유물에 닳은 흔적이 있다고 해서 이를 모두 인공의 힘이 가해진 뼈연모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조박사는 "두루봉동굴 제일 낮은 곳에 위치하는 제 9굴에서는 자갈돌처럼 마모된 뼈화석이 나왔다"며 "그러나 이는 당시 구석기 사람이 연모로 사용해서 마모된 것이 아니라 물흐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같은 이론과 관찰을 바탕으로 "두루봉동굴 새굴에서 나온 1천7백70여점의 동물화석 중 뼈연모가 확실한 것은 0.7%인 13점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두루봉동굴 처녀굴의 경우도 전체 1천2백37점의 뼈유물 가운데 뗀자국과 쓴자국 등 인공의 흔적이 분명한 유물은 7점에 불과한 0.6%에 그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두루봉동굴에서 출토된 것으로 알려져 2백60여점의 예술품에 대해서도 언급, "식육류의 이빨자국(윗그림)이거나 쥐 등 설치류에 의해 변형된 것들(아랫그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뼈연모보다 더욱 주관적인 시각이 작용하는 것이 이들 예술품"이라며 "전자는 누가봐도 식육류의 이빨자국을 오인한 것이고, 후자는 한반도 구석기인들이 사슴 발가락을 다듬어 만든 치레걸이가 아니라 쥐 등 설치류에 의해 쏠리고 변경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결론은 "뼈에 나타나는 자국들은 모두 구석기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다른 요인들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다"며 "두루봉동굴의 경우 인간의 뼈이용 가능성을 너무 확대해석한 경향이 있었고 상당부분은 감성적인 시각에 의해 이루어진 것들"이라고 주장했다.
조박사의 이같은 주장은 최근 발간된 '한국 선사·고대의 골각기'(서경문화사)에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