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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11.10 16:08:28
  • 최종수정2014.11.10 16:08:25
산 여행을 다녀왔다. 여름휴가를 반납한 대신 가을휴가를 얻었다. 설악에서 시작된 단풍이 남으로 내달려 월악에 머물 즈음이다. 월악산과 금수산, 제비봉의 산 그림자가 충주호의 얼굴을 만들었다. 알록달록 만산홍엽이 그대로 호수에 묻어났다.

*** 제 색깔대로 익어간 가을 월악

월악산(1097m)은 충주호를 끼고 있다. 지난 시월 마지막 주말 월악산 풍경은 불탔다. 초록은 사라지고 온통 노랗고 붉은 색으로 물들었다.

새롭게 낸 보덕암~중봉~영봉길은 신선길이다. 가파른 계단을 쉼 없이 올라야 하는 고행길이다. 하지만 곳곳에 비경을 감추고 있다. 정상에 오르면 백두대간이 겹겹이 파도치는 풍경이 있다. 가을 산 여행의 선물로 충분하다.

월악산엔 해발 1000m급 고봉들이 솟구친다. 영봉은 수직고도가 150m에 이르는 거대한 암봉이다. 북쪽의 중봉, 하봉으로 이어진 굵직한 바위능선은 최고의 경치를 자랑한다. 하봉과 중봉에서 보는 산 풍경은 절창이다.

들어감도 나옴도 아득하다. 숲은 창창하고 바위는 우뚝하다. 손 때 덜 탄 원시림은 신비롭다. 이 시기 월악은 한 여름 녹색의 빈틈없던 풍경을 누런 황금빛으로 변모시킨다. 그래도 골짜기 물은 수천 년 그래왔듯 흘러오고 흘러갔다. 흐르는 물을 보며 마음을 씻는다.

산은 크게 육산과 골산 두 가지로 나눈다. 국내에선 지리산과 설악산으로 대표된다. 흙으로 뒤덮여 있는 산은 육산(肉山)이다. 먹을 것이 푸짐하다. 여성성을 띤다. 골산(骨山)엔 바위가 험하게 솟아 있다. 산 이름에 대개 악(嶽)자 들어간다. 군살 없이 미끈하다. 남성성이다.

사람마다 산 선호도가 조금씩 다르다. 내 경우엔 골산이다. 그래서 산의 중요 포인트도 바위와 암벽으로 꼽는다. 거기서 그 산의 정기가 뿜어져 나오기 때문이다. 노출돼 있는 바위와 암벽 수는 정기의 세기와 비례한다. 잠깐의 좌선에도 온몸에 정기가 넘치면 좋은 산이다.

골산의 위상에서 월악은 설악에는 좀 못 미친다. 하지만 충북을 대표하는 골산이다. 곳곳에 무수하게 솟은 암봉과 장송은 위엄 있다. 암릉을 타고 나면 얼굴에 생기가 돈다. 기의 관통효과다. 인체의 음양을 보충해 주는 작용 때문이다. 남성 산객들이 만사 팽개치고 산을 찾는 까닭 중 하나다.

내가 월악을 찾던 날 가을은 제 색깔대로 익어갔다. 찬란하게 물든 월악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장엄한 광경을 바라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 그동안 너무 초라한 삶을 살았다는 회한(悔恨)이 밀려왔다. 내가 누구인가를 생각하게 했다. 산이 내뱉는 힘이었다.

영봉을 지나면 산길은 한결 평온해진다. 바윗길 대신 흙길이 나타나 한결 부드럽다. 그렇게 유순한 숲길을 가다가 고개 드는 순간 놀란다. 발아래로 펼쳐진 만산홍엽은 찬란했다. 만수능선과 덕주골을 온통 붉고 노랗게 물들이고 있었다. 가을 햇볕을 받은 만수능선은 장엄했다. 우뚝 솟구친 바위절벽은 아득했다. 발아래 깎아지른 절벽 밑으로 매달린 노송의 무리는 신비롭다.

덕주사 쪽으로 내려서자 고요하다. 늦은 가을 햇살이 내리쬔다. 이내 다시 바람소리가 거칠어진다. 서산 너머 빨간 노을에 그림자가 드리운다. 해가 저문다. 영봉의 넓고 긴 그림자가 멀리까지 뒤덮는다.

유혹에 넘어가듯 서둘러 산을 내려간다. 바위틈에 뿌리내린 인고의 노송들을 생각한다. 그 옆 활엽수 무리의 화려함을 다시 한 번 올려다본다. 많은 게 달라 보인다.

*** 산은 항상 사람보다 매력적이다

사람은 다 다르다. 다르기 때문에 사는 재미가 있다. 산을 사랑하는 이들은 다름의 신비를 안다. 가을 단풍의 매력은 화려한 색깔의 조화다. 알록달록 저마다의 색깔을 뽐내는 데 있다. 그리고 노랗고 빨갛고 푸른 잎을 산꼭대기에서 보면 그 아름다움이 몇 곱절이다.

나는 산 여행을 참 좋아한다. 산과 인연을 맺은 지도 십 수 년이다. 그럭저럭한 세월까지 보태면 이십년은 된다. 산 속에서 잠을 자보기도 했다. 큰 산을 헤매기도 했다. 언제나 결론은 같았다. 사람보다 산이 매력적이다.

지난주 입동이 지났다. 월악산 단풍도 모두 졌다. 마지막 한 잎의 화려함까지 내려놓았다. 그러나 월악산은 겨울이면 더욱 화려하게 빛난다. 흰 눈을 머리에 인 봉우리들은 더 선명하다. 깎아지른 바위벼랑 곳곳에서 몸을 비튼 낙락장송의 용트림은 신령스럽다.

가을 해가 저물고 있다. 유람선 한 척이 충주호를 가로지른다. 코끝을 스치는 찬바람이 시나브로 막혔던 가슴을 뻥 뚫고 지나간다. 소박하지만 의미 있는 가을 산 여행을 마쳤다.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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