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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미용봉사회 '에비수헤어'

헤어봉사로 세대를 뛰어 넘다

  • 웹출고시간2014.06.12 19:13:40
  • 최종수정2014.06.12 19:13:20

"괜찮겠어? 좀, 그렇지 않아?"

중앙공원으로 미용봉사를 간다고 하니, 친구 한 명이 꺼림칙한 표정으로 말했다. 중앙공원은 온통 노인들의 세상이다. 한낮이면 웬만한 그늘이나 벤치에는 이미 은발의 노인들로 가득 차 있다. 젊은이들은 잠시 지나칠 뿐, 공원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일상조차 불편한 현실이 되어버렸다. 그러다보니, 지나가는 젊은이나 벤치에 앉아 있는 노인들은 서로 투명인간 취급을 한다. 세대 간의 소통이란 이곳에서는 그저 한낮 꿈에 불과할 따름이다. 하지만 매달 한 번씩 이곳을 찾아 미용봉사를 하는 '에비수 미용봉사회'는 특별하다. 처음 미용봉사에 참석한 석미애(25)헤어디자이너는 속으로 마음을 다졌다.

"우리 아빠도 80세가 넘으셨는데……뭐가 문제야? 아빠처럼 편안하게 머리를 깎아드리면 되지 뭐"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유월이었지만, 그늘만큼은 시원했다. 중앙공원의 오후는 이미 수많은 노인들로 가득했다. 고목이 그늘을 드리우는 곳마다 은빛 갈대처럼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이 담소를 나누거나 무료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커트하실 분 오세요!"

젊은이가 노인들이 앉아 있는 벤치 사이를 돌며 외친다. 언뜻 미용업이 야외로까지 진출했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중앙공원 관리소 앞 등나무는 이미 이 호객행위자(?)들의 고정석이 된지 오래다. 노인들은 젊은이를 따라오기도 하고, 이미 잘 알고 있다는 듯 등나무 벤치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이미 오래전부터 중앙공원 관리소 앞 등나무 벤치는 '찾아가는 미용봉사회'의 자연스런 미용실 역할을 해왔다. 6년 전부터 꾸준히 이곳에서 중앙공원 노인들을 위한 '미용봉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에비수 미용봉사회원들이었다.

에비수헤어 류봉렬(45)대표는 "꾸준히 하다 보니 등나무 벤치는 이제 어르신들이 당연히 야외 미용실로 생각하십니다. 이곳에 전기코드도 설치되어 있어 미용봉사를 하기에 편리하죠."라며 "어르신들의 머리를 깎아 드리다보면, 우리 젊은이들과의 소통도 이루어집니다. 아직 서툰 미용사들도 이곳에서 머리를 깎으면서 자신감도 키웁니다."라고 말한다.

류 대표가 공원을 한 바퀴 돌고나니, 노인분들이 하나 둘 등나무 벤치로 모여들었다. 석교동에서 왔다는 심명섭(81)씨는 "맨날 늙은이들만 보다가 이렇게 젊은 친구들이 오면 활기가 나. 더구나 머리까지 깎아주니 얼마나 고마워. 여기는 벌써 단골들도 많이 생겨났어"라며 한쪽에서 순서를 기다린다.

에비수헤어 서문점에 근무하는 송주영 헤어디자이너는 숙련된 솜씨로 망설임 없이 '쓱쓱' 가위질을 한다. 그러면서 연신 한쪽에서 머리를 깎고 있는 신참 헤어디자이너의 손길에 눈을 떼지 못한다.

"커트를 칠 때는 각도를 깊게 잡아야 해요. 그렇게 느슨하게 각을 잡으면 자연스럽지가 못합니다. 손에 힘을 빼고 천천히 해보세요."

송주영 헤어디자이너는 2008년 뷰티 어워드 미용대회에서 미용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제5회 충청대학총장배 전국 미용경진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실력파다. 그는 "재능봉사의 일환으로 미용 활동을 하지만, 오시는 분들에게 실제 미용실에서와 같이 최대한의 정성을 다해 이발을 해드리려고 노력합니다. 봉사활동을 가기 전 날씨가 덥지는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막상 나와 보니 등나무 그늘아래에서 머리를 다듬는 기분도 남달랐죠."라며 "늘 내 부모님을 대하는 마음으로 머리 손질을 한다. 오히려 어르신들이 머리를 깎으면서 저희들에게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셔서 고맙고, 도움이 많이 된다."라고 말한다. 오후 내내 깎아낸 머리카락이 하얀 눈이 내린 듯 바닥에 소복이 쌓였다. 봉사자들의 옷에도 온통 하얀 머리카락으로 가득했지만, 얼굴은 그지없이 행복해 보였다. 오늘 커트한 노인들만 대략 40여명이다.


한편 에비수헤어는 미용봉사뿐만이 아니라, 나눔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2014년 5월 19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충북지역본부로부터 '초록우산 나눔현판'을 전달받았다. 나눔 현판은 충북지역의 소외된 아동들을 돕기 위해 소액으로 정기후원을 신청한 후원자들에게 전달하는 현판이다. 에비수헤어 류봉열 대표는 "지역최고의 헤어살롱, 지역봉사, 인간형성, 환경보전 목표를 실천하기 위해 우리 지역에 아이들을 위해 작은 정성을 보태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한다.

/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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