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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철

옥천 대성사 주지

어느 날, 연꽃이 가득한 곳을 지나가게 되었다. 두 손 모아 합장을 하고 있는 연꽃이 차창 너머로 언뜻언뜻 스치고 지나갔다. 차마 멈추고 서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광경을 보고도 그대로 스치고 지나갔더라면 이미 감성을 잃어버린 스님이란 소리를 들을 것만 같아 빙그레 웃으며 차에서 내렸다. 핑계거리 한번 불손하지 않는가. 예쁜 꽃을 보고 그냥 지나가지 못하고 멈추고 섰다니 말이다.

"자줏빛 바위 가에/ 잡은 암소 놓게 하시고,/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을진댄/ 제 꽃 꺾어 바치오리다."

어디선가 헌화가가 들려왔다. 성덕왕 때, 순정공의 수로부인에게 노인이 꽃을 꺾어 바치면서 부른 노래였다.

그 촌로의 감정과 같지는 않더라도 주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연 밭에 흠뻑 빠져들었다. 연못의 크기는 그리 크지 않았다.

흰 연꽃, 붉은 연꽃, 거기다가 아이보리 빛깔이 도는 연꽃도 몽글몽글 어린 꽃잎을 피우고 있었다.얼른 카메라를 들고 연꽃이 피어 있는 곳으로 다가섰다. 차마 눈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빛이 고왔다.

이처럼 깨끗한 빛이라니, 선대부터 부처님께 바치는 등불을 연꽃모양으로 했던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연꽃이 불교의 상징이 된 이유가 지금으로부터 약 2천500여 년 전, 인도의 아사세 왕이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난 뒤 감화하여, 부처님께서 기원정사로 돌아가는 길목마다 많은 등불 공양을 받쳤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 오늘날 불자들은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와 광명을 상징하는 등불 공양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연꽃은 더러운 물에서 살지만 꽃이나 잎에는 결코 더러운 물을 묻히지 않는다.

연꽃은 꽃이 피면서 열매를 반드시 맺게 되는 데, 인과 관계를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인연법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원인과 결과, 자신이 과거에 지은 과업이 현재의 삶의 모습이다. 현재의 모습은 미래의 모습을 예측할 수 있다.난타라는 가난한 여인이 구걸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갔는데, 모든 사람들이 부처님과 스님들께 공양하는 것을 보고 자신도 공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하루 종일 구걸하였지만, 겨우 일 전을 얻었다. 그래서 기름을 한 종지를 사서 등불을 만들어 절로 들어갔다. 그녀는 그 등불을 부처님께 바친 뒤, "이 작은 등불을 부처님께 공양합니다. 이 공덕으로 다음 생에 지혜의 광명을 얻어 일체 중생의 어둠을 없애게 하소서."

가난한 난타 여인은 합장을 하고 간절히 기도를 올렸다. 시간이 흘러 다른 등불은 모두 꺼졌으나 그 등불만은 환하게 켜져 있었다.

날이 밝자, 목련 존자가 모든 등불들을 치우려고 했으나 아무리해도 난타 여인의 등불이 꺼지지 않았다.

"아난아, 그 등불은 네가 끌 수가 없다. 그 불꽃은 네가 사해의 물을 다 쏟아 부어도 결코 꺼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등불은 일체 중생을 건지려고 여인이 큰마음을 보시했기 때문이다."

부처님의 말씀에 난타 여인은 엎드려 절을 했다.

"너는 다음 세상에 백 겁 동안 등광이라는 부처가 될 것이다."

난타 여인은 너무 기뻐하였고, 출가를 했다.

연꽃에 얽힌 수로부인과 가난한 난타부인의 마음을 카메라에 담았다.

아, 나는 합장을 하고 서서 잠시 연꽃에게 길을 묻는다. 멀리 연꽃등에 불 밝히는 등광부처의 모습이 연꽃에 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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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