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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수필가

공돈이 생겼다. 이십년을 넘기며 만나 우정을 나누고 있는 친구들 모임에서 목돈을 나눠 준 것이다. 만날 적마다 일정하게 걷은 돈으로 밥값을 치루고 남은 돈을 모았다가 덩어리가 되어 나눠 주는 것이니 따지고 보면 각자가 낸 돈임에도 우리는 공돈이라며 즐거워했다. 이 돈을 어디다 쓸까. 누군가가 말했다. 흐지부지 생활비로 써버리면 표시 없이 사라지니 생돈으로는 살수 없는 밍크코트를 사러 단체로 상경하자고. 의견이 분분했다. 재방영 연속극을 보는 것 같다. 십여 년 전에도 돈을 나누어 가진 적이 있었는데 역시 갑론을박 하다 각자 자유에 맡긴 기억이 있다.이번에도 각각 나눠가졌다. 십년 전엔 냉장고를 바꾸고 나머진 생활비로 썼지만, 이젠 좀 나이도 들었고 가계도 그때보다 안정되었으니 밍크코트를 사도 될 것이건만 그리하지 아니했다. 여섯 명 중 두 명은 절호의 기회를 놓치면 못 사고 말 것이니 내친김에 가자며 백화점으로 갔다. 그리고 나를 비롯한 나머지는 헤어졌다.

여성들은 밍크코트를 좋아한다. 그다음 달에 친구들이 입고 나온 밍크코트를 쓰다듬어 보았다. 반짝거리며 윤기가 조르르 흐르는 것이 손끝에 참기름을 바른 듯 미끄러진다. 촉을 일으키는 부드러운 감각이 매혹적이고 디자인까지 아름답다. 보온성도 뛰어나지만 은연중 경제적 여유도 풍겨나니 어찌 선망하지 않으랴. 여성들이 밍크에 마음을 빼앗기는 것이 이해된다. 하지만 나는 마음이 끌리지 않는다. 환경 운동가도, 살생하지마라는 부처님말씀을 따르는 불자도 아니지만, 여러 마리 동물을 희생시킨 가죽옷을 입는다는 것이 부담스럽고 왠지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아서다.

태초부터 인류는 동물 가죽으로 옷을 지어 입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성경적으로는 가죽옷 역사가 에덴동산에서 시작된다.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고 하나님 눈을 피하여 숨었을 때 하나님은 아담을 부르시며 찾으신다. 그리곤 두려움과 수치심으로 떨고 있는 두 사람에게 가죽옷을 지어 입히셨다. 그때 입히신 가죽이 무슨 동물의 가죽인지는 모르지만 가공시대가 아니니 털이 숭숭한 그대로 이었지 싶다.

가죽옷을 떠올리자 뭉클했다. 자신의 죄를 깨닫고 울어본 적 있는 이는 알거다. 죄를 지으면 두렵고 부끄러워 숨고 싶다는 것을. 벌거벗은 수치를 가죽옷으로 가리워 주신 아비의 마음, 곧 하나님 마음이다. 동산에 있는 모든 것을 다주셨음에도 금기한 한 가지를 먹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인간, 공의를 행하시려니 벌을 내리셔야 했고, 동산에서 쫓아내셨던 심정은 어떠하셨을까. 사람을 창조하시고는 "심히 좋았더라."고 이례적인 표현을 하시며 다른 피조물과 구별하여 특별히 사랑하셨는데….

사람들은 묘하다. 살생하지마라는 가르침을 말하면서 불자들은 밍크 옷을 사고, 기독교인들은 인간을 위해 동물이 존재한다며 거침이 없다. 좋은 가죽제품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고 고기를 맛있게 먹어야 건강하다. 하지만 인간이 편히 살도록 창조하신 자연환경은 사랑의 선물이다. 부처님가르침도, 가죽옷을 지어 입히신 하나님 마음도 모두가 사랑이 우선이었다는 본질을 생각한다면 자고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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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