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 ‘포스트 4.25‘ 신경전

4.25 재.보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범여권 각 정파의 신경이 날카로와지고 있다.

열린우리당 탈당그룹과 민주당은 재.보선을 계기로 우리당 후속탈당과 내부분열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우리당 흔들기‘에 나서기 시작했고, 이에 우리당 지도부는 재.보선의 의미를 축소하면서 내부 동요를 차단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신당협상에 실패한 통합신당모임과 민주당은 제각기 독자행보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통합논의의 주도권을 둘러싼 물밑 각축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후속탈당 임박＂ vs ＂후유증 없을 것＂ = 우리당과 탈당그룹은 이번 재.보선이 범여권 판도에 미칠 영향을 놓고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탈당그룹인 신당모임은 이번 선거가 또다시 우리당에 참패의 결과를 안기면서 2차 집단탈당을 촉발시킬 것이라는 분위기를 잡으면서 범여권 통합의 중심역을 다시 자임하고 나섰다.

신당모임 소속의 수도권 출신의원은 ＂이번 재.보선은 우리당을 사실상 `확인사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지금도 우리당내에서 탈당을 준비중인 의원들이 자주 상의를 해오고 있는데, 선거가 끝나면 집단적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맥락에서 신당모임 일각에서는 창당작업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도 대두되고 있다. 일단 독자적 창당수순을 밟아나간다는 큰 틀의 공감대는 서있지만 자칫 우리당의 탈당 움직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표정이다.

양형일(梁亨一) 대변인은 ＂우리당을 포함한 모임 밖에서 `조금만 기다려 달라‘라고 하는 얘기들이 많아 솔직히 심란하다＂고 말했고, 또다른 의원은 ＂교섭단체와 달리 당을 만들어놓으면 그만큼 진입장벽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이번 재.보선에 따른 추가 탈당가능성이 희박하다며 내부 추스르기에 부쩍 신경을 쏟는 표정이다.

우리당 최재성(崔宰誠) 대변인은 ＂이번 선거가 우리당에 문책사유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며 선거 후유증도 없을 것＂이라며 ＂특히 민주당과 통합신당모임간의 협상이 깨졌기 때문에 우리당에서 신당모임 쪽으로 탈당을 하려는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대변인은 이어 ＂오히려 이번 선거의 초점은 한나라당의 상승세가 꺾이는 쪽에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신당모임-민주 주도권 경쟁 = 지난 20일 신당협상 결렬 이후 서로 책임공방을 벌여온 민주당과 신당모임은 일단 숨을 고른 채 각자의 길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통합논의의 `원점 재검토‘를 선언한 민주당은 전남 신안.무안 재.보선에서의 승리를 발판으로 통합논의의 주도권을 확실히 쥐고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김재두(金在杜) 부대변인은 ＂4.25 재.보선 이후 열린우리당의 내부분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백지상태에서 다시 중도개혁세력 통합작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통합의 대상과 범위 등을 재설정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李洛淵) 의원은 ＂이번 재.보선이 끝나면 민주당이 (통합논의의) 상수가 될 것이 틀림없다＂며 ＂민주당만으로는 안되지만 민주당을 빼고는 얘기할 수 없게 되는 구도가 더욱 명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신당모임측은 창당준비위원회를 중심으로 독자적 창당작업에 본격 시동을 걸고 있다. 26일 강원.충북도당 창당을 시작으로 30일까지 9개 시.도당 창당작업을 마무리한 뒤 예정대로 다음달 6일 중앙당 창당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박상돈(朴商敦) 의원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 ＂절대적으로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태도는 정치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지양해야 할 태도＂라며 ＂성역은 건드리지 말라고 하면 무슨 정치협상이 이뤄질까＂라고 지적한 뒤 ＂다만 결렬이라기보다는 교착이 정확한 표현＂이라며 재협상의 여지를 남겨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박 의원은 또 범여권의 잠재후보인 정운찬(鄭雲燦) 전 서울대 총장의 대선참여 여부와 관련, ＂정치 자체에 참여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사제공:연합뉴스(http://www.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