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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형 사막을 건너다' ② 국내 현황: 충북 괴산군 장연면을 가다

충북형 식품·의료 사막을 현명하게 건너는 방법
농촌의 식품사막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식품사막' 정의와 사회적 공감대 선행돼야
"식료품보다 논밭이 가까워"… 농촌주민 식품 접근성 저하
주민 인식개선·맞춤형 대책 '식품사막 해결 첫걸음'

  • 웹출고시간2024.08.20 16:26:41
  • 최종수정2024.08.20 16:27:34

하나로마트 군자농협장연점 전경. 이곳은 괴산군 장연면에서 찾아볼 수 있는 유일한 마트다.

ⓒ 임선희기자
[충북일보] ◇'식품사막'에 대한 국내 정의 필요성

최근 국내에서도 '식품사막(Food Desert)'에 대한 화두가 떠오르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이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 형성이 부족한 실정이다.

'식품사막'이라는 개념은 1996년 영국 보건부가 '건강한 식품을 판매하는 식료품까지의 접근이 어려운 지역'으로 정의하며 처음 정의됐다. 초기 '건강에 좋은 식품을 접근하는 데 물리적·경제적 장벽을 가진 차단된 지역' 등 경제성과 물리적 거리감을 가진 개념으로 시작됐으나 2000년대 이후 영국에서는 생물학적·경제적·생산과소비·사회적 요인 등을 포함하는 확장된 개념으로 연구되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며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 '식품사막'현상은 사회적 문제로 인식됐다. 해당 국가들은 각 지역과 특성에 맞는 정의를 통해 식품사막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국은 2010년 △인구가 밀집된 도심지역에서는 식품사막을 거주지 기준 1마일(1.6㎞) 반경 내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가게가 없는 곳 △인구 밀집도가 낮은 농촌지역은 10마일(16㎞) 반경으로 정의했다.

일본의 경우 '거주지를 기준으로 500m 이내에 마트나 식료품점이 없는 지역'에 살고 있는 거주민을 '장보기약자' '쇼핑난민'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괴산군 장연면의 유일한 마트인 하나로마트 군자농협장연점 냉장식품 코너. 품목 대다수가 공산품인 반면 두부와 계란을 제외한 신선식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 임선희기자
지난 7월 29일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촌 인구감소와 교통여건 취약 등에 따라 농촌 마을에 소매점이 사라져 식료품과 필수 공산품 등을 구매하기 어려워지는 '식품사막' 문제를 대응하기 위해 '가가호호 농촌 이동장터'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지역적 특성으로 '농촌'을, 문제점으로 '인구감소'와 '교통여건 취약'을, 소매점의 역할로 '식료품''필수공산품'을 개념으로 '식품사막'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국내 지역적 특성에 대한 연구나 통계·분석을 통한 '한국의 식품사막'에 대한 구체적 정의나 대책이 수립되지 않은 상황이다.

◇"농촌이면 텃밭 작물로 신선식품 먹을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식품사막에 대한 명확한 개념의 부재는 농촌 지역 일선의 공감대 형성과 실제적 사업추진으로 이어지는 데 장애요소로 작용한다.

충북의 고령화지수는 2023년 기준 19.9%다. 청주시와 타 시군을 비교하면 인구밀집도와 고령화 정도는 더 큰 차이를 보인다.

인구고령화와 더불어 1인 가구의 증가, 현지 소매업의 폐업, 기존 상가의 쇠퇴, 대중교통망 악화, 젠트리피케이션 등은 식품사막화를 가중시키는 요인들로 작용한다.

충북 괴산군 장연면은 올해 6월 기준 인구수 1천885명으로 군내에서 가장 적은 인구수를 가진 지역이다.

본보 취재진이 장연면 내 식료품점이나 소매점을 확인하기 위해 3~4차례 방문을 했지만 면사무소와 보건소가 위치해 있는 면의 중심지에서도 마땅한 소매점을 찾기는 어려웠다.

괴산군 장연면의 한 소매점 전경. 지난 7월 1일 기준 장연면에는 1천885명이 거주하고 있지만 소매점은 하나로마트와 이곳 뿐이고, 심지어 두 점포 간의 거리는 6㎞ 가량 떨어져 있어 차로 5분 넘게 걸린다.

ⓒ 임선희기자
소량의 식료품과 농자재·생필품 등을 일상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소매점은 중심지에 위치한 하나로마트 군자농협장연점이 유일했다. 하나로마트와 가장 가까운 소매점은 약 6㎞ 떨어져 있었다. 이곳 역시 식료품보다는 담배 등 공산품·가공식품 등을 위주로 한 작은 가게 수준이었다.

몇 년 전 초등학교 다니는 자녀들과 함께 장연면으로 귀촌했다는 한 주민은 "하나로마트가 작지만 이곳에서 운영되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급할 때는 하나로마트를 이용하고 주말에는 충주시쪽으로 나가 일주일치 장을 봐오고 있다"고 말했다.

장연면을 비롯한 농촌지역에서는 논밭을 찾는 것이 식료품 가게를 찾는 것보다 쉽다.

그렇다보니 다양한 작물들을 가꾸는 텃밭이 가까이 있는 농촌 지역이 '신선식품'을 구하기 어렵다는 단순한 지적은 일선에서 선뜻 공감하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갖는다.

'균형잡힌 건강한 식사가 지역민 건강 문제와 지역소멸까지 이어질 수 있다'에 공감하기보다는 "집 앞에 밭에서 내가 기른 작물이 신선식품이지"라는 이야기가 더 쉬운 이유다.

장연면사무소 A과장은 "농촌 지역에 식품사막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인식개선과 교육 병행'과 '고령층·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A과장 "비타민, 오메가3 등과 같은 영양소가 건강 유지에 필요하고 어떤 식품에 들어있는가를 알고 챙겨먹을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라며 "정작 이분들은 '배고프면 끼니를 채우고, 그마저도 대충 먹으면 된다'라는 생각이다. '이 음식이 몸에 좋은거에요, 잘 챙겨드시면 약보다 좋아요' 라는 이야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노경희 장연면장은 "거동이 가능하신 고령층은 경로당이나 회관에서 생활을 하면서 끼니를 해결하시고, 그마저 어려운 분들은 직원들이 찾아가는 방문서비스를 하고 있기도 하다. 이부분을 보완해 마을 주민 한분 한분을 살필 수 있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며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세부적으로 이들을 위한 맞춤형 지원과 대안들을 짚을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효성 있는 식품사막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과 이를 위한 중앙정부·지자체 차원의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 지역 현장의 목소리다.

단순한 식품 공급을 넘어 지역민의 건강한 삶과 직결된 문제라는 인식 하에 관련 주체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력이 요구된다는 주장도 현장 목소리에 힘을 싣는다.

괴산군의회 김주성 의원은 지난 5월 16일 임시회 5분 자유발언에서 농촌지역에 주민을 위한 이동형 마켓 운영과 온라인 쇼핑몰 구축을 제안한 바 있다.

김영균 괴산군의회 정책지원관은 "이 문제는 단순히 수익성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끼니를 때우는 것'과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보조해 주는 것'은 다른 문제로 보는 관점이다.

김 정책지원관은 "작은 마을 단위에 가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필연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문제가 따라온다"며 "운전이 어려운 노인분들 혹은 거동 자체가 어려운 분들이 가공·저장식품 섭취를 방치하는 것은 지역소멸을 우려하며 지역민의 건강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 어쩌면 어불성설인 상황이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성지연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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