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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1.02 16:12:52
  • 최종수정2023.01.02 16:12:52

이창규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 충북지회장

임인년! 봄날의 강산은 화마가 휩쓸어버린 전쟁터와 같았다. 특히 3. 4일 발화해서 3. 13일까지 진행된 산불은 213시간 43분이라는 역대 최장시간을 기록하였다. 산불은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강릉, 동해지역을 초토화하였다. 산림 피해는 1만6천여㏊로 집계되었고 주택 259동을 포함해서 피해 규모는 1,900억원에 달했다. 진화헬기 68대와 진화인력 40,528명이 투입된 산불현장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었으며 최근 모 언론사에서 선정한 국내 10대 뉴스에도 기록을 남겼다.

지난달 26일 명동성당 앞에 특별한 성탄트리가 공개되었다. 블랙트리가 바로 그것이다. 성탄절을 맞이하여 재난 구호모금 전문기관인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서 설치미술 프로젝트로 제작한 것이다. 트리의 높이는 약 7미터 정도이며 조형미를 갖추고 있다. 검게 연소된 나무와 가지를 오브제로 선택한 이 작품은 강원도 산불 피해지역에서 수집된 재료로 만들어졌다. 매년 반복되는 산불재난과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경각심과 위기의식을 일깨우고 상처받은 주민들의 아픔을 나누고 치유해서 빠른 일상회복을 염원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내년 1월 8일까지 공개될 블랙트리는 국가재난으로 인식되고 있는 대형산불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한층 더 깊어지게 하고 있다.

블랙트리는 역사 이전 시대로부터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숲과 나무의 신앙적 상징성을 간직하고 있다. 샤머니즘의 발원지로 알려진 바이칼호숫가에'세르게'라고 불리는 13개의 신목을 닮아 있다. 세계 각국의 설화에 등장하는 우주수(宇宙樹)나 세계수(世界樹)가 그와 다르지 않으며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태백산 신단수 또한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영화'동막골 사람들'뿐만 아니라 민중들 삶의 배경에는 손을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마을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던 당산목이나 장승 그리고 솟대를 높이 세우던 마음이 블랙트리와 연결되어 있음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숲과 나무가 존재하는 공간은 오랜 세월 동안 쉼터이자 생존에 대한 열망을 내포하고 있다. 동류의식을 근간으로 하는 위로와 치유의 존재로서 길고 긴 시간의 약속들이 DNA에 녹아있는 것이다.

인간의 간절함은 신의 영역에 도달한다. 지상의 낮은 곳에 머무는 사람들에게 희망은 소망이 되고 소망은 간절한 기도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갖기 마련이다. 산불로 인해서 피해를 입은 나무를 소재로 만든 블랙트리가 연말연시를 맞이하는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일면 처참하다. 그러나 신선하고 강렬하다. 대형산불 예방과 진화에 있어서 집중적이며 통합적인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연히 주무부처인 산림청의 재정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산불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기관은 물론 산불예방과 진화에 참여하는 전문인력의 양성과 장비를 혁신적으로 개선하자는 것으로 촛점이 맞춰져야 한다. 범지구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기후위기 문제와 산불의 영향은 매우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물론 기후문제를 떠나 산림자원의 선순환 기능을 유지하고 생태계 안정성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느 시대보다 강력하다.

전국의 대형산불 피해지가 조속히 복원되길 희망한다. 아직도 컨테이너 생활을 하고 있는 이재민들의 평화로운 일상회복을 기원한다. 블랙트리 전시가 대형산불의 종언을 알리는 마지막 상징이기를 소망한다. 블랙트리는 숲과 나무가 세상을 향해 내놓은 간절한 기도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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