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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9.02 17:58:15
  • 최종수정2021.09.02 17:58:15

최현수

한국농어촌공사 충북지역본부 사업계획부장

나의 어릴 적은 누구나 그러했듯이 먹을 것이 귀했고, 밥그릇을 채우는 건 쌀보다는 고구마, 감자, 보리가 더 많았다. 아버지는 농부였지만 열 명이 넘는 식구에 비해 수확하는 쌀은 늘 부족했다. 봄과 가을에는 누에도 쳤다. 밭에서 부족한 뽕을 따러 큰 산을 누비시던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학교를 다녀와서도 형제 중 누구라 할 것 없이 농사 일을 도와야 했고, 그게 힘들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싫을 정도였다. 천수답 논에 물을 대기 위해 논 한 귀퉁이에 만든 연못의 물을 아버지와 양쪽에 끈이 달린 두레박으로 몇 시간이고 퍼냈던 기억도 생생하다. 지금이라면 양수기로 힘 안들이고 가능했을 일을 몇 시간이고 두레질을 한다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모를 내기 위해서는 한 방울의 물도 너무나 소중했던 시절이었고 논은 집안의 생명줄과 같았다. 그 논이 내 대학입학 때 대학입학금, 자취방 마련을 위해 팔아버렸기에 마음 속 더 깊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저수지 아래에 있는 들녘도 물대는 것이 쉽지 않았다. 농부는 우선 자기 논에 물을 대기 위해 몇 날이고 수로를 지키고 있는 날이 부지기수였고, 주변 농부들과 물싸움을 하는 것도 다반사였던 것 같다.

어느덧 40여년의 세월이 흘러 우리나라도 경제가 발전하여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 정도로 편리해지고 삶의 질도 많이 향상됐다. 농사를 짓는 논도 기계화 영농에 맞게 경지정리를 하여 반듯해졌다. 저수지, 양수장, 취입보에서 보내진 물을 물꼬만 열면 언제든지 채울 수 있다. 논 면적은 줄었어도 쌀은 언제나 넘쳐난다. 트랙터, 이앙기, 콤바인으로 예전처럼 많은 노동력 투입 없이도 경작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과거에는 쌀 생산이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넓은 들녘에도 하우스, 과수원이 들어서고 연중 농사를 짓는 곳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상추, 딸기, 토마토, 오이, 호박 어느 것도 제철이 언제인지를 모를 정도로 사시사철 수확한다.

이렇듯 농업과 농촌의 테두리에서만 보면 생산성이 많이 증가하고, 편리해졌다고 할 수 있지만 눈을 돌려 AI, 빅데이터, 자율주행, 드론, 로봇 등 4차 산업혁명의 관점에서 보면 농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뒤쳐져 있다. 미래농업은 4차 산업혁명과 함께 가뭄, 홍수, 기온 상승이라는 기후변화에도 대응해야 한다. 기온 상승으로 재배 적지가 변화하고 있고, 반복되는 가뭄과 홍수는 점차 노지에서의 농사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강원도 고랭지 채소도 기온 상승으로 인해 재배가 불가능해 질지도 모를 일이다.

미래의 농업농촌은 고령화와 저출산, 산업생태계 변화, 기후위기 등을 극복할 수 있는 시설이 구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부 유리온실, 시설하우스를 중심으로 스마트 농업이 도입되고는 있지만 전체 경지면적에 비해서는 아직도 미미한 수준이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농업에 있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홍수는 안전하게 배제하고, 어떤 작물이든 재배가 가능한 대규모 범용화 농지기반을 만드는 것이 우선될 필요가 있다. 과거와 현재까지 물의 소중한 가치는 변화하지 않았고, 미래에도 변함없이 지속될 것이다. 다만 미래의 스마트 농업을 위해서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자동으로 비료와 용수공급, 온도 등이 제어되는 형태가 더욱더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국가에서도 물로 인한 재해예방 등을 통한 물순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하여 2018년 6월 '물관리기본법'을 제정하여 2019년부터 시행하고 있어 농업용수 분야도 이에 대한 준비가 진행 중에 있다.

전국 82만ha의 논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물공급과 배수기능을 갖춰야하고, 지금처럼 많은 물이 필요로 하는 도랑 형태의 수로, 농부가 논에 가 직접하는 물꼬 관리와 농약방제, 수확 등의 기존 방식은 벗어나야 한다. 논은 벼만 재배하는 곳이 아니라 채소, 과일도 재배할 수 있는 전천후 범용화 조건을 구비해야 한다. 대형 무인농기계가 작업할 수 있도록 대규모 경작지, 넓은 경작로 조성이 필요하다. 저수지나 양수장에서 공급되는 물은 모래 여과장치로 깨끗하게 거르고, 먹는 수돗물처럼 관로를 통해 논배미 마다 원하는 시기에 필요한 만큼의 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춰야 한다. 농부는 스마트폰으로 재배관리를 하고, 트랙터와 이앙기는 사람이 없어도 스스로 논을 갈고 이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인구가 감소하고, 가뭄이 닥쳐도 고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어야 하는 것이다. 생산된 고품질 농산물은 물류센터를 통해 도시와 해외로 팔려나가고, 농부는 도시인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려 윤택한 삶을 누리는 것이 가능하게 할 것이다.

2021년 대한민국은 세계 10위 '경제대국' 에 등극해 있다. 고령화와 인구감소, 산업생태계 변화, 기후위기는 우리나라 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 세계적인 문제이다. 반도체, 가전, 조선업이 세계 1등인 것처럼 위기를 극복하여 가까운 미래에는 '농업강국'으로도 거듭나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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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