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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스님

자연음식요리가, 화림전통음식연구원장

이파리가 금세 잘 자라서 봄부터 가을까지 길러 먹을 수 있는 근대(莙薘)는 기원전 4세기부터 유럽에서 먼저 식용한 채소이다. 한마디로 토종식물 같지만, 15세기에 수입한 채소다.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근대는 유럽 원산지의 원래 종으로부터 생야채를 얻을 수 있도록 개량한 작물이다.

유럽의 지중해 연안 지방에서 근대가 처음 재배됐다. 짙은 녹색의 이파리인 근대는 두꺼우면서 부드럽고 두툼한 줄기가 선명하다. 줄기의 색깔에 따라 청근대와 적근대로 나눈다. 성장이 왕성해서 많은 잎이 연달아 나고 잎을 떼어도 이파리가 다시 자라기에 한 번의 재배로 오랫동안 수확할 수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요리에는 샐러드와 파스타 등의 주재료로 사용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국거리나 쌈 등의 재료로 사용한다.

흔히 근댓국으로 잘 알려진 근대는 필수 아미노산이 많아 성장 발육에 좋은 채소다. 또 무기질과 식이섬유 함유량이 많아서 소화 기능과 혈액순환을 이롭게 하여 피부 미용과 다이어트에 효과적인 식품이라고 한다. 전쟁 시기에 궁핍함을 이겨낼 수 있도록 풍성했던 아침맞이 음식은 근대 국밥이었다. 70~80년대에는 콩나물과 함께 해장국의 으뜸으로 된장과도 잘 어울리는 음식 궁합이다.

근대의 이파리가 "사탕무 잎처럼 생겼다"라고 하여 중국 양나라 때의 도홍경은《명의별록》에서 '첨채(菾菜)'라고 처음 기록한 것으로 보아 이전 시기에 전래한 것으로 보인다. 당나라 때 맹선은《식료본초》에서 근대 씨앗을 첨채자라고 했다. 송나라 때의 장우석 등이 1060년에 편찬한《가우본초》에는 '군달채(莙薘菜)'라 기록하여 근대의 한자 표기로 쓰이고 있다. 명나라 때 난무약은《전남본초》에서 우피채로, 지금도 중국 사천에서는 줄기와 잎이 적색인 첨채(근대)를 약식용하는데, 이것을 '홍우피채'라고 부른다. 명나라 때 이시진은 1590년의《본초강목》에서 씨앗을 군달자로 기록했고, 명나라 때 포산은《야채박록》에서 군달채라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후기 원나라 때 전래한 것으로 보이지만, 조선 전기의 최세진이 1527년에 쓴《훈몽자회》에서 '군달'이라 처음 기록됐다. 이때부터 우리말로 '근대'라 부르면서 지금까지 쓰고 있다.

조선 후기 허준은 1610년의《동의보감》에서 군달이라 적었다. 1766년 유중림의《증보산림경제》에 군달채로 적고, "근대를 심고 나서 뿌리와 줄기를 캐다가 국을 끓여 먹거나 김치를 담그면 맛이 담백하다고 했다. 단, 근대를 많이 먹으면 사람을 손상시키며, 줄기를 태워 잿물을 내려서 옷을 빨면 백옥처럼 하얗게 된다." 19세기 초, 실학자 서유구는《임원경제지》에서 "근대를 삶아 깨끗이 헹군 다음 소금과 기름으로 조리해서 먹는데,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날 수도 있다"라고 조리법과 주의사항을 적었다. 17세기 말, 중국으로부터 전래한 근대는 일본에서 더우나 추우나 연중 부단히 자란다고 하여 부단초(不斷草)라고 부른다.

16세기 말, 임진왜란 이후 일본을 통해 전래한 고추와 후추의 등장으로부터 매운맛의 음식을 즐기는 우리네 식문화가 일반화되면서 토종 된장을 풀어 끓인 근댓국은 속이 더부룩하고 안 좋을 때 먹으면 그 맛과 효능이 일품이었다. 구한말 이창우는 1929에 지은《수세비결》에서 "근댓죽이 비장을 튼튼하게 하고 위장을 보호한다"라고 한 것처럼, 근대는 위와 장이 나쁜 사람에게 약용으로 쓰였다.

어느덧 한국의 전통음식으로 자리한 근댓국은 전쟁과 가난을 경험한 실버세대에게 추억의 음식이다. 또 오백 년이 넘은 토종채소로 자리한 근대는 된장을 풀어 푹 끓인 근댓국의 주인공, 한국인의 표상 같은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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