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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4.15 20:55:54
  • 최종수정2018.04.15 20:55:53

류경희

객원 논설위원

더불어 민주당 충북 청주시장 예비후보인 유행열 전 청와대 행정관이 미투 폭로로 곤경에 처했다. 민주당 충북도당 홈페이지에 '미투를 말한다. 당장 피해자에게 공개사과하고 청주시장 후보 사퇴하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부터다.

자신을 유 씨의 후배라고 밝힌 작성자는 "청주시장 예비후보인 유씨가 1986년 4월 초 우암산 산성에서 후배인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1986년이면 32년 전이다. 유후보는 황당해했고, 일부 여론은 유후보를 동정했다. 40년 전 자신이 신생아 때 목욕을 시키며 성적 수치심을 안겨 준 산부인과 간호사를 미투한다는 식의 농담이 유행열 32년 전 미투 폭로기사 아래 붙기도 했다.

"공개 사과와 함께 당장 청주시장 후보를 사퇴하지 않으면 이후에 어떤 문제가 일어나더라도 도당과 유씨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 경고했던 작성자는 연이어 미투 자료를 유포했다. '지원'이라는 가명이 아닌 본인의 실명으로 충, 남북도 언론사와 기자 수십 명에게 당시의 성폭행 시도사실을 자세히 기록한 메일을 발송한 것이다.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A씨는 '그 날의 기억'이라고 제목을 붙인 메일에 32년 전의 사건을 어제 일처럼 정리했다.

1986년 4월초, 그녀가 대학 2학년에 때의 일이라고 한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날 밤 운동권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집에 갈 수가 없을 정도로 취했던 A씨는 술집과 가까운 남자 선배 자취방으로 갔다. 믿고 따라 간 자취방에서 정신없이 잠을 자던 그녀에게 선배는 성폭행을 시도했다.

선배가 바지를 내리려 하자 A씨는 분명하게 거부의사를 밝혔지만 선배는 '사랑한다'고 계속 애원하듯 말하며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나도 선배 좋아하지만 이건 아니잖아요. 제발 그만해요."라는 단호한 거절에 선배는 이성을 찾았다.

선배의 방에서 날이 밝기를 기다리며 누워있는데 방문 밖에서 인기척이 있었다. 그 사람은 신발만 한참 쳐다보다 돌아갔다.

오전 강의시간, 근처에 앉았던 유행열이 A씨의 신발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밤중에 왔다 간 사람이 너였구나' 짐작되는 행동이었다.

수업시간 내내 엎드려 있던 A씨에게 유행열은 먼저 바람이나 쐬러 가자고 제의했고 두 남녀는 산성으로 올라갔다. 말없이 산을 오르다 쉬게 되었을 때 그녀는 유행열에게 "선배가 생각하는 그런 일은 없었어요"라며 자신은 괜찮다고 했다.

유행열은 갑자기 그녀를 좋아한다고 고백했다. 그녀가 이런 상황에 고백을 하는 그에게 화를 내며 내려가겠다고 하자 유행열은 갑자기 A씨를 으슥한 곳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 그녀를 사랑한다며 키스를 하고 몸을 더듬으며 바지를 내리려 했다.

A4용지 4장 분량에 달하는 성추행 사실 전모를 요약한 것이다. A씨는 믿었던 선배들의 모습에 절망했었다고 했다. 그리고 술 취해 실수한 선배보다 맨 정신으로 위로한다며 성폭행을 하려 한 유행열이 미치도록 미웠다고 했다.

목숨을 바칠 각오로 학생운동을 하던 시절, 운동권 선배들과 얽힌 일이었기에 그녀는 조직이 무너질까봐 두려워 숨기고 있었다고 했다. 그녀가 지금 바라는 것은 32년 전의 상처에 대한 사과와 응징이다.

A씨의 선배들은 A씨에게 행한 행동을 사랑의 표현쯤으로 가볍게 생각했을 수 있다. 호감 있는 처녀가 자신의 자취방에 오거나 한적한 산길을 따라 오른다면 당연히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고 믿는 것이 남자다.

그러나 남성이 좋아하는 사람과의 스킨십이었을 뿐이라며 손사래 쳐도 여성이 육체적, 정신적 약자에게 가한 폭행이었다고 주장한다면 미투가 된다. 스물세 살 청년과 스물 한 살의 처녀는 이제 단단한 장년이 됐다. 그토록 아름다웠을 스무 살의 그들이 32년을 지나 미투로 만나게 되다니, 진실여부를 가리기 전에 가슴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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