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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비가 내렸나보다. 밤새 내린 가을 찬비에 낙엽이 우수수 지고 말았다. 그래서 아침에는 나무 밑에 쌓인 낙엽을 쓸면서 시간을 보냈다. 비에 젖은 낙엽을 치우고 정갈해진 뜰을 바라보면서 가을이 시나브로 깊어진 것을 알았다.

서정주 시인의 표현처럼 초록이 지쳐 단풍드는 것일까. 바야흐로 지금 산사는 가을 잔치가 한창이다. 뒷산의 상수리들은 도토리를 떨구고 난 뒤 가지마다 단풍색이 돌기 시작했으며, 삼성각 옆 산벚나무도 울긋불긋 색깔을 바꾸고 가을을 노래하고 있다. 또한 법당 앞의 배롱나무도, 담장 옆의 감나무도 의연히 가을 산색(山色)에 동참하고 있고, 올해에는 마당의 느티나무는 일찍 가을을 맞이한 탓인지 벌써 절반 이상 낙엽이 지고 빈가지가 드러났다. 이렇게 산중의 나무들은 차근차근 낙엽귀근(落葉歸根)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 나무들뿐이겠는가. 여름 날 지천으로 피던 야생화도 저마다 꽃대를 접고 수액을 뿌리로 모으고 있다. 이 가을, 오로지 화단을 지키는 꽃은 국화이다. 아마도 가을에 국화가 없었다면 정원은 일찍 폐장하였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국화는 가을에도 꽃향기를 전해주는 고마운 존재다.

그래서일까, 옛사람은 ‘꽃 중에서 유달리 국화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나, 이 꽃이 다 피고 나면 더는 꽃이 없기 때문이네’ 라고 읊었다. 국화가 지고 나면 더 이상 꽃을 볼 수 없는 겨울이 오는 까닭에 가을 국화는 더욱 아쉽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초가을에 구절초가 한창 피고 지더니, 요즘은 해변국화가 그 자태를 뽐내고 있는데 저 꽃마저 지고 나면 겨울을 알리는 찬서리가 내릴 것이다.

비단 이 가을에는 풀과 나무들만 단풍 드는 게 아니다. 사찰생태연구소 김재일 대표의 말을 빌리면, 곤충들도 서서히 단풍 색깔을 닮아간다고 한다. 들녘을 뛰놀던 메뚜기들의 잔등도 단풍처럼 붉게 물들고, 늦털매미 울음소리도 불꽃처럼 잦아든다고 한다. 또한 낙엽이 질 때 쯤 초록빛 풀무치의 날개도 서서히 흙빛으로 변하고, 청개구리 등짝도 흙빛으로 바뀐다고 하니까 목숨 지닌 모든 것들은 그저 망설임 없이 무위(無爲)의 자리로 돌아간다.

저마다의 생명들은 이처럼 사시사철을 알고 그 순리에 순응하며 살아간다. 그러므로 자연의 순리를 깨닫는 것은 세상의 이치를 아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자연이 알려주는 도리를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을 일러 ‘철부지(不知)’라고 했다. 즉, 사철의 계절 변화를 읽을 줄 모르는 불쌍한 인생이란 뜻이다. 그러므로 철부지가 되지 않으려면 계절의 질서에 역행하는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주는 메시지는 공(空)의 가르침은 아닐까. 인간을 포함한 모든 사물은 고정되어 있는 실재가 없다는 뜻인데 불교에서는 이를 제행무상이라고도 하며 연기(緣起)라고도 표현한다. 지금처럼 가을은 왔지만 정지되어 있는 화면은 아니다. 그렇지만 가을은 순간순간 변화해가면서 우리 곁에 머문다. 이와 같이 현상이면서 본질이며, 본질이면서 현상으로 존재하는 연속성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空)은 무(無)라기보다는 모든 현상의 운동 · 변화하는 존재의 실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고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영원하지 않는 것이다. 살펴보면 세상에는 영원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사랑, 명예, 권력, 재산 등 우리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영원하지 않고 인연 속에 있을 뿐이다. 나에게 주어졌지만 계절이 변화하듯 인연 따라서 오고 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원한 ‘나의 것’이라고 고집하거나 집착할 필요가 없는 대상이라는 뜻.

결국 이 가을이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는 영원하지 않는 것을 영원한 것으로 착각하고 살지 말지 말라는 가르침이다. 물거품과 같고, 아침이슬과 같은 허명(虛名)에 목숨 걸지 말고 삶의 본질을 향해 눈과 귀를 열어 놓아야 한다. 이 교훈을 알았을 때 비로소 ‘철모르는 사람’이 아닌 ‘철이 든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철부지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가을이 어디쯤 와 있는지 모르고 지내는 이웃들이 대부분이다. 하루에 한번은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아야 하는데 모두들 바쁜 일상을 살고 있는 까닭에 더욱 그렇다. 이처럼 계절의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니까 자신과 마주하는 사색과 명상의 시간이 사라지고 인성도 더불어 메말라 가는 것이다.

이 가을 아침, 나 스스로 철부지 인생이 아닌지 점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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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