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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11.01 17:30:02
  • 최종수정2016.11.01 19:44:24

조혁연

충북대 사학과 초빙교수

충주시 엄정면 백운산에는 백운암(白雲庵)이라는 전통사찰이 위치한다. 이 사찰은 보물 제 1527호인 '철조여래좌상'으로 유명하다. 대웅전에 봉안된 이 철불(鐵佛)은 원래 인근 억정사지에서 옮겨온 것으로 추정되고, 제작 시기는 나말여초이다.

백운암이 최근 들어 또 다시 세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사찰의 창건주는 구한말 고종 때 세인의 입에 오르내렸던 진령군(眞靈君, 혹은 臻靈君) 이씨이다.

그녀는 국운이 다해가던 19세기말 충주지역의 무당이었다. 그녀는 1882년 임오군란이 일어나 명성황후가 감곡과 노은면 등 충주지역으로 피난 왔을 때, 곧 환궁할 것임을 예언했다. 이 예언은 현실이 됐고, 이에 감복한 명성황후는 그녀에게 진령군 여대감(女大監)이라는 벼슬을 내렸다.

충주시 엄정면 백운산의 백운암(白雲庵).

그녀와 명성황후의 관계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명성황후는 그녀를 궁궐로 불려 올렸다. 그러자 그녀는 관우(關羽)의 영정을 모시겠다고 황후를 설득, 아예 궁궐 안에 관왕묘(關王廟)를 건립하고 그곳에 눌러앉아 살았다. 황현(黃玹, 1855~1910)은 『오하기문(梧下記聞)』에서 두 여자의 관계를 이렇게 적었다.
 
'이로 말미암아 크게 현혹되어 서울로 불러들여 관제묘의 북쪽에 살도록 하면서 제사를 주관하도록 했다. 매번 중궁(명성황후 지칭)이 머리가 아프다고 하면 머리를 쓰다듬고, 배가 아파다고 하면 배를 쓰다듬었는데 손이 따를 때마다 통증이 감소했다. 때문에 잠시라도 서로 떨어지지 안았다.'-<황헌 『오하기문』>
 
『오하기문』은 '오동나무 아래서 들은 것을 기록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마음은 나눈 두 여성은 일국의 국모가 자연인을 '언니'라고 부르는 관계로 발전하였고, 이를 목격한 고위 관료들도 무당 이씨를 스스럼없이 '누나'라고 불렀다.
 
'이로써 그를 언니라고 부르기도 하며 혹은 진령군이라 칭하기도 하고, 혹은 북묘부인(北廟夫人)이라 칭하기도 했다. 겨우 1년이 되었는데도 위세가 날로 늘어나니, 윤영신·조병식·이용직 등이 의를 맺고 누이라고 칭했다.'-<〃>
 
명성황후는 궁궐 안에서 사흘이 멀다 하고 굿을 했고, 그 굿판의 주관자는 진령군 이씨였다. 이를 보다 못한 안효제(安孝濟)라는 인물이 "우리 전하가 북관왕묘(北關王廟)를 더 지은 것도 다같이 훌륭한 뜻에서 나온 것인데, 어찌하여 근래에 와서는 시속이 거짓과 야박한 것을 숭상하고, 굿을 하는 것이 풍속을 이루어, 제사지내는 위풍당당한 곳을 주문을 외우며 기도를 드리는 장소와 같이 여기는 것입니까(고종실록 30년 8월 21일)"라고 상소할 정도였다. 구한말의 지식인 지석영(池錫永, 1855~1935)은 더욱 독하게 상소했다. 그는 진령군을 아예 '요사스런 계집'이라고 칭하며 명성황후에게 관계를 정리할 것을 진언했다.
 
'(전략) 신령의 힘을 빙자하여 임금을 현혹시키고 기도한다는 구실로 재물을 축내며 요직을 차지하고 농간을 부린 요사스러운 계집 진령군에 대하여 온 세상 사람들이 그들의 살점을 씹어 먹으려고 합니다. 아! 저들의 극악한 행위가 아주 큰 데도 (중략) 문책하지 않으며 마치 아끼고 비호하는 것처럼 하니 백성들의 마음이 어찌 풀리겠습니까.'-<고종실록 31년 7월 5일>
 
그러나 명성황후는 이같은 상소를 모두 물리쳤다가 결국 불행을 당했다. 이른바 삼국간섭 후 러시아 세력을 끌어들였다가 일제에게 시해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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