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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통해 본 조선 사대부가의 새해맞이

이덕무: 나이먹기 싫은 심정에 "새벽닭 묶고 싶네"
유만공: "깊은 안채에서 귀한 손님만" 부패상 일갈
이안중: "부귀해져도 무릉여인(=첩)은 들이지 마오"

  • 웹출고시간2015.01.05 19:44:44
  • 최종수정2015.01.05 19:44:44

김준근의 '설날 널뛰기', 19세기 말.

조선시대 사대부들도 새해를 맞는 기분이 남달랐는지 이를 한시로 많이 남겼다. 이를 통해 당시 정치상황, 사회상 등도 엿볼 수 있다.

새해는 희망으로 상징되지만 중년 이후로는 나이를 또 한 살 먹는 것이 된다. 조선후기 실학자 이덕무(李德懋·1741 ~ 1793)도 '세시잡영'(歲時雜詠·1765)이라는 연작시를 통해 그런 심리를 숨기지 않았다.

'새해와 묵은해가 나뉠 즈음 / 대청의 등잔 불꽃 어느덧 낮아졌네 / 나에게 길고 긴 새끼줄이 있다면 / 첫새벽 우는 닭을 묶어두고 싶네.'

'세시잡영'의 네번째 연작시에는 조선후기의 살기 어려운 모습이 애뜻하게 표현돼 있다. 정황상 이덕무의 아내는 요양을 위해 친정에 가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친정에간 병약한 아내는 / 새해 맞아 남물래 눈물 흘리리 / 슬프도다 땅 속에 묻힌 딸년이 / 살아 있으며 이제 네 살일텐데.'

조선후기 유만공((柳晩恭)이라는 사람도 한시로 세시풍속을 표현했다. 그는 '발해고'를 쓴 실학자 유득공의 사촌지간으로, 둘은 양반이기는 하나 선대에 서출의 피가 섞여있어 높은 벼슬은 하지 못했다.

유만공이 '세시풍요'(歲時風謠·1895)에서 새해 첫 무렵을 이렇게 표현했다.

'저물녘 마당에 머리카락 태워 재를 뿌리니 / 묵은 액을 제거하고 재앙도 사라지게 하네 / 신도와 울루가 항상 꾸짖으며 막고 있으니 / 야광신이 어떻게 신발 훔치러 올 수 있으랴.'

머리카락 태울 때 나는 역한 냄새로 귀신을 쫒고자 하는 내용의 시로 볼 수 있다. '신도와 울루'는 중국 전설에 나오는 귀신으로, 왕초 귀신을 말한다.

내용중 '야광신'은 설날밤 민가에 내려와 신발을 신고 간다는 귀신으로, 신발을 잃어버린 사람은 1년 동안 불행하다는 속설이 있다.

선조들은 이를 막기 위해 벽에 '체'를 걸어두었다. 양광신이 체의 구멍을 세다가 신발을 훔치지 못하고 새벽닭이 울면 도망간다는 전설이 있다. 유만공은 당시 부패한 정치판 모습도 한시로 남겼다.

'권문세가의 가마들 곱절이나 분주하고 / 깊은 안채에서 귀한 손님만 맞이하네 / 명함을 지닌 시종신 바깥채에 가득하니/ 신년 인사 때맞춰 올리기가, 쉽지 않네.'

당시는 세도정치가 행해지던 시기로, 그는 명함이라는 소품을 통해 당시 부패한 정치상을 꼬집었다.

조선후기에도 권세가의 집에 눈도장을 찍으로 가는 풍습이 있었다. 이때 그를 만나지 못하면 방명록에 자기이름을 적고 물러났다. 이중 정초의 방명록은 '세함'이라고 별칭했다.

조선후기 도내 단양에 은거했던 인물로 이안중(李安中·?~?)이 있다. 그가 '도도곡'(跳跳曲)이라는 풍속시를 남겼다. '도도곡'은 널뛰기 노래라는 뜻이다.

'낭군댁 담장 높고 내 키는 작으니 / 낭군님 그리워도 얼굴 한번 볼 수 없네 / 뛰고 또 뛰어 담장보다 높이 올라가 / 낭군님 곧은 모습 보고 또 보았으면.'

이안중은 '비년사'라는 세시 풍속시도 남겼다.

'나의 소원은 부모님 장수함이요 /나의 소원은 좋은 매형 맞이함이네 /나의 소원은 낭군이 부귀해지는 것이지만 /부귀해도 무릉여인은 들이지는 마오.'

무릉여인은 작은댁 즉 첩 의미한다.

/ 조혁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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