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3.09.15 16:21:16
  • 최종수정2013.09.15 16:21:14

박영수

수필가, 딩아돌하 문예원 이사장

'살구꽃이 처음 피면 한 번 모인다./ 복숭아꽃이 처음 피면 한 번 모인다./ 한 여름에 참외가 익으면 한 번 모인다./ 초가을 연꽃이 구경할 만하면 한 번 모이고, 국화꽃이 피면 한 번 모인다./ 큰 눈이 내리면 한 번 모인다./ 한 해가 저물 무렵 화분에 심은 매화가 꽃을 피우면 한 번 모인다. ....'

다산 정약용의 '죽란시사첩' 머리말이다. 이런 모임도 있었을까. 시 짓는 친구들 친목회의 규약(회칙)인데 만나는 날을 꽃피는 때에 맞춘 것이다. 한 편의 시 같다. 자연을 벗 삼아 풍류를 읊던 젊은 문사들의 고운 시심, 2백여 년이 지난 오늘에 헤아려보아도 멋이 있다. 지난 해 가을,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에서 이 글을 접하고 잔잔한 감동을 느꼈다.

서울 올림픽이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구던 88년, 내가 사는 시청 인근에 7층 탑 같은 목욕탕 건물이 문을 열었다. 목욕문화의 선구자 현포 박학래 선생과 당대의 건축가 김수근 두 분의 합작품이었다. 절묘한 건축미에 매료된 때문일까, 오시는 분들의 면면에 끌렸던 것일까. 이때로부터 버릇처럼 아침 등산 후 목욕을 하는 나의 일상이 시작되었다.

한 시간 남짓 우암산 등산으로 땀을 흘리고 와서 30분 정도 욕탕에 몸을 맡기면 쌓인 피로가 말끔히 씻겨나가면서 창작 욕구가 솟구치게 마련이다. 산을 가지 않는 날에도 목욕은 거르지 않았다.

어느 날, 목욕탕 모임인 나우회(裸友會)에 입회를 권유를 받았다. 기꺼이 수락하고 보니 회원 중에 존경하는 어른인 현포 선생을 비롯하여 엄기현, 최병곤 원로 목사, 송암 조성진 총장 같은 분이 계셨다. 무척 조심스러웠다. 허지만 이내 마음이 편해졌다. 원로 분들의 유머 감각이 탁월한 데다 매일 발가벗고 만나다 보니 나이를 초월하여 스스럼없는 사이로 발전했다.

이 나우회에는 회장은 있어도 회칙도, 정례 모임 날도 없다. 편한 시간에 와서 목욕을 즐기다가 "이런 일이 있어 저녁을 내겠소, 커피 한 잔 사겠소."하면 즉석에서 모임이 주선된다. "단풍이 고우니 여행 갑시다." 할 때도 있다. 정례 모임은 신년 초 한 번 있다. 명절 때는 그곳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선물을 돌리기도 하고, 사회 복지기관에도 기척을 좀 한다. 내가 문화원에서 일할 때에는 모두 후원자가 되어 주셨다.

이 모임에 혼을 불어넣어 준 이는 고고학자 이융조 박물관장이다. 두루봉, 수양개에서 수 만년 잠자고 있던 선사유물을 찾아 내 한국 구석기 역사를 다시 쓰게 한 그 영광스런 대 장정에, 우리를 참여시켜 주었다. 하여 목욕 멤버들이 발굴 현장을 누비는 문화재 지킴이가 되어버렸다.

어느 해, 단양 남한강변 수양개 유적을 돌아보다 현포 선생의 유머 감각이 빛을 발했다.

"우리가 알몸으로 만난다는 것은 선사시대 그 순수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어서가 아닐까요·"

웃다 보니 마음이 통했다. "선사시대와 목욕문화의 만남"을 캐치프레이즈로 한 '문화사랑 학천모임'이란 이름이 이날 붙여졌다.

20 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애석하게도 현포, 송암 선생이 유명을 달리하셨으나 김연일 전 행장, 한장훈 원장, 남연훈 회장, 각연 스님, 유의재 지점장 등 쟁쟁한 멤버들이 들어와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5학년이던 나는 7학년 일수거사(一水去士)가 되었지만 임기중 초창기 총무는 5학년에 올라 청주시의장으로 활약 중이다. 미수(米壽)청춘 엄 목사님의 기도말씀은 여전히 힘에 넘치셔 가슴을 적신다. 현포 선생이 즐겨 하시던 시낭송은 김석연 수필가가 맥을 이었다.

"날마다 아침 일찍 목욕을 하면 병이 피해 간다."는 속담이 있던가. 목욕은 몸과 마음을 깨끗이 씻어 주는 삶의 청량제요, 건강관리의 파수꾼이기도 하다. 목욕은 역시 대중탕이 좋다.

세상에는 학연, 지연, 혈연에 얽힌 많은 모임들이 있다. 사람들은 그 모임을 통해 오방색 빛깔의 우정을 가꾸며 산다. 물로 맺은 인연, 청주에 이런 모임도 있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