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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스님과 송광사 스님이 수제비 맛을 가지고 대결을 펼친 일이 있다.

두 스님이 지대방에서 음식이야기를 하다가 산중의 명예와 자존심을 건 음식대결을 벌이기로 하였다. 요리의 메뉴는 ‘수제비’로 결정하고 재료는 5가지 이상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을 두었으며, 물론 파 · 마늘 · 부추 등의 오신채(五辛菜)는 일체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한마디로 두 사람의 ‘손맛’과 두 절집의 ‘비법’으로 승부하자는 것이었다.

이 때 두 산중의 독특한 수제비 맛의 비법이 공개되었다. 송광사는 밀가루 반죽을 약간 두껍게 하였고, 해인사는 아주 얇게 하는 점이 달랐다. 즉, 송광사는 입안에서 쫄깃하게 씹히는 맛을 강조하였고, 해인사는 입안에서 살짝 감기는 맛을 강조한 것이다.

재료의 준비에도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두 스님이 모두 감자와 애호박 등을 기본 재료로 사용하는 것은 같았지만, 송광사는 다시마와 무로 국물 맛을 내고 해인사는 다시마와 표고버섯을 재료로 선택하여 맛을 내는 것이 눈여겨 볼만 했다.

흔히 해인사는 대표적인 남성 성향의 사찰이고 송광사는 여성 성향의 사찰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해인사는 성철스님처럼 강직한 성품이 어울리고 송광사는 구산스님과 같은 자애로운 성품이 어울린다고 표현한다. 수행가풍이 서로 다른 두 사찰이므로 음식 맛 또한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한 겨울 산중에서 펼쳐진 한편의 ‘대장금’ 드라마. 과연 누가 많은 점수를 받았을까. 두 사찰의 수제비를 맛 본 스님들은 이렇게 말했다.

“송광사는 국물이 시원하고 해인사는 반죽이 쫄깃합니다!”

즉, 순위를 정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음식의 본질은 생명을 살리고 배고픔을 면하는데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세상에는 정해진 절대우열은 없다. 음식 맛이 어떠하든 그것은 어디까지나 본질에 나아가는 도구일 뿐이다.

그 날 뜻밖의 음식 대결에 참여했던 스님들은 두 산중의 수제비 맛을 마음껏 시식할 수 있었는데, 지금도 그 맛을 그리워한다. 한편, 요리 솜씨의 주인공이었던 두 스님은 그 후로 한 차례도 만난 적이 없다는 후문이다. 절대 고수(高手)의 대결은 일생에 한번 뿐이라면서.

이처럼 대부분의 스님들은 수제비나 국수 등 밀가루 음식을 잘 만들고 또 좋아한다. 오죽했으면 이런 음식들을 승소면(僧笑麵)이라고 이름 붙였을까. 아무리 점잖은 큰스님도 이들 음식 앞에서는 체면불구하고 기분 좋아서 웃으신다는 뜻이겠다.

이런 탓인지 나 또한 밀가루 음식을 유독 좋아한다. 어느 해 여름, 송광사에서 정진할 때 법정스님이 머물던 불일암에 올라가서 비빔국수를 얻어먹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 맛이 지금도 생생하다. 요즘은 건강 때문에 예전처럼 즐기지는 않지만 이상하게도 분식(粉食)은 그 맛이 중독이 되는 모양이다. 나는 아직도 식탁에 앉을 때마다 분식 메뉴 앞에서 갈등하는 내 모습을 종종 발견하곤 한다.

어쨌거나 좋아하는 음식이라 하더라도 과식은 피해야 할 것 같다. 과식은 먹는 즐거움을 담보로 하는 육체의 학대이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건강의 지혜를 약식동원(藥食同原)의 원리로 설명했다. 약과 음식은 그 근본이 같다는 뜻인데, 어쩌면 이 말은 병의 뿌리는 음식에서 비롯되었으므로 병 또한 음식으로 다스릴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그러므로 음식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하면 병이 생기고, 음식을 적당히 조절하면 약이 된다는 조상들의 처방문이다.

아흔 살은 넘은 건강한 노인에게 장수 비결을 물었을 때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장수 비결의 첫째 조건은 음식에 주의하는 것입니다. 배가 부르지 않도록 먹으며, 오래 오래 씹는 것입니다.”

이 노인의 말은 우리들이 새겨야할 식훈(食訓)에 가깝다. 어느 요리사의 주장에 의하면 학(鶴)이 천년의 수명을 누리는 것은 위를 가득 채우지 않는 지혜 때문이란다. 다시 말해 과식을 하지 않기 때문에 건강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진수성찬이라도 과식하면 독약이다. 그러므로 요리 대결은 벌일지라도 먹는 대결은 피해야 할 생관 습관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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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