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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10.15 14:46:5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청룡리 가는 길은 맑고 고왔다. 따가운 햇볕과 함께 불어온 바람은 시원했다. 가을의 한 복판을 알려주고 있었다. 들판은 온통 황금빛이었다. 가을볕이 너무 좋았다. 암 투병 중인 형을 찾아가는 길임을 잠시 잊었다.

***청룡리 건강성 유지돼야

청룡리로 들어서자 가을 냄새가 무딘 코를 물씬 자극했다. 아이들은 누런 황금빛 들판을 내달리는데 온 정신이 팔려 있다. 마을 어귀에선 동네 어른들이 감을 따느라 분주하다. 인근 밭에서 일하는 농부의 모습도 정겹다.

청룡리는 가을의 풍요로움을 그대로 전해주고 있었다. 잠시지만 자연을 벗 삼으며 심심한 마음을 달랬다. 감이니 대추니 먹을거리도 얻었다. 만족스러운 오후였다. 지난 휴일 청룡리 풍경은 그랬다.

그 곳에서 내 마음의 형을 만났다. 형은 스님처럼 변해 있었다. 두 번의 항암 치료 덕에 하게 된 삭발 탓이다. 그 모습이 꽤나 근사했다. 보기 좋았다. 얼굴엔 오랜 수행을 한 스님 모습이 배어들어 있었다. 기대 이상의 건강함에 가슴이 뭉클하고 고마웠다.

형은 갑상선 암환자다. 벌써 두 번의 항암 치료를 마치고 청룡리에 머물고 있다. 사실 청룡리에 둥지를 튼 것은 8년 전이다. 자연을 벗 삼아 놀 줄 아는 형 특유의 성격 때문이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지금은 그 곳이 병 치료를 위해 적절한 휴양소 역할을 하고 있다. 기막힌 선택이 된 셈이다. 집 주변엔 온통 감나무다. 밤나무도 있다. 다양한 약초도 있다. 물론 여의치 않은 건강 상태로 수확시기를 놓친 것도 있다.

우리는 인근 소류지로 향했다. 그리고 늘 하던 대로 자연을 벗 삼아 놀았다. 그 곳에서 토하(土蝦)를 만났다. 즐거운 만남이었다. 보아서, 잡아서, 먹어서 좋았다. 돌아올 때까지 행복감을 준 토하였다.

토하는 1급수의 깨끗한 물에만 사는 토종 새우(새뱅이)다. 도랑만 치면 흔히 잡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수십 년 간 마구 뿌려온 농약과 화학비료 탓에 개체수가 급격히 줄었다. 이제는 '친환경'이란 수식어가 붙은 논과 양식장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귀하신 몸'이 돼버렸다.

그러나 청룡리 소류지엔 토하가 살고 있었다. 어느새 돌아왔다고 한다. 기뻤다. 우리는 토하잡이에 나섰다. 이리저리 부산을 떤 덕에 한 끼 식사를 마칠 수 있는 양을 잡았다. 더 욕심 부리지 않고 채집망을 거뒀다.

토하찌개는 일품이었다. 우리 모두 만족했다. 형은 더 즐거운 듯 했다. 모처럼 만의 우정을 가을햇볕과 함께 즐긴 고마움에 대한 표시였을 게다. 무엇보다 찾아준 것에 대한 고마움이었을 게다.

그러나 즐거움만 있진 않았다. 걱정도 있었다. 형이 살고 있는 집은 큰 금이 쩍쩍 간 곳이 많았다. 눈으로 쉽게 확인될 정도다. 마을 집 대부분의 사정이 비슷하다고 한다. 청룡리 마을 전체의 걱정이었다.

인근 광산의 영향으로 세 차례 발생한 지반침하 탓이다. 주민 불안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한 달 전에도 형 집 인근 논에 지름 10m, 깊이 20m 크기의 구멍이 생겼다. 지금도 침하가 계속되고 있다. 2007년과 2010년에 이어 벌써 세 번째다. 2차 피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청룡리는 토하가 사는 곳이다. 그리고 내 마음의 형이 사는 곳이다. 청룡리의 건강성은 유지돼야 한다. 그래야 형의 건강도 담보할 수 있다. 하루라도 빠른 정밀진단과 복구작업을 소망한다.

***복원 늦어지면 너무 불행

토하는 우리의 대표적인 토종새우다. 토하 맛의 매력은 은은한 흙냄새다. 토하는 서식지의 흙 속에 있는 영양분을 먹고 산다. 그래서 토하에게 흙은 물만큼 중요하다. 왜 '토하'인지도 잘 말해 준다. 토하젓은 소화작용에 효과가 커 소화젓으로도 불린다.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저분자량 '키틴 올리고당'을 함유하고 있다는 발표도 있다.

가을은 마무리의 계절이다. 만물이 성숙하고 크던 작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가을은 입추부터 처서, 백로, 추분, 한로, 상강까지다. 이제 한 달 여쯤 남았다. 청룡리에 토하가 돌아온 것처럼 형의 건강도 하루 빨리 회복되길 소망한다. 더불어 청룡리 지반침하 문제도 빨리 해결됐으면 한다. 정치인들의 '공싸움'으로 청룡리의 자연복원이 늦어지면 너무 불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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