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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8.02.05 18:50:33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설 하면 우선 제수를 준비하는 대목장이 번성했다. 엄밀히 얘기하면‘제수용품’이 아니라‘차례용품’인데 우리는 그냥 혼동하여 부르고 있다.

시장 난전에는 제수용품이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색동저고리, 다홍치마 등 설빔이 즐비했다. 설빔을 산 아이들은 머리 맡에 설빔과 새로 산 신발을 두고 어서 날이 밝기만을 기다렸다. 징검다리 건너 떡방아간은 힘찬 소리를 내며 가래떡을 연이어 토해냈고 아낙네들은 떡 광주리를 길게 늘어놓으며 순서를 기다렸다. 김이 무럭무럭 나는 가래떡은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조청이나 꿀을 찍어 먹어야 제 맛이다. 가래떡은 하루 이틀은 굳힌 다음 떡썰기에 들어간다.

어머니의 떡 썰기 솜씨는 일품이다. 한석봉의 어머니처럼 떡 첨이 일정한데 아이들이 따라 하려면 울퉁불퉁, 때깔이 곱지 않다.

설빔은 왜 그리 크던지…. 어머니는 “아이들은 금방 크는 거야”하시며 언제나 몇 치수 큰 옷을 사 입혔다. 그 설빔은 소매나 바지 단을 몇 번이나 걷어 올려야 입을 수 있었고 그 옷이 맞을 정도로 성장하면 옷은 이미 낡아 입을 수가 없었다.

요즘 대목장은 썰렁하기 그지없다. 대형마트에 자리를 내줘 그런지 찬바람이 휙휙 돈다. 가래떡을 뽑아다 시누, 올케 둘러앉아 떡을 써는 모습도 보기 어렵다. 기계로 썰은 떡이나 만두피를 슈퍼에서 사다 떡국을 끓이는 집도 많다. 설빔을 놓고 투정하는 아이들도 거의 없다. 일년내내 좋은 옷을 입고 사니까 굳이 새 옷과 새 신발을 찾을 이유도 없다.

설날아침 목욕을 하고 설빔을 차려입은 다음 차례를 지낸다. 요즈음은 차례 상을 차리며 조상님 대하기가 무척이나 민망하다. 차례 상에 법도대로 올려놓는 조율이시, 홍동백서, 좌포우혜, 동두서미 등 여러 음식이 절반이상 중국산이기 때문이다. 미국산이나 호주산 쇠고기를 올려놓는 경우도 있다. 조상님들이 국제화를 알까마는 그래도 한·미 FTA 체결과 중국과의 무역을 설명해야 할 것 같다. 따지고 보면 차례를 지내는 순서조차도 주자(朱子)가례에 바탕을 두고 있다.

차례를 지나고 나면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떡국, 세찬(歲饌), 세주(歲酒)를 먹고 마시며 피붙이를 확인한다. 그다음은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세배시간이다. 어른들께 세배를 하면“올해도 건강해라” “올해는 승진해야지”하는 덕담과 더불어 얼마간의 세뱃돈을 준다. 아이들은 친척 집을 돌며 세배를 하고 어른들은 미리 은행에서 빳빳한 신권을 마련한다. 요즘은 65세 이상 고령자의 40%가 빈곤층이라고 하니 세뱃돈도 걱정을 해야 할 판이다.

드디어 설날 황금의 연휴가 시작됐다. 대부분의 직장이 주 5일제이므로 최장 5일간은 쉬게 됐다. 스태그플레이션 속에 서민들은 설 쇠기도 대간한데 해외여행을 떠나는 행락객들의 발길이 공항을 메우고 있다. 동남아, 중국 등지로 가는 항공권은 벌써 동이 났다는 것이다. 차례나 성묘는 미리 지내고 다녀온 다음 동남아 등지로 가족여행이나 골프 투어에 나서는 행렬이 줄을 잇는다.

함께 즐거워하고 서로 나눠 먹는 농경사회의 공동체 문화가 산업화, 정보화 시대로 접어들며 금이 가고 있는 것이다. 그 여파는 소위‘명절의 양극화 현상’까지 빚어내고 있다. 며느리들에게는 설 연휴가 반갑지마는 않다. 오히려 여성계에서는 명절 연휴를‘노동절’이라고 까지 칭한다. 장보기에서부터 차례상차리기는 물론 손님접대, 식구 뒷바라지하기 등 온갖 집안일이 여성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 통에 명절이 가까워 오면 벌써 머리가 아프다는 둥 명절 주부 스트레스 증후군이 찾아든다. 남자들이 조금만 도와주면 일품을 훨씬 덜어줄 텐데 그처럼 자상한 남편이 많지 않은 모양이다. 장보기나 집안청소, 쓰레기 버리기 등은 남자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여성들의 일품에만 의존하지 않고 서로서로 돕는다면 ‘노동절’이‘왕비주간’으로 바뀔 수도 있다.

설날 놀이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종래에는 윷놀이가 대부분이었는데 어느 틈엔가 일본식‘고 스톱’문화가 설날이면 판을 치고 있다. ‘쓰리 고’는 영어이고 ‘고도리’는 일본 말이다. 3 개 국어가 섞인 국적불명의 화투놀이를 하필이면 설날 아침에 시작하는 것일까. 윷놀이와 더불어 벼슬길에 오르는 승경도(陞卿圖)나 쌍육 같은 우리의 놀이도 많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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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