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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1.09 17:51:5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어둠을 밀어낸 도시의 밤은 소란하다. 직장인들은 세상살이를 핑계로 퇴근길이면 술집으로 향한다. 도시는 낮보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로 북적댄다. 한 마디로 불야성(不夜城)이다. 집으로 돌아갈 즈음이면 사람도 도시도 지쳐 있다.

밤은 어둠이다. 어둠은 생명을 잉태한다. 그 생명은 어둠 속에서 잠을 원한다. 그런데 요즘 밤은 너무 환하다. 잠을 잘 수가 없다.

***밤의 적막도 중요하다

참 이상한 말 하나가 최근 생겨났다. '전력 보릿고개'다. 아마도 지난해 9월 정전 사태를 겪으면서 생겨난 것 같다. 전력당국은 지금도 발등에 불을 끄느라 여념이 없다. 정부는 직원들의 야근금지 명령을 내렸다. 실내온도제한 등 단속도 강화하고 있다. 각종 절전대책도 내놓고 있다.

연초부터 한파는 계속되고 있다. 전력당국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당초 예상과 달리 1월 첫째 주부터 최대전력수요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본격적인 전력 보릿고개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말이다.

이번 주부터 전력피크 기간이다. 이 기간 예비전력은 최저 53만㎾까지 떨어진다. '블랙아웃 공포'가 예상되는 까닭도 여기 있다. 전력당국의 예상대로라면 1월 둘째 주와 셋째 주가 올겨울 전력수급이 가장 어려운 전력 보릿고개다.

그러나 지금 우리 도심은 해질녘의 적념(寂念)이나 칠흑 같은 어둠은 아예 없다. 까만 밤길에 종종 마주쳤던 그 많던 허깨비들도 없다. 어디로 다 사라졌다. 길모퉁이마다 대낮처럼 환 불빛 때문이다. 허깨비와 함께 허깨비를 두려워하던 동심도 사라졌다.

청주의 충북대 중문 주변이나 하복대 유흥가는 매일 밤 불야성이다. 수많은 가로등과 각 상가마다 빼곡하게 들어찬 입간판 불 때문이다. 물론 야간 도심의 간판불이 전력 보릿고개의 주범은 아니다.

이 도시의 밤은 너무 밝다. 아니 환하다. 해가 지기도 전에 가로등이 벌써 켜지기 때문이다. 형형색색의 전등이 온통 거리를 비춘다. 집 안이라고 해서 다를 바 없다. 밝고 환하기는 마찬가지다.

환한 불빛 아래선 별을 볼 수 없다. 환한 가로등과 현란한 네온사인과 함께 별은 사라졌다. 어둠은 별을 빛나게 한다. 별은 어둠을 먹고 산다. 우리는 별을 보며 꿈을 키운다. 어둠이 사라지면서 별도 떨어졌다.

환한 도심을 걷는 밤길이 슬픈 이유는 뭘까. 별을 보지 못하고 잠들지 못해서다. 시멘트로 지은 도시에도 수많은 생명이 있다. 잠을 자야 살 수 있다. 그리고 별을 봐야 꿈을 꿀 수 있다. 내적 성장은 언제나 '캄캄한 영혼의 밤'과 함께 하기 때문이다.

도시도 잠을 자야 성장한다. 환한 가로등은 어두운 밤길의 불편함을 덜어줬다. 상가의 입간판은 미지의 그 곳을 찾기 쉽게 했다. 그러나 불야성은 도시의 생명력을 잃게 한다. 캄캄한 어둠을 완전히 몰아내기 때문이다. 불야성은 이제 더 이상 문명의 이기가 아니다. 재앙일 뿐이다.

밝음은 어둠을 자양분으로 자란다. 그래야 건강하다. 요즘처럼 환한 것만 좇는 한 깊고 미묘한 밝음은 기대할 수 없다. 바깥이 환해질수록 오히려 안은 어두워진다. 사람의 속마음은 더 그렇다.

어둠을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 과일도 어둠이 있어야 제대로 익는다. 이 도시도 밤이면 어두워야 그 안의 사람들이 익을 수 있다. 캄캄한 땅속에 묻혀야 비로소 싹을 틔우고 잎을 내는 씨앗과 같다. 도시도 밤에는 어둠에 묻어 둬야 한다.

***밤의 생명은 어둠이다

전력 보릿고개의 시기다. 전기 한 등 끄기는 이미 단순한 에너지 절약이 아니다. 우리 삶의 프롤로그이자 에필로그다. 전기절약 차원의 캠페인이 아니다. 전기 한 등 끄는 것은 에너지 절약 이상의 행복을 창조하는 일이다. 어두운 밤의 적막은 불야성이 해결하지 못하는 많은 것을 일깨워 주기 때문이다. 내면이든 외면이든 창조의 싹은 여전히 어둠 속에서 틘다. 어머니의 자궁 속이 깜깜한 이치와 같다.

밤의 생명은 어둠이다. 밤은 캄캄해야 한다. 그때 비로소 어둠은 모든 것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불야성이 주는 문명의 혜택이 아무리 커도 어둠만큼 큰일을 하진 않는다. 이 같은 사실만 하나만으로도 어둠의 미덕은 충분하다.

밝음과 어둠이 고루 있어야 도시가 건강해 진다. 환한 낮의 분주함처럼, 캄캄한 밤의 적막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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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