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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1.09.29 17:34:2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조혁연 대기자

복정(卜定)은 두 가지 뜻을 지니고 있다. 먼저 점(卜)을 쳐서 길지를 정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밖에 조선시대 그 지방의 토산물을 강제로 바치게 하던 것을 복정이라고 불렀다.

지금도 남에게 억지로 부담지우는 것을 '복정씌운다'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유래했다. 복정은 궁궐의 부족한 물품을 채우는 것이 1차적인 목표였다. 그러나 중국사신 접대용으로도 복정이 자주 하명됐다.

'간원이 아뢰기를, "중국 사신을 접대하는 일은 사체가 중대하니, 유사(有司)로서는 마땅히 마음을 다해 조처하여 사대하는 성상의 지극한 정성을 우러러 몸받아야 할 것입니다. (…) 그러나 신들이 해조(該曹)에서 각도에 분정한 물목을 가져다 보건대…"'-<선조실록>

복정은 강제성을 띄었다. 이는 하명된 양을 채우지 못할 경우 벌이 가해졌음을 의미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파직이라는 중징계도 내려졌다. 그와 같은 일이 우리고장 충청도의 한 병영에서도 일어났다.

'간원이 아뢰기를, "충청 병사 김거병은 연소한 무부로서 부임한 뒤로 방비에는 뜻이 없고 오직 군졸을 침어(侵漁)하는 것으로 일을 삼는 데다가 법금(法禁)을 무시하고 가족을 많이 거느리고 가 있습니다. 파직을 명하소서. 이번에 조사가 왔을 때 각도에 복정(卜定)한 물품은 만분의 일도 감당하지 못해…"'-<선조실록>

이같은 분위기에서 복정의 부작용을 간언하기는 쉽지 않다. 선조보다 이른 시기인 중종 때 이의 불합리성을 조목조목 지적한 신하가 있다. 그것도 우리고장 충청도 사례를 들었다. 성종~명종 연간을 산 이홍간(李弘幹·1486∼1546)이라는 인물이다.

'장령 이홍간이 아뢰기를, "신이 충청도에 갔을 때에 들으니, 장원서(掌苑署)에서 금년에 가뭄이 심한 탓으로 과일나무에 전혀 열매가 맺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조(該曹)에 보고하였답니다. (…) 따라서 수합하기 전에 하유하여 징수하지 말게 한다면 백성들이 조금이나마 혜택을 받을 수 있겠습니다." 하니…'<중종실록>

장원서는 조선시대 ·수초·과수 등의 관리를 관장하기 위해 설치된 관서를 말한다. 경국대전을 보면 장원서는 매년 과목(果木)을 식재·접목한 후 그 나무수를 기록했다. 어느 왕조나 마찬가지로 간언을 잘못하면 화를 당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나 중종은 이홍간의 간언을 흔쾌히 수용한다.

"대간이 아뢰지 않았다면 외방의 민폐를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장원서가 과일나무를 유의하여 배양하지 않은 탓으로 외방에 복정(卜定)하여 민폐를 끼치고 있으니 지극히 그른 일이다. 추문(推問)하라. 그리고 민간에 복정하지 말게 하라."-<중종실록>

그는 효행·학행 그리고 강직한 언사로 명망이 있었고, 20여년간에 걸쳐 외관으로 있으면서 선치를 행했다. 이홍간은 후에 우리고장 옥천군수와 청주목사도 역임하게 된다. 그는 나랏일을 수행하다 이국 땅에서 불귀의 객이 됐다. 인용문에 등장하는 사류하는 중극 하북성 당산(唐山) 근처에 있는 강을 말한다.

'동지 부사(冬至副使) 이홍간(李弘幹)이 북경에서 돌아오다가 사류하(沙流河)에 이르러 병들어 죽었는데, 전교하였다. "북경에 갔던 사신이 잇달아 병으로 죽으니 매우 슬픈 일이다. 별도로 부의(賻儀)를 보내도록 하라."'-<명종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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