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1.08.02 16:00:51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조혁연 대기자

제천 청풍면에 한벽루( 寒碧樓)라는 멋진 누각이 있다. 보통의 누각은 조망성이 좋은 곳에 독립적으로 세워진다. 이에 비해 한벽루는 누각의 본채 외에 날개 건물인 '익랑'(翼廊)을 거느리고 있다.

한벽루의 역사는 의외로 깊어 고려시대에 처음 신축됐다. 나름의 사연이 있다. 고려시대 청풍은 '군'(郡)이 아닌 '현'(縣)이었다. 중앙 관료가 직접 파견되지 않고 이웃 수령의 통치를 받았다.

이런 궁벽한 시골에서 청풍현 출신인 '청공'이라는 스님이 왕의 스승, 즉 왕사가 됐다. 제 27대 충숙왕(忠肅王·1294~1339) 때의 일이다. 청풍 한벽루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누각으로, 이때 행정 지위도 '현'에서 '군'으로 승격됐다.

한벽루는 경관이 빼어난 곳에 위치하다 보니 하륜, 정인지, 이황, 우암 송시열,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등 유명한 묵객들이 자주 찾았다. 이중 하륜은 한벽루 중수기를 남겼다.

조선초기 문신인 하륜(河崙·1347∼1416)은 우리 고장이 아닌, 지금의 경남 진주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한벽루 중수기를 쓴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중수기 행간에 그 힌트가 들어 있다.

'내가 옛날 충청도관찰사로 있을 때에 정군은 바야흐로 지안성군사(知安城郡事)로 있어서 이름이 치적(治績)의 최(最)에 있었기 때문에 내가 비로소 그 사람됨을 알았다.'-<하륜 중수기 중에서>

정도전과 하륜은 조선 창업의 조력자들이다. 그러나 둘 사이의 인간적인 관계는 썩 좋지 않았던 것으로 사료 곳곳에 나타난다. 그는 정도전의 미움을 받아 계림부윤으로 좌천되는 등 한때 외직(지방직)을 전전했다.

하륜이 충청도관찰사을 역임한 것은 바로 이 즈음이다. 인용문 중에 '정군'이라는 표현이 보인다. 조선 개국의 또 다른 공신인 정수홍(鄭守弘·?~?)을 일컫고 있다.

조선시대 들어 한벽루를 처음 중수한 인물이 바로 정수홍이다. 그는 한벽루를 중수한 후 그 중수기를 지인 하륜에게 부탁했다. 그렇다면 정수홍은 당시 청풍현감으로 재직하고 있던 것이 된다. 한벽루 중수기에 정수홍이 하륜에게 부탁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내가 고을에 이르러 다행히 나라가 한가한 때를 만나서 금년 가을에 공장을 불러 수리하여 들보ㆍ도리ㆍ기둥ㆍ마루의 썩고 기울어진 것을 새 재목으로 바꾸지 않은 것이 없으니, 청컨대 그대는 다행히 기를 지어서 뒤에 오는 사람에게 보여라' 하였다.'-<하륜 중수기 중에서>

중수기 내용 중에는 '나는 듣고 즐거웠으나 바빴기 때문에 한 번 들어가서 올라가 구경할 여가가 없었다'라는 하륜의 독백도 보인다. 따라서 하륜은 한벽루에 직접 오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것을 떠나 하륜은 청풍과 한벽이라는 이름에 큰 호감을 가졌다.

'청풍(淸風)의 칭호와 한벽(寒碧)의 이름은 듣기만 해도 오히려 사람으로 하여금 뼈가 서늘하게 한다. 훗날 혹 능히 적송자(赤松子)와 함께 놀 소원을 이루어 다시 죽령 길을 지나게 된다면…'-<〃>

적송자는 중국 고대 선농(禪農) 시대의 비와 관련된 인물로, 뒤에 곤륜산(崑崙山)에 들어가서 선인(仙人)이 되었다는 신화를 지니고 있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