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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1.04.12 18:35:5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조혁연 대기자

성안은 인구가 조밀하고 또 목재건물도 적지 않게 존재, 보기와 달리 화재에 취약한 편이다. 1419년(성종 2) 함경북도 회령성 안에서 대화재가 발생했다.

'영안도 관찰사 성준(成俊)이 치계 하기를, "3월 10일 회령부의 성 안에서 실수로 불이 나 연달아 3백여 집을 태우고 남녀 6명과 소 3두와 말 4필이 타서 죽고, 관중(官中)에 소장된 문서와 군기(軍器)도 타서 훼손된 것이 거의 10분의 8에 이르렀으니…'<성종실록>

당시 조정은 안 되겠다 싶었는지 경차관(敬差官)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경차관은 조선시대 때 특수임무를 띠고 각 도에 파견되는 관리를 일컫는 말로, 세곡, 군사, 구황, 재민(災民)과 관련된 업무 등을 수행했다. 이때 경차관으로 선발된 인물이 황계옥(黃啓沃·?~1494)이다.

성종이 변방의 화재에 이같이 신속한 결정을 내린 것은 화재의 규모도 그렇거니와 여진족의 침입을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황계옥이 성종을 알현하고 회령으로 출발했다.

'아마도 야인(野人)이 틈을 타서 소란을 피울 듯합니다. 이 고을은 다른 여러 고을의 예가 아니고 야인이 왕래하면서 살펴보는 경우가 매우 많으니, 관사(館舍)를 영조(營造)하지 않을 수 없으며, 또 실수로 불을 낸 인민을 구황하는 일도 늦출 수 없으므로 신은 곧 북도로 향하여 출발합니다" 하니…'<성종실록>

황계옥은 회령성에 도착하지 못했다. 중도에 병이 나면서 함북 거산역(居山驛)에 이르러 객지 횡사했다. 거산역은 지금의 북청 인근에 위치한다. 황계옥은 이때 실록사에 길이 남을 명언을 남기게 된다. 그것은 이순신의 "전쟁이 끝나지 전에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에 버금하는 것이었다.

'사신은 논한다. 황계옥이 영안도에 봉명사신으로 나갔다가 길에서 병이 나니, 종자(從者)들이 서울로 돌아가기를 청하였으나, 대답하기를, '내가 죽거든 시체로써라도 명령을 봉행하라.'고 하고, 힘써 병을 참다가 견여(肩輿)가 거산역(居山驛)에 이르러 죽으니…'<성종실록>

영안도는 달리 함경도로도, 견여는 간단한 가마로 달리 교자(轎子)라고도 불렀다. 성종은 이런 그에게 "쌀·콩 아울러 15석, 유둔(油芚) 3석, 회(灰) 20석, 종이 70권, 관곽(棺槨)을 내려 주도록 하라"는 교서를 내리는 것으로 마지막을 배웅했다.

황계옥이 경차관으로 나간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그는 성종의 신임을 두텁게 받고 있었다. 실록에 관련 내용이 등장한다. 황계옥이 "간언을 멀리하면 안 된다"고 면전에서 간언하고 있다.

'황계옥이 아뢰기를, "옛말에 이르기를, '묻기를 좋아하면 넉넉해지고 자기의 뜻만 쓰면 작아진다'고 하였으니 (…) 전하께서는 요즈음 간언을 따르시는 미덕이 점점 처음 같지 않으시어 대간이 아뢰어도 즐겨 받아들이지 않으시며…'<성종실록>

인용문 중 '묻기를 좋아하면 넉넉해지고, 자기의 뜻만 쓰면 작아진다'는 명문이 아닐 수 없다. 원문으로 옮기면 '好問則裕, 自用則小'가 된다. 황계옥은 우리고장 단양 사람으로, 신증동국여지승람의 단양편 우거조에 등장한다.

'본조 황계옥 과거에 올라 벼슬이 홍문관 응교에 이르렀다 문명(文名)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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