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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1.03.15 17:54:3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통 속의 철학자로 널리 알려진 디오게네스는 엄격한 금욕주의자였다. 그는 금욕주의 학파인 견유학파(犬儒學派)를 대표할 만한 인물이었다. 가진 것이라곤 지팡이와 허리에 찬 표주 박 뿐이었다. 어느 날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이 통 속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디오게네스를 찾아왔다. 대왕이 그에게 소원을 묻자 그는 "제발 몸을 비켜서서 폐하의 그림자를 치워 달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알렉산더 대왕은 심히 부끄러워하며 "내가 만일 알렉산더가 아니었더라면 디오게네스가 되었을 것"이라고 자탄했다. 이것이 페르시아 등을 정복하며 유라시아에 걸쳐 대제국을 형성한 알렉산더 대왕과 마음을 정복한 디오게네스의 유명한 대화다.

햇볕은 세상 만민에게 똑같이 쏟아지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기 마련이다. 게다가 인위적인 그림자가 사람들을 더욱 숨 막히게 한다. 현대생활에서도 통 속으로 쏟아지는 햇볕을 가로막는 알렉산더의 그림자는 헤일 수 없이 많다. 그 대표적인 건축물이 바로 고층 아파트다. 오늘날의 현대도시는 구름 위로 솟은 마천루(摩天樓)가 숲을 이루고 있다. 우리가 초등학교 시절에는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102층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고 배웠는데 그것은 옛 이야기가 됐다. 뉴욕, 두바이 할 것 없이 이보다 높은 빌딩이 앞 다퉈 올라간다. 바벨탑을 쌓으려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우리나라도 고층빌딩의 키 재기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전국 도시 곳곳을 돌아보아도 천편일률적으로 고층 아파트가 숲을 이룬다.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에서 주택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안은 역시 아파트에 있다. 그래서 전국 각 도시가 고층 아파트를 경쟁적으로 짓고 있지만 요즘 전세대란이 말해주듯 주택난을 완전 해소치 못하고 있다. 서울의 강남이나 분당 등지를 둘러보면 마치 우주도시를 보는 것 같다. 지역의 군소도시도 서울 흉내를 내다보니 하루가 다르게 시멘트 문화로 빠져든다. 그러다 보니 도시마다 특성과 정체성을 잃어가면서 서로 비슷비슷해진다. 오늘날 도시의 모습은 너나 할 것 없이 시멘트 화장독으로 퉁퉁 부어있다.

전원도시를 표방하는 청주도 마찬가지다. 1980년도부터 시작된 아파트 문화는 순식간에 청주시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용암동, 분평동, 산남동 등 신흥개발 지구에는 아파트 일색이다. 아파트는 나날이 고층화의 속도를 내고 있다. 대농이 있던 자리에 45층인 G아파트가 들어섰고 구도심의 하나였던 사직동에도 41층짜리 D아파트가 들어섰다. 앞으로 인근에는 또다른 59층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설 채비를 차리고 있다. 슬럼화 된 도심을 정비하고 주택난을 해소한다는 당위성을 갖고 있어 반대 명분의 입지가 작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번 청주시의 시상(市像)과 역사성에 비추어보면 초고층 아파트는 상당한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정서뿐만이 아니라 실생활에 있어서도 도심의 고층아파트는 상당한 불편을 준다. 고층아파트 입주자들이야 시야가 탁 트이고 볕이 잘 드는 이점이 있겠지만 그 주변에 사는 주민들의 고통은 심할 수밖에 없다. 오후 3시만 되면 고층 아파트의 그림자가 저층 건물을 덮어씌운다. 저층 건물의 옥상에서는 식물이 잘 자라지도 않는다. 가정생활의 면면도 상당수 노출되기 마련이다. 한마디로 조망 권, 일조권을 을 박탈당하고 있다. 사직동 일대가 신흥 개발지로 애당초 아파트 단지였다면 그런대로 이해될 수 있으나 이 일대는 구도심으로 개인주택이나 빌딩이 있다 해도 대부분 5층 미만이다. 이런 성격으로 마을을 이룬 기존의 도심에 느닷없이 40층이 넘는 고층 아파트가 지어졌다. 시각적으로도 주변 건물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청주사람들이 서울 등 외지에 갔다. 청주 가로수 길에 들어서면 왠지 모르게 푸근한 맛을 느끼게 된다. 여기에다 사창말 고개(시계탑)를 넘어서면 청주의 진산 우암산이 우리를 반긴다. 사창말 고개에서 우암산을 바라보는 맛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이 편안하다. 그런데 사직동에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서부터 그 맛이 줄어들었다. 초고층 아파트가 우암산의 상당부분을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민들의 조망권은 무시돼도 괜찮은 것일까. 도심 재개발도 좋지만 앞으로는 시민의 조망권을 고려하는 주택정책을 폈으면 한다. 알렉산더 대왕의 그림자로 고통을 받는 디오게네스가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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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