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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1.03.03 21:05:11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조혁연 대기자

우리나라 상례(喪禮)는 생각보다 복잡한 면이 있다. 문상(問喪)은 타인의 상사(喪事)에 대하여 슬픈 뜻을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조문(弔問), 조상(弔喪)도 같은 뜻으로 볼 수 있다.

이밖에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상례 중의 하나로 '심상'(心喪)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상복을 입지 않은 채 마음으로 슬퍼하는 것을 말한다. 원래는 스승을 위한 상례였으나 재가한 어머니 또는 계모, 적모(嫡母)를 위해 할 수 있다. 적모는 자신을 낳지 않았으나 법적인 어머니를 말한다.

조선시대 때 '심상' 때문에 목숨을 잃은 고위 관료가 있다. 매우 유능한 관료였으나 연산군이라는 시대성을 잘못 만나면서 뜻을 펴지 못하고 중도에 목숨을 잃어여만 했다. 정성근(鄭誠謹·?∼1504)이라는 인물이 여기에 해당한다.

정성근은 승지에 오르는 등 성종의 은혜를 입었고, 따라서 그가 승하한 이후에도 심상의 자세를 가졌던 모양이다. 조선의 국시가 유교인 만큼 이는 어찌보면 칭찬받을 일이다.

그러나 연산군에게는 이같은 모습이 달리 보였던 모양이다. 생모 폐비윤씨의 죽음과 관련해 연산군의 가슴 속에는 항상 아버지 성종에 대한 증오의 마음이 쌓여 있었다. 실록 곳곳에서 그런 흔적이 발견된다. 성종에 대한 심상이 빌미가 돼 정성근이 국문장으로 끌려 나왔다.

'의금부 도사 신함(申涵)이 정성근을 잡아와서 아뢰기를, "성근이 고문을 받고, 공술하기를, '신이 성종의 은총을 입은 것이 여러 신하들보다 배나 되기 때문에, 망령된 생각을 고집하여 심상(心喪) 3년을 한 것이요, 별로 다른 정실이 있은 것이 아닙니다' 합니다" 하니'-<연산군일기>

그는 상식적으로 도저시 이해되지 않는 연산군의 당시 심리상태를 시로 남기고 있다. '하늘 아래 이런 일이 어찌 있을까'라고 읊조렸다.

'내가 임을 생각하는 마음에 비하면(以我思子心) / 임에겐 내 마음 같음이 없네(子無我心似) / 임의 마음 참으로 내 마음 같다면(子心苟可似) / 하늘 아래 이런 일이 어찌 있을까(天下寧有是) / 임이 나를 생각해 주긴 어렵다 해도(思之縱難能) / 미워하지 않는다면 그런대로 좋겠네(無疾猶可以)-<해동야언>

국문이 시작된지 두달여만에 정성근에게 극형이 내려졌다. 베어진 머리를 저잣거리에 내거는 효수형도 첨부됐다.

'전교하기를, "김취인·정성근을 함께 처형하여, 머리를 철물전 앞 다리에 매달라" 하고, 어서(御書)를 내리기를, "성근은 간사한 생각, 거짓 충성으로 은밀히 아첨하는 생각을 가지고, 시제(時制)를 어기어 가며, 3년간 소식(素食)을 한 죄이고…'

원통함 때문에 그의 아들 주신(舟臣1472~1504))도 '가슴을 치며 울고 음식을 먹지 않다가 죽었다'고 해동잡록을 적고 있다.

정성근은 우리고장 태생은 아니지만 충주목사를 지냈다. 사료는 그가 선정을 베풀었다고 쓰고 있다.

'목사가 되어 정사에 있어 청렴하고 신중한 것을 숭상하였다. 사람됨이 충효 정직하였다. 과거에 올라 벼슬이 승지에 이르렀고, 일찍이 성종을 위해 3년 동안을 심상하였다. 연산조에 죽음을 당했다.'-<신증동국여지승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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