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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1.02.22 18:02:3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조혁연 대기자

조선시대 때 충북에는 보은(후에 군으로 승격), 제천, 회인, 연풍, 음성, 청안. 진천, 영춘, 영동, 황간, 청산 등 11현(縣)이 존재했다. 이들 현에는 종6품 외관직인 현감이 파견됐다.

현감의 임기는 6년으로 관찰사의 3배에 해당했다. 이처럼 현감 임기가 의외적으로 길었던 것은 중앙 관료들의 지방근무 기피현상과 관련이 있다. 자원자가 많지 않다보니 임기를 길게 하는 방법이 택해졌다.

조선 세종 때의 우리고장 영동 현감으로 곽순(郭珣)이라는 인물이 부임해 왔다. 이 즈음 영동지역은 계속된 가뭄으로 식량난을 겪고 있었던 모양이다. 곽순의 하직 인사를 자리에 세종이 이와 관련된 내용을 언급한다.

'영동 현감 곽순(郭珣)과 신천현감 박기명(朴基命)이 하직을 고하니, 불러들여 보고 곽순에게 이르기를, " 그 도에는 근래에 실농하여 백성의 생활이 넉넉하지 못하니, 항상 구휼을 더하여 형벌을 삼가고 농사를 장려하라" 하고…'-<세종실록>

그러나 영동지역의 식량난은 조정에서 보기보다 훨씬 심각했던 것 같다. 곽순은 올린 상언에는 "10명 중 8,9명이 굶고 있다"고 적혀 있다. 상언(上言)은 신하가 사사로운 일로 임금에게 글을 올리던 일을 말한다. 간관(諫官)이 올리는 상소(上疏)에 비해서는 그 격이 다소 낮은 편이다.

'양식이 떨어진 사람이 10명에 8, 9명이 되는 셈이었습니다. 오직 풀잎과 소나무 껍질로 연명을 하고 있으므로 종자와 식량은 오로지 환상(還上)만 바라고 있었습니다.'-<세종실록>

인용문에 등장하는 '환상'는 환곡과 같은 말로 흉년이나 춘궁기(春窮期)에 곡식을 빈민에게 대여하고 추수기에 이를 환수하던 진휼제도를 일컫고 있다.

곽순은 안되겠다 싶었던지 급한대로 영동고을 백성들에서 환곡을 먼저 빌려주고 나중에 상급자인 충청도관찰사에게 이를 보고했던 모양이다. 그의 상언에 관련된 내용이 등장한다.

'신이 백성을 기르는 직임을 맡은 자로서 그것을 차마 괄시(恝視)할 수가 있겠습니까. (…) 환상(還上)를 주는 것도 진실로 시기에 맞출 수가 없어서, 혹은 먼저 주고 뒤에 보고하기도 하고, 혹은 그 굶주려 안색이 누래진 것을 보아서 나누어 대여(貸與)도 하였사온데…'-<세종실록>

이는 그 뜻은 좋지만 엄연히 절차 위반이었다. 당시 법으로 탄핵 대상이었다. 그러나 세종은 역시 어질고 덕이 뛰어난 성군(聖君)이었다. 세종은 '절차보다 굶주리는 백성이 먼저'라는 식의 결정을 내린다.

'사헌부에서 곽순이 제 마음대로 환상(還上을) 준 죄를 탄핵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지난번에 성달생 등도 또한 이 일로써 죄를 받았는데, 그 후에 다시 생각하여 보니, 혹시 남양·죽산 등지의 흉년과 같은 것이 있었다면 급히 구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만약 반드시 전하여 보고한다면 늦어서 일이 제때에 미치지 못할 것이니, 비록 먼저 나누어 주고 후에 아뢰었더라도 옳을 것이다" 하였다.'-<세종실록>

서두에 현감의 임기를 언급한 이유가 있다. 곽순은 현감 임기가 지나치게 길다고 생각했는지 이를 3년으로 단축하는 것이 좋다는 내용의 상언을 올리기도 한다. 그는 적극적인 지방행정 관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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