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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삼겹살과 소주 한잔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술맛이 계절을 가릴까 마는 으슬으슬 한기(寒氣)가 옷깃을 파고드는 겨울이 찾아오면 연탄불 위에서 지글거리는 삽겹살이 더욱 먹고 싶어진다. 청주사람들은 삽결살에 대한 기억을 거의 가지고 있다. 청주지역만 해도 삼겹살 구이를 취급하는 곳이 수도 없이 많다. 두툼한 삼겹살이 연탄 위에서 지글거리면 파블로프의 조건반사처럼 뱃속이 먼저 꼬르륵 거린다. 청주의 삼겹살은 고기 맛도 좋지만 상추, 깻잎, 마늘, 양파, 파절이 등 푸성귀와 양념류가 푸짐하게 나온다. 어느 삼겹살집이든 채소류를 더 달라는 요구에 웃돈을 받거나 귀찮아하는 집은 하나도 없다. 삼겹살과 더불어 넉넉한 인심이 우수리로 붙어 나오는 것이다. 다른 지역에 가서 삼겹살을 먹어보면 청주의 맛이 아니다. 고기 맛도 그저 그렇지만 더불어 나오는 채소류가 형편없고 야박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청주의 대표 향토음식을 삼겹살로 하자는 의견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민선 4기에 청주의 대표음식을 청주한정식으로 하여 개발했지만 시민의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값도 비싸지만 점심시간 등 정해진 시간 내에 이를 먹기란 쉽지 않다. 이것저것 백화점 식으로 반찬을 나열해 보지만 젓가락이 잘 가지 않는다.

대표 향토 음식은 우선 대중적이어야 한다. '전주비빔밥'이나 안동 '헛 제사밥' 처럼 메뉴가 단순해야 한다. 값이 헐한 것도 필수사항이다. 청주의 음식은 내륙이란 특성에 따라 해장국, 삼겹살, 올갱이국, 버섯찌개 등이 발달하였다. 지난 1960년대 까지만 해도 교통이 발달하지 못한 탓에 비린 자반은 구경하기조차 힘들었다. 생선회를 여기서 먹기 시작한 것도 1980년대 이후부터다.

내륙문화권의 중심에 있던 청주에서 해장국, 삼겹살 등 육류 섭취문화가 발달한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첫 번째 청주 우시장은 남주동 일대에 있었고 그 주변에 남주동 해장국집이나 피전거리가 형성되었다. 소몰이꾼이 먼 길을 가자면 육류로 속을 든든히 채워야 했다. 청주쇠전은 전국적으로도 유명했다. 경북의 의성쇠전, 경기도 수원쇠전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쇠전으로 꼽혔다. 남녘에서 북상하는 소몰이꾼은 의성~상주~청주~수원을 거쳐 서울에 이르렀고 또 한 갈래는 청주에서 진천~음성~용인을 거쳐 송파로 길을 잡았다. 쇠전의 형성은 육류섭취 문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소백산맥 맑고 푸른 산에서 각종 버섯이 무진장 자란다. 이를 채취하여 각종 양념과 함께 끓이는 버섯찌개 또한 미식가의 입맛을 돋운다. 한국화단의 거목인 고 운보 김기창 화백도 생전에 북일면 형동리 화실에서 버섯찌개를 찾아 서문동 5거리를 자주 왔다. 후평(뒤뜰)박대천 등지에서 잡은 올갱이도 청주 대표음식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맑은 물에서 잡은 올갱이를 일일이 까서 된장국에다 여러 양념을 넣고 끓이면 올갱이국이라는 별미가 탄생한다. 예로부터 올갱이는 간(肝)에 좋다고 하는 어패류다.

청주에서 삼겹살집의 효시는 청주약국 옆에 있던 '만수집' '딸네집'으로 기억된다. 퇴근 길에 이곳에 들러 삼겹살을 곁들여 빨간 딱지 J소주를 한잔 들이키면 목구멍에서부터 '따르르'하는 진동이 전해왔다. 1960년대부터 생겨난 삼겹살집은 모두 연탄구이였다. 벌건 연탄위에다 석쇠를 놓고 삽겹살을 구우면 우선 냄새부터가 죽여줬다. 연탄가스에, 삼겹살 굽는 연기가 코와 눈을 자극하여 눈물을 흘리게 하고 재채기를 나게 해도 그 지글거리는 냄새를 따라 젓가락이 석쇠와 입을 부지런히 오갔다. 여럿이 삼겹살을 먹으면 고기를 뒤집기가 무섭게 없어지기 때문에 젓가락으로 고기가 익을 때까지 꾹 누르거나 상추 쌈에 감추는 일도 있었다.

그 후 삼겹살 구이는 청주 전역으로 퍼졌는데 구 속리산 고속터미널 옆에 있던 '고속주점'이 가장 유명했다. 고기 맛이 유별나게 좋았다. 서민의 애환이 서린 삼겹살 구이는 오늘날 지천으로 널려있지만 그 전 같은 맛이 안 난다. 육질이 변한 것일까, 입맛이 변한 것일까. 삼겹살은 청주의 대표 향토음식으로 지정하기 충분하다. 누구나 좋아하는 대중성을 갖고 있는데다 값 또한 헐한 편이다. 많은 사람들은 우리나라 삼겹살의 원조가 청주라고 말한다. 소주 한잔과 삼겹살 안주로 고된 삶을 달랬던 시절이 어제 같다. 명품 삽겹살을 만들어 청주를 대표하는 향토 음식으로 삼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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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