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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섭

청주공예비엔날레 총괄부장

8월의 숲은 온통 푸르다. 아니, 푸르다 못해 검푸르다. 장엄하다. 거대하다. 그 숲속에서 파닥거리는 생명의 소리와 생명의 춤사위를 보라. 생기발랄한 윤기 흐르는, 진하고 진한 숲속 풍경화에 검은 방점을 찍는 것 같은 순결함을 느낀다. 4월엔 온통 꽃 천지고 달빛보다 밝은 어둠이 계속되더니 어느새 꽃비 흩날리고 8월엔 초록의 숲으로 가득하다. 10월이 오면 붉은 물감을 한 옷으로 갈아입을 것이고 겨울엔 순백의 꽃가루가 지천으로 널려 있을 것이다.

숲속은 발 닿는 곳마다, 눈길 마주치는 곳마다 붉은 열매로 가득하다.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아, 낙원이 따로 없다. 계곡물의 낙수소리, 햇살과 바람 부서지는 소리, 그 소리에 더욱 빛나는 크고 작은 잎새들과 산새 들새들의 날렵한 몸짓은 얼마다 기운차던가. 붉은 열매는 그 속에 숨어서 빛났다. 달고 떫은맛의 보리수, 통통하고 수줍어 붉게 웃는 달차근한 맛의 산딸기, 작고 몽글한 붉은 열매가 가지마다 주렁주렁 열려있는 복분자와 통통하게 익어가는 머루, 그리고 햇살에 그을려 붓질한 것처럼 검게 익은 까마종…. 딸아이는 그것들을 보면서 "어머, 색깔이 오고 있어, 색깔이…"라며 예쁜 비명을 질렀다. 옛날 시골 아이들은 산속으로, 계곡으로 휘리릭 달려가서 톡 따먹곤 했는데 그 생명, 그 햇살이 무럭무럭 자라서 지천명을 향해 달리고 있으니 세월은 무상하고 내 마음은 정처 없다.

근 10년째 산성길을 걷는다. 약수터에서 오르는 길, 옹기박물관에서 시작하는 길, 양궁장을 등지고 떠나는 길 등 앞 선 사람들이 흔적을 만든 곳이라면 그 어느 곳도 마다않고 오르고 또 오른다. 꽃피고 녹음 우거지고 단풍들고 흰눈 쌓여 칼날 같은 바람 부는 그날도 어김없이 산성길을 향하고 있었다. 아니, 산성길을 걷는 게 아니라 비루하고 던적스럽고 누추하기 짝이 없는 물욕의 세상을 피해 자연의 길을 자박자박 걷고 있는 것이다.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나뭇잎 햇살 부서지는 소리에 내 마음 기대고, 흰구름 뭉게구름 비구름을 벗삼고, 산성 아래에 펼쳐져 있는 도시까지 품으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 모두 내 것이다.

그렇다. 숲의 또 다른 이름은 새로움이요 신선함이다. 그래서 숲 속의 모든 생명들에게 귀 기울이면 '수글 수글~' 혹은 '숙울 숙울~' 소리만 있을 뿐이다. 맑고 깨끗한 숲속의 나뭇잎 부딪히는 소리이며 새소리 바람소리인 것인데 산성 사람들은 숲을 '수글'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처럼 오랜 시간 한결같은 마음으로 산성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은 성곽의 이끼 속에 숨어있는 역사의 숨결 때문이 아닐까. 일찍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 외침에 상처입고 정여립의 난, 이괄의 난, 이인좌의 난 등 각종 변란의 중심에서 한 발짝 물러서지 않았던 저 지존을 보라. 한성으로 연결되는 길목이기 때문에 선비들이 이곳에서 잠시 여정을 풀기도 했을 것이고 주막에서 걸쭉한 막걸리 맛에 시름을 덜기도 했으리라. 팔도의 소식이 궁금한 사람들과 파발마도 이곳에서 여흥을 즐기지 않았을까.

산성은 지금 곡절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 누구에게도, 어느 시대에서도 큰 소리 한번 지르지 못하고 시리고 아픈 삶의 이야기를 가슴속 깊이 묻어두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산성에 오르면 자연의 신비로움과 역사의 깊은 맛에 마음까지 숙연해 진다. "야~호~"하고 큰 소리로 외쳐보라. 메아리가 없다. 묵묵부답이다. 습하고 어두운 이끼 속으로, 솔잎 속으로 힘없이 밀려들어가고 만다. 아, 한 많은 사연이 있었던 게 틀림없다. 그래서 산성은 신비스럽고 매력이 넘치는 것이다.

나는 산성의 사계를 닮고 싶다. 깊고 푸르며 아름다운 삶, 나만의 분명한 색깔을 갖고 있으면서도 인내하고 베풀 줄 아는 미덕, 게다가 드넓은 세상을 향해 끝없이 도전하는 열정을 갖고 싶다. 일찍 피는 꽃은 남의 눈에 쉽게 보일 수 있어도 열매를 맺지 못한다고 했다. 늦게 피더라도 야무진 열매로 남고 싶다. 지금 산성에는 붉게 익은 열매 터지는 소리로 가득하다. 산성으로 달려가 붉은 열매를 한 움큼 입안에 넣고 싶다. 새로운 희망, 새로운 에너지로 등목이라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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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