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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클린마운틴 - 함우석 주필의 청주천리(9)

청주의 산 따라 물 따라

  • 웹출고시간2023.09.24 15:18:18
  • 최종수정2023.09.24 15:18:18

글 싣는 순서

1,우암산
2,상당산
3,구녀산
4,낙가산·것대산
5,선도산·선두산
6,양성산·작두산
7,부모산
8,미동산
9,목령산
10,동림산
11,은적산
12,옥화구곡
ⓒ 함우석주필
목령산 햇빛과 바람의 기세가 등등하다. 정갈한 햇빛과 청량한 바람이 조우한다. 조르륵 햇빛 받은 나뭇잎이 반들거린다. 자연의 순환을 몸으로 느끼는 시간이다. 드넓은 오창 뜰을 눈에 담고 길을 잇는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걷는 능선길이다. 소나무가 무성한 길로 천천히 접어든다. 거미줄을 피하니 나뭇가지가 콕 찌른다. 좁은 계단을 지나니 숲길이 더없이 맑다. 평소의 아름다움과 사뭇 다르게 울린다.
[충북일보] 잠시나마 일상의 궤도에서 이탈하고 싶다. 그리고 그곳에서 쉼표를 찍고 싶다. 어느 나무 그늘 아래서 졸고 싶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떠돌고 싶다. 길을 만든 역사의 군상들과도 만나고 싶다. 길은 산속의 인대다. 봉우리와 능선을 잇는다. 청주의 산길과 물길 12곳을 선정해 둘러보기로 한다. 청주의 산길 물길 나들이다. 그곳에는 훌륭한 문화가치가 산재해 있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품고 있다. 새길 앞에 무엇이 돌출할지 모른다. 산과 숲, 물에 숨은 속살을 글과 사진으로 엿보려 한다.

목령산 안내도.

ⓒ 함우석주필
◇목령산(228m)

이른 산행을 위해 일찍 준비하고 나선다. 알싸한 피톤치드 많은 푸른 숲으로 간다. 솔 향 짙은 고즈넉한 산속으로 들어선다. 청량한 숲에 서늘한 기운이 한껏 감돈다. 녹음 짙은 나무숲에서 새소리가 들린다. 풀벌레도 가버린 여름을 요란히 알린다. 이제야 막 핀 가을꽃들이 고개를 내민다. 추석 앞둔 목령산에 가을 정취가 흐른다.

오전 9시30분께 장미공원을 출발한다. 200여 개 계단을 가파르게 올라간다. 가파른 계단 끝나니 벤치 쉼터가 반긴다. 소나무와 참나무, 밤나무가 잘 어울린다. 잘 익은 알밤과 도토리가 툭툭 떨어진다. 삼거리 지나 목령산 쪽은 아주 편안하다. 기막히게 호젓한 소나무길이 이어진다. 산객 반기는 새소리가 청아하게 울린다.

목령산의 가을산수 풍경이 꽤 호젓하다. 솔숲 너머 저수지에 안개가 뭉게뭉게다. 산골짜기마다 하얀 운무가 피어오른다. 상상 속의 수묵 수채 풍경화가 따로 없다. 몽환적 아침풍경이 그림처럼 빼어나다. 안개를 품은 저수지가 산수의 주인이다. 들녘엔 가을이 달콤하게 익어가고 있다. 붉은 단풍으로 물들 날 멀지 않아 보인다.

목령산 200계단.

ⓒ 함우석주필
다시 작은 오르막, 그 끝에 벤치가 두 개다. 산 아래로 오창읍 조망이 살짝 드러난다. 벤치 옆의 굵은 벚나무가 운치를 돕는다. 계단 끝 돌무더기 지나면 운동시설이다. 여기서 흙길을 번갈아 오르면 정상이다. 계단을 따라 능선 안부를 보고 직진한다. 천천히 오르니 어느새 정상이 나타난다. 장미공원 출발한 지 30분 정도 걸린다.

팔각정에 올라 청주 쪽을 길게 조망한다. 오창과 옥산, 진천까지 조망할 수가 있다. 수목이 우거져 조망이 예전 같지는 않다. 그래도 여기저기 한 눈에 담을 수는 있다. 아주 작지만 어느 풍경에 비할 바 아니다. 오창과 진천, 청주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이어진 갈림길에서 정면으로 직진한다. 계단을 내려서면 목령산 유래비가 있다.

정상까지 완만한 오름길이 쭉 이어진다. 쉼을 하는 곳곳이 전망대고 구경거리다. 싱그러운 가을이 하늘을 파랗게 칠한다. 새파랗다는 말로는 다 설명하기 어렵다. 아주 예쁜 파랑색이 하늘 위를 뒤덮는다. 조망이 좋아질수록 걸음이 조심스럽다. 천천히 느끼며 걷는 맛도 제법 쏠쏠하다. 거침없이 펼쳐진 경치를 마음껏 누린다.

목령산 팔각정.

ⓒ 함우석주필
팔각정에서 송천서원 쪽으로 이어간다. 숲길 분위기가 오를 때와 사뭇 달라진다. 단풍나무 등 활엽수가 청량감을 높인다. 헬기장에는 밤나무 가지가 뻗어 가린다. 예쁘게 난 두 갈래 길을 돌아 다시 만난다. 좀 더 내려가니 밤 줍는 사람들이 보인다. 길옆으로 실한 알밤 물은 밤나무 밭이다. 마을로 내려가는 길은 벚나무 터널이다.

가을날 가장 쉬우면서도 예쁜 산길이다. 야트막한 마루금이 부드럽게 일렁인다. 가을바람이 찬란한 하늘을 실어다준다. 적막한 숲에서 자연을 고즈넉이 즐긴다. 느슨해진 마음으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뭉게구름 솜사탕이 하늘 위로 떠다닌다. 높고 깨끗한 하늘이 가을을 더 맑게 한다. 한 폭의 풍경화를 그리는 가을 하늘이다.

목령산은 예전의 황량했던 산이 아니다. 피톤치드를 많이 함유한 소나무가 많다. 숲 속으로 들면 시원한 향을 느낄 수 있다. 피톤치드는 인체 면역력 강화에 최고다. 심폐기능을 강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심리적으로도 스트레스를 완화해 준다. 심신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초여름부터 초가을까지 방출량이 많다.

야생버섯.

ⓒ 함우석주필
시나브로 여름이 물러가고 가을이 왔다. 밤 기온이 자주 이슬점 이하로 내려간다. 밤과 낮의 길이가 같은 추분도 지나간다. 그러나 한낮 기온은 30도 가까이 오른다. 맑은 하늘 아래 가을볕이 기세를 올린다. 그 덕분에 산속 나무들은 여전히 푸르다. 그러나 조만간 목령산도 붉게 변할 거다. 절정의 가을 신호탄이 여기저기 보인다.

가을산행은 그 말만으로 가슴이 설렌다. 걸어갈 생각만 해도 심장이 쿵쾅거린다. 당장에라도 도시를 벗어나고 싶어진다. 목령산 걷기의 큰 즐거움은 숲멍 하기다. 시작부터 끝까지 숲길이 굽이쳐 흐른다. 햇빛 반짝이는 초록 물결이 휘돌아간다. 청명한 하늘과 시원한 바람이 마주친다. 한순간 눈 맑아지고 머리가 개운해진다.

청주에서 목령산은 사랑방 같은 산이다. 마음먹으면 언제라도 찾기 쉬운 거리다. 오창 도로가 좋고 등산로까지 완만하다. 유명산은 대개 험하고 걷는데도 힘들다. 실제로는 지루하고 힘들 때가 더 많다. 도심근교 산행의 매력은 편리함에 있다. 주말과 휴일 짧은 시간에 다녀올 수 있다. 초심자들도 부담 없이 도전해 볼 수 있다.
ⓒ 함우석주필
목령산의 들머리는 다양하게 열려 있다. 많은 등산객이 오르내릴 만큼 알려졌다. 횡단과 종단, 원점 산행 등을 다 할 수 있다. 체력에 알맞은 산행 계획을 세우면 된다. 청주산길 중에서 걷기 좋은 길 중 하나다. 소나무와 참나무 숲 산책로가 한적하다. 청주 근교의 산처럼 북적대지도 않는다. 주말과 휴일이면 적당히 붐비는 정도다.

9월이 단풍의 계절을 천천히 준비한다. 산에 오르지 않았다면 후회했을 날씨다. 맑은 시야에 감탄사가 연신 흘러나온다. 목령산에서 바라본 청주 쪽이 이채롭다. 아파트가 쉼 없이 성냥갑처럼 빽빽하다. 하지만 주변 산 위세를 뛰어넘지 못한다. 상당산성이 선을 그리며 청주를 알린다. 한남금북정맥이 인간의 것을 압도한다.

목령산은 도심과 붙은 매우 낮은 산이다. 산의 모양이 마치 따오기 같다고 전한다. 등산코스는 꽤 다양하게 만들어져 있다. 대부분 등산로라 하기보단 산책코스다. 오창 지역 학교마다 소풍장소로 찾는다. 산 정상에는 목령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설치 당시엔 동서남북 조망이 시원했다. 지금은 앞뒤로 나무가 우거져 별로다.

목령산 유래비.

ⓒ 함우석주필
그 옛날 정상부에서는 산신제를 지냈다. 자연을 숭배하고 재해예방을 위해서다. 일제강점기 사라졌다가 최근 부활했다. 매년 정월 보름날이면 산신제를 지낸다. 그 신성한 곳에서 바람이 잠시 쉬어간다. 정백한 순수의 향을 맡고 한참을 머문다. 숨통을 트이게 하는 치유 공간을 만든다. 상황은 그대로인데 마음이 너무 즐겁다.

저 멀리 오창평야에도 가을이 찾아든다. 소리 없이 느리게 다가와 풍요를 알린다. 내리쬐는 가을볕에 들판이 물들어간다. 한낮 볕이 여전히 뜨겁게 대지를 달군다. 왼 종일 녹색 숲과 들판을 익어가게 한다. 그늘진 작은 계곡은 무량하게 청량하다. 숲은 가을볕을 받아 더욱 기세가 오른다. 목령산정에 우뚝 선 소나무가 기운차다.

자연을 도심 곁에 두고 마음껏 즐겨본다. 느리게 걷고 느긋하게 세상을 바라본다. 시원한 바람 하나만으로도 쉼을 즐긴다. 일상을 다시 소중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흙 밟는 소리가 조용히 마음속에 스민다. 복잡한 세상과 만날 준비를 다시 한다. 작은 기쁨이 모여 삶의 행복을 선물한다. 시원한 바람 높은 하늘에 가슴이 벅차다.

목령산 청설모.

ⓒ 함우석주필
청주 하늘이 뭉게구름 뜬 코발트빛이다. 가을 초록 숲이 만드는 정취가 향긋하다. 단풍나무 하나가 벌써 노란 잎을 만든다. 홀로 가장 아름다운 가을을 준비 중이다. 산야의 채도가 어느새 조금씩 변해간다. 가을이 불러온 바람이 산 공기를 바꾼다. 숲은 강렬한 볕을 받아 색감이 건강하다. 자연의 숨결이 사람의 마음까지 품는다.

목령산 햇빛과 바람의 기세가 등등하다. 정갈한 햇빛과 청량한 바람이 조우한다. 조르륵 햇빛 받은 나뭇잎이 반들거린다. 바람결에 나뭇잎 하나가 투둑 떨어진다. 정자의 그늘에 앉아 그 풍경을 바라본다. 떨어진 졸참나무 잎이 꽃잎처럼 예쁘다. 자연의 순환을 몸으로 느끼는 시간이다. 목을 길게 내밀고 다음 낙엽을 기다린다.

정말 오랜만에 목령산 정자에서 쉼이다. 내려오는 길에 구름 뒤로 숨은 해를 본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던 급경사를 지난다. 9월의 들꽃들이 한들거리며 손짓한다. 짙게 흘러가는 구름이 지금을 선물한다. 평범했던 삶의 순간이 순식간 달라진다. 남은 인생을 저 고운 구름에 맡기고 싶다. 자연이 사람에게 주는 위안이 정말 크다.

드넓은 오창 뜰을 눈에 담고 길을 잇는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걷는 능선길이다. 낮지만 넓은 목령산의 품을 다시 느낀다. 소나무가 무성한 길로 천천히 접어든다. 거미줄을 피하니 나뭇가지가 콕 찌른다. 좁은 숲길을 지나니 하늘이 더없이 맑다. 소나무 한 그루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평소의 아름다움과 사뭇 다르게 울린다.

미답 샛길이 새로운 즐거움을 선물한다. 숨은 소류지가 생명의 숨결을 내뿜는다. 생명의 심장이 맥동하는 소리가 들린다. 치유의 공간에 다시 선 건강한 느낌이다. 아름다운 자연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물은 자연의 축복이고 생명 고동소리다. 걷던 중 홀연히 나타난 행복 오아시스다. 목령산길의 건강한 생태계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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