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해녀는 마지막 결심을 합니다. 한참 동안 숨고르기를 하고 마지막 숨을 모아 자맥질을 할 것입니다. 백 번 천 번 가보았던 물길 속을 따라 젊은 날의 황홀한 기억의 장소에 당도할 것입니다. 아직 그 자리에서 자라는 싱싱한 생명체를 보고 떨리는 손을 뻗어봅니다" 위 글은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의 최근작 '생명이 자본이다'의 서문으로서 자신을 놀라운 생명체의 비밀 장소를 알고 있는 '늙은 해녀'로 비유하며, 젊은 세대에게 생명의 길로 안내하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을 담고 있다. 다만 육신의 쇠약함으로 그 생명체를 직접 채취하지는 못하고 그 물길로 이르는 지도(책)를 펴냈노라고 한다. 그가 '2015 동아시아문화도시, 청주' 명예위원장을 수락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통합청주의 문화도시로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지도를 얻기 위해, 아직도 무한 광대한 지적 바다를 거침없이 누비는 영원한 '현역 해녀'를 찾았다. ◇수도서울은 심장이고, 충북은 위(胃)의 역할 이어령의 서울 평창동 한중일문화연구소는 북한산 자락을 병풍처럼 두른 채, 아늑한 둥지를 틀고 있다. '80대 나이에 얼리어답터((early adopter)같다'라고 한 김정운 교수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재능기부를 말하다 "해미야, 리듬과 템포를 잊지 마." 이제 막 골프를 시작한 김해미(16·청안중3)에게 KLPGA 김해림(27)투어프로의 말 한마디는 그대로 뼈가 되고 살이 된다. 해미에게 김 프로는 거대한 산이다. 작년 처음 연습장에서 처음 김해림 프로를 만났을 때는 꿈만 같았다. TV에서만 보던 프로선수가 눈앞의 현실로 나타났으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김 프로의 말대로 천천히 아이언을 들고 부드럽게 볼을 향해 힘껏 채를 휘두른다. 볼은 멋진 궤적을 그리며 목표점에 안착한다. "굿~샷!" 기부천사 KLPGA 김해림 투어프로는 환하게 미소 짓는다. 그녀에게 뜻하지 않은 제자가 생긴 셈이다. 하지만 김 프로는 제자란 말에 고개를 젓는다. "제자라니요. 엄연히 스승이 있는데요. 전 그냥 해미랑 연습하는 겁니다. 먼 미래의 동료로요. 아직은 어리지만, 언젠가는 저와 함께 시합을 뛰게 될 겁니다." 현역 투어프로에게 직접 지도를 받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간단한 '원 포인트 레슨'만 해줘도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단 한 푼도 받지 않는다. 그냥 자신이 갖고 있는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해준다. "언니랑 함께 볼을 치고 있으면 정말 행복해요. TV에 나오던
설날이 다가왔다. 정육점 안에 들어서니 홍등에 반사된 진열장 고기들이 선명한 핑크빛이다. "명절엔 돼지갈비가 꽃이 지유…·" 주인이 말하며 집채만 한 냉장고문을 연다. 뽀얀 안개가 일시에 뿜어 나온다. 갈고리에 꼬여 철봉 하는 갈비를 빨래 걷듯 벗겨 도마에 내려놓는 동시, 둔탁한 소리를 내며 육중한 문이 닫힌다. 노련하게 움직이며 고기를 다듬는 주인의 칼솜씨를 보자니 작년 설날 때의 일이 스친다. 설 전날, 팔남매 장남인 남편의 멍에처럼 묵직한 양의 갈비를 사다 커다란 스텐 그릇에 쏟았다. 핏물을 빼려고 물을 부운 뒤 양념장을 만들었다. 다양한 양념들처럼 동기간들 성품도 다양하다. 간장처럼 짭짜롬한 둘째, 맏딸이라 강판에서 부서지는 배처럼 동생들 업어 키우느라 희생한 셋째, 참기름처럼 맛깔스런 분위기메이커 넷째, 대추처럼 다소곳한 다섯째, 마늘처럼 눈이 아린 여섯 째, 그리고 설탕처럼 달콤한 막내시동생과 막내 시누이라고 생각하며 소스를 섞어 통에 담아 꼭꼭 눌렀다. 시골집에 들어갔는데 하늘이 컴컴했다. 잔뜩 흐리다 싶더니, 오후 들어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맏며느리 삼십년에 그날처럼 폭설이 쏟아진 설날 전야는 없었다. 아뿔싸! 갈비재운 것을 두고 왔다. 양이
수십 억 인구 가운데 생김과 느낌, 마음씀이 똑같은 사람이 하나도 없는 건 그렇게 해야 서로 주고 받는 것이 있기 때문이야.-윤구병 中나의 존재는 우주의 모든 생명체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끊임없이 도움을 받고 있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는 것이다. / 윤기윤기자 jawoon62@naver.com
류귀현 충북문화원연합회장(청주문화원장)이 16일 한국문화원연합회 부회장에 취임했다. 류회장은 지난 1월 말 열린 한국문화원연합회 정기총회에서 5명의 부회장 중 1인으로 선출된 후, 이날 취임한 것이다. 부회장은 서울, 경기, 대전, 충청, 강원, 영남, 호남 등 전국 5개 권역별로 1명을 선임하는데 류 회장은 대전, 충청, 강원지역을 대표하는 부회장으로 선출됐다. 한국문화원연합회는 전국 229개 지방문화원이 속한 단체로 각 지방문화원의 문화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 윤기윤기자 jawoon62@naver.com
아내의 외할머님은 올해 아흔 셋 되시는데 주로 처가에 기거하신다. 8남매의 맏딸인 장모님이 주로 모시는 셈이다. 아들이 여섯이나 되는데도 딸의 집에 계시는 걸 보면 아들만 둘인 나의 불행한(?) 처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외할머님은 귀가 무척 어두우셔서 그렇지 총기도 좋으시고 연세에 비해 비교적 건강하신 편이다. 얼마 전 백내장 수술을 하셔서 처가에서 요양하고 계신 외할머님을 뵈러 갔다. 들어가니 수술한 눈은 안대를 하시고 한쪽 눈도 감으신 채로 침대에 누워 계셨다. 그런데 그렇게 눈을 감고 누운 채로 입에는 미소가 감돌고 있었다. 때마침 텔레비전에 나오는 드라마를 듣고 계신 것 같았다. 거인의 목청처럼 떠드는 텔레비전 볼륨을 줄이고 소리소리 고함을 지르다시피 문안 인사를 드렸다. 무척 반가워하시며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셨지만, 워낙 청력이 약하셔서 대화를 오랫동안 계속 이어가기는 힘들었다. 그러니 평소에 식구들과 편안한 대화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방을 나오며 우리나라에서는 텔레비전만한 효자가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국적으로 많은 노인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기 때문이다. 일 년에 몇 번 얼굴 보기 어려운 자식들보다 오히려 텔레비전이 노인들과 더
국립청주박물관은 설과 정월대보름을 맞이해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이 다양한 행사에 참여해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설날, 우리 집 가훈을 만들고 영화도 만끽설날 당일인 19일과 20일에는'가훈 써주기'와 2015년 양(羊)의 해를 기념한'양(羊) 탁본체험'을 준비했다. 관람객은 서예가가 친필로 족자에 쓴 가훈과 아이들이 직접 두드려 만든 양이 새겨진 탁본을 명절 선물로 받을 수 있다. 두 행사 모두 청명관 로비에서 이날 오후2시부터 5시까지 진행한다. 18일부터 22일까지 청명관 대강당에서는 오후1시30분과 오후4시 2차례에 걸쳐'슈퍼미니'등 5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어린이박물관 앞뜰에서는 전통놀이와 전통악기를 체험할 수 있는 행사도 마련했다.◇정월 대보름, 부럼 먹고 소원을 하늘로! 내달 5일 정월대보름에는 오후6시30분부터 관람객에게 부럼을 담은 복주머니를 나누어주고 신나는 공연을 볼 수 있다. 더불어 관람객들의 소원을 적은 소원지를 하늘로 보내는 행사도 준비했다. 소원지는 18일부터 박물관에서 적을 수 있으며, 관람객의 소원지는 정월대보름 때까지 박물관 돌탑에 매달아 둘 예정이다. 국립청주박물관 관계자는"명절 행사가 많이 감
○…작년 말, '시립예술단 20주년 공연' 예산으로 책정된 오페라제작비 3억은 '오페라추진위원회'를 통해 청주시에서 한 작품을 선정, 제작하기로 잠정 결정. 오페라제작비 3억이 책정되자, 청주시와 함께 각각 1억원의 예산을 받아 오페라축제를 꿈꿨던 2개의 민간 오페라단은 스텝으로 힘을 보태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 그러면서도 "제대로 된 오페라공연을 위해서는 먼저 하드웨어적인 보강이 필요"하다며 "아무리 좋은 작품을 무대에 올리려 해도 현재 청주예술의 전당 시설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 섞인 반응을 보임. / 윤기윤기자 jawoon62@naver.com
청주시청 양궁부는 9일부터 12일까지 보은군민체육센터에서 열린 17회 실업양궁연맹회장기 실내대회에서 남녀부 정상에 올랐다. 남자 양궁부 김우진은 12일 열린 남자 리커브 결승전에서 국가대표 동료 이승윤(코오롱)을 세트점수 7-1로 꺽었다. 여자 양궁부 홍수남은 여자 리커브 결승전에서 성혜경(하이트진로)을 6-4로 따돌렸다. 김우진과 홍수남은 혼성팀으로 짝을 이룬 결승에서도 전북 나성훈, 박예지 조를 5-4로 따돌리고 2관왕에 올랐다. 또한, 남자 양궁부는 단체전 퀄리피케이션 1위 및 올림픽라운드 2위, 개인전에서는 김우진 2위, 배재현 3위를 기록했다. 여자 양궁부는 단체전 퀄리피케이션 2위 및 올림픽라운드 3위, 개인전에서는 안세진 3위, 최보민 3위를 기록했다. 실내양궁경기는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월드컵과 같은 실외대회를 준비하는 궁사들이 실전감각을 끌어올리는 대회다. 사거리가 18m로 짧고 과녁이 작으며 바람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게 실외양궁과의 차이이다. / 윤기윤기자 jawoon62@naver.com
참조은치과병원는 12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충북지역본부에 빈곤가정 아동의 교복지원을 위한 후원금 500만원을 전달했다. 이날 전달된 후원금은 청주지역의 빈곤아동 중 상급학교 진학 예정인 10명의 아동에게 교복구입비 및 신학기 용품비로 지원 될 예정이다. 김진호 대표원장은"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열심히 생활하면 주변의 따뜻한 손길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아이들이 희망을 가지고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 윤기윤기자 jawoon62@naver.com
[충북일보] 식사 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손님이 연이어 들어선다. 혼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손님이 있는가 하면 오늘 저녁을 위해 포장하는 손님, 선물용으로 예쁘게 포장해달라는 손님, 내일 점심 포장을 예약하는 손님도 있다. 포장하는 메뉴도 다양하다. 진열장에 보이는 빵 메뉴부터 6가지 종류의 샌드위치, 라자냐, 샐러드, 잠봉뵈르 등 신중한 선택이 이어진다. 스피카 카페에서는 청주 흥덕초등학교 정문이 바로 보인다. 통창 너머로 재잘대는 아이들의 모습부터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환하게 들어오는 채광이 따스한 공간을 연출한다. 오전 10시부터 7시까지 문을 열고 있는 이곳에서는 재료가 떨어지기 전까지 맛있는 냄새가 새어 나온다. 스피카의 이선영 대표는 10년 넘게 일본어를 가르쳤다.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음악과 영상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습득한 언어는 성인이 된 후 일본으로 떠날 용기를 줬다. 일본의 베이커리나 카페 등에서 일하고 공부하며 보낸 시간은 돌이켜 생각해도 만족스러운 기억이다. 한국으로 돌아와 좋아하는 언어를 가르치는 일을 계속하며 성취감이 있었지만 마흔이라는 나이가 다가오면서 다른 일을 생각하게 됐다. 40살이 되면 뭔가 달라
[충북일보]경기침체와 고물가 영향으로 설 선물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충북도내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의 경우 물가 상승 영향으로 10만 원 미만 선물 물량은 지난해 설 보다 5%가량 줄어든 반면, 대형마트들은 5만 원 미만 선물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보이는 백화점 선물세트는 물가 상승 영향으로 구성 상품들의 시세가 전반적으로 오른 영향이 크다. 설 성수품인 배 가격은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다. 6일 청주지역 기준 배(신고) 평균 소매 가격은 10개에 4만2천900원 이다. 지난해 보다 27.37% 비싸다. 지난해 배 생산량 감소와 저장단계에서 고온 피해로 인해 유통 가능 물량이 줄어들면서 가격 상승에 여파를 미쳤다. 이에 기존 사과·배에 더해 샤인머스캣이나 애플망고를 섞은 혼합세트가 증가했다. 명절 주요 선물 상품인 한우의 경우 포장 중량을 줄여 가격 부담을 낮추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대형마트는 '가성비'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고 있다. 지난해 설 보다 '5만 원 미만' 상품의 비중을 확대하거나, 커피·차 세트, 김·양말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선물 세트가 인기를 끈다. '1
[충북일보] 청주시가 여름철 폭우와 홍수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세웠다. 17일 시에 따르면 올 여름 청주지역 무심천 범람에 대비해 시민들의 통행을 자동으로 차단할 수 있는 시설을 조성한다. 이 자동차단시설은 갑작스러운 폭우나 장마기간 무심천의 수위가 위험수준에 달했을 때 시민들의 세월교 보행을 자동으로 차단하는 시설로, 시는 지난해 운천동 세월교 1곳에 양방향으로 이 시설을 설치해 시범운영했다. 시는 이달 내로 무심천 19곳 세월교 전체에 자동차단시설을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자동차단시설 1기를 설치하는데 소요되는 예산은 1천만원 수준으로, 모두 38개 시설에 3억8천여만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지금까지는 국지성 폭우가 쏟아지면 직원들이 세월교를 일일이 방문해 차단선을 설치했다. 그러나 올해부턴 원격으로 작동하는 이 시설을 무심천 전 구역에 설치해 재난대비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또 이 시설은 한번 설치하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예산투입 대비 사업효과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함께 시는 재난 예보·경보시설도 개선한다. 시는 노후화된 예보·경보시설을 점검해 혹시나 발생할지 모를 재난상황에 대비할 방침이다. 총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