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최승옥

음성문인협회 회원

남편의 초등동창 일곱 명이 친목모임을 30여 년 전부터 시작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부부 모임으로 하고 있다. 올해는 제주도로 날아가자며 새봄을 맞아 비행기를 탔다.

물 건너 제주에서 만나니 더없이 반갑다. 목소리가 까랑까랑한 서울 친구 부인이 일행을 이끈다. 그녀는 짧은 쇼트커트에 한쪽으로 가르마를 냈다. 큐빅이 박힌 머리핀을 꼽았는데 성격도 큐빅만큼반짝여서인지 TV의 나오는 연예인 같다.

얼마 전까지 세탁소를 운영 했던 그녀는 화장기 없는 맨얼굴이다. 처음 만날 때는 약간 투박한듯한데 보면 볼수록 매력이 넘친다. 여행하는 동안 실수가 있더라도 이해해 달라는 말까지 정감 있다.

이른 점심을 먹고 주변을 걸었다. 그녀가 내 옆으로 다가오더니 그간 살아온 이야기를 푼다. 한 달 전 세탁소 사업을 과감히 접었단다. 이십여 년 동안 가게 문을 단 하루도 닫은 적이 없다고 했다. 일을 접고 나니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며, 요즘 사는 게 가장 재미있는 시기라고 했다. 일할 때와 멈출 때를 아는 여인이다. 대부분은 일손 놓기를 두려워한다. 즐길 줄 아는 그녀와는 달리, 우리는 50대에 복숭아 농사를 시작했다.

남편은 굴착기 일만 하다 복숭아 농사를 짓겠다며 대들었다. 초보 농사꾼이라 처음부터 많은 묘목을 심지 않았다. 50주의 복숭아나무를 심었다. 전문가에게는 소꿉장난일지 모르지만, 우리는 잠 못이루는 나날이 많았다. 복숭아나무에 대해 전혀 알지도 못했고 농기구도 변변치 않아 이만저만 고생이 아니었다.

복숭아나무 소독하려 고무 통에 물을 받은 후 소독약정량을 희석하는 것조차 우왕좌왕했다. 호수를 경운기에 연결해서 약을 뿌릴 때 바람이 불면 소독약은 복숭아나무뿐만 아니라 사람한테도 날아들었다. 허점투성이였다. 이렇게 시작한 지 15여 년에 달한다. 그런데 갈수록 몸이 굼떠진다. 그녀와 달리 우리는 나이에 걸맞지 않은 역할에 매이는 건 아닌지 의기소침해진다.

일행은 호수 위 데크길을 지나 동백나무 숲으로 들어섰다. 온몸에 진한 동백 향이 감돈다. 머리 아픈 인공적인 향이 아니라 자연이 주는 본연 그대로의 진한 꽃향기를 맡으니 동화 나라에 들어선 것 같다. 바닥에는 온통 붉은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 동백꽃이 물들이고 있었다.

붉은 꽃 양탄자가 우리를 태우고 곧 하늘로 날아 올라갈 것 같다. 눈치 빠른 그녀가 가던 길을 가로막는다. 갖은 포즈를 잡게 한다. 지금, 이 순간을 기념으로 남겨야 한다며 영화 속 주인공처럼 연출하란다. 쉽진 않았지만 몇 번 하다 보니 자연스러워졌다. 그녀는 간간이 큰 소리로 삶이 뭐 별거 있냐고 외친다. 기운차다. 햇살을 받아 더욱 선명하게 빛이 나는 동백꽃, 빨간 동백꽃말은 "누구보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열정의 의미도 있다. 일행 모두가 열정에 매료되어 인연이라는 붉은 꽃처럼 표현한 제주 여행이 뜻깊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