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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주

교통대 항공서비스학과 교수

언젠가 지인들과 함께 음식점에 갔을 때 일이다. 직원에게 앞치마를 달라고 하니 하얀색 일회용 앞치마를 가져다 주는데 앞치마 앞쪽에 "나는 착한 고객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식당 안에 있는 대부분의 손님들이 '착한 고객' 앞치마를 입고 식사하고 있는 모습 그리고 함께 간 지인이 전혀 착해 보이지 않는 외모에 '착한 고객' 앞치마를 입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기도 하고 심지어 다같이 유니폼을 입은 듯한 일종의 동질감까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 앞치마를 입고 차마 나쁜 고객이 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님들의 젠틀하고 매너있는 모습을 기대하는 사장님의 의도를 아주 효과적으로 반영한 좋은 아이디어다.

매장에서 직원에게 반말이나 폭언을 하거나 과도한 요구를 하는 고객 갑질이 한동안 큰 이슈가 되었다. 고객 갑질에 대한 사회적인 비난 여론과 반성의 계기가 있은 후로 어느샌가 직원에게 함부로 폭언을 하거나 목소리를 높이는 고객이 조금은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2018년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고객응대 과정에서 여전히 고객 갑질로 인해 상처받거나 정서적 소진을 겪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지만, 사회적인 노력과 개인의 의식변화를 통해 조금씩이나마 개선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심지어 구매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고객이 항의하거나 불만을 제기할 때,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는 고객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진상 고객으로 치부되어버리는 분위기도 있는 듯하다.

그런데 불현듯 '착한 고객'이 되기 위한 노력은 있는데 '착한 직원'이 되기 위한 노력은 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우리는 통신, 교통. 교육 등 단 하루도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는 살아가기 어려운 세상에서 살고 있다. 서비스 경제 사회에서 ICT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기존의 서비스는 혁신적으로 진화하고 있고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한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 이용 경험이 풍부해지고 더욱 혁신적이고 편리한 서비스가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인 듯하다. 서비스 기업이 고객의 니즈를 반영하여 더욱 편리하고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고객이 느끼는 고객만족도는 오히려 감소하는 현상을 '서비스 패러독스'라고 한다. 서비스 패러독스의 원인은 다양한데, 그 중 서비스를 수행하는 직원의 획일적인 태도와 기계적인 서비스 수행이 큰 원인이 되기도 한다. 즉, 고객의 요구과 상황에 맞게 개별적인 관심과 기꺼이 도우려는 의지를 보이기 보다는 공장에서 제품을 찍어내듯이 기계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최근 경험했던 실망스러운 몇 개의 장면이 생각난다. 키오스크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이 카운터에 가서 주문을 하자 키오스크에 가서 주문하시라고 명령하는 직원. 귀찮다는 듯한 태도로 매장에서 먹을건지, 포장할건지 차갑고 냉랭하게 물어보는 직원. 무표정한 직원의 눈치를 보면서 음료사이즈 업그레이드 바코드를 제시하는 고객과 마치 자기 것을 인심쓰듯이 주는 것처럼 생색내는 직원.

불만을 제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마음이 상하고 불쾌한 경험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 모두는 어떤 순간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이 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서비스를 제공받는 고객이 되기도 한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과 서비스를 제공받는 고객,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서로 도움을 주고 받고 협력하는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이 당신의 가족일 수도 있다'는 문구처럼 '서비스를 제공받는 고객이 당신의 가족일 수도 있다'는 문구 또한 마음에 와닿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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