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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주

교통대 항공서비스학과 교수

어릴 때 기억을 더듬어 보면 방학식 하는 날의 풍경이 떠오르곤 한다. 한 학기를 마쳤다는 홀가분함과 함께 방학에 대한 즐거운 기대감으로 신발주머니를 높이 흔들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친구들을 한동안 못 만난다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방학 내내 학교에 가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실컷 늦잠 자고 놀 수 있다는 기쁨은 마치 한 학기동안 아침 일찍 일어나 학교에 가느라 힘들어했던 내 고생에 대한 큰 보상처럼 느껴졌다. 앞으로 뭘 하고 놀지, 누구랑 놀아야 할지, 어디서 놀아야 할지에 대한 기분 좋은 고민을 하면서 게으르게 방학을 시작했다. 방학에도 빡빡하게 하루 계획을 세우고 학원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는 요즘 학생들에게는 '라떼는~'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이야기이다.

필자는 대학에 근무하기 때문에 학생들과 똑같이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이 주어진다. 하지만 어릴 적 기대하고 즐거워하던 방학과 달리 매일매일 처리해야 하는 업무와 새 학기 준비로 항상 바쁘게 무언가를 하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이제는 옛날에 나를 가르치셨던 선생님들께서 왜 그렇게 바쁘셨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가끔은 어른들에게도 방학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릴 때의 나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고,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있는 진정한 방학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우리는 좀 더 느긋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삶을 챙기고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안에서 지금보다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항상 지인들에게 톡이나 문자를 통해 서로에게 '푹 쉬세요'라는 인사를 하지만 일상에서 충분히 쉴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과연 푹 쉬는 것은 어느 정도로 쉬는 것일까 의문이다. 우리는 쉬는 중에도 카톡을 하고 문자를 확인하고 조금이라도 가만히 있으면 안되는 것처럼 각자의 스위치를 늘 켜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디지털 디톡스를 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혹시나 놓치게 될지 모르는 연락 때문에 전전긍긍하기도 하고 하루에도 수백번 스마트폰을 확인하느라 쉴 때조차도 뇌를 열심히 돌리고 있고 진정한 의미의 '휴식'이 무엇인지조차 생각해 볼 겨를도 없다.

하루종일 업무에 시달리고 몸이 천근만근 피곤하지만 잠이 오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다음 날 주어진 일상을 온전히 이어가기 위해 얼마간의 시간이라도 푹 자려고 온갖 애를 다 써보지만 하루종일 높아진 텐션으로 인해 몸은 계속 긴장한 상태를 유지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30~50%가 간헐적인 불면증을 경험한다는 연구결과가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연구 결과에 공감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낮에는 잠시라도 무기력하게 지쳐있는 자신을 용납할 수 없다는 듯이 커피와 에너지 음료로 지친 몸을 일으켜 세우고 다시 작동시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일상이 되었다.

우리가 우리에게 주어진 일들을 제대로 '생산'해내기 위해서는 '생산 능력'을 먼저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우선 되어야 하는데 우리는 '생산능력'이 고갈되고 소진된 상태에서 '생산'을 위해 억지로 '생산능력'을 짜내려고 발버둥치며 애쓰고 있는 건 아닌지 짠한 마음으로 돌아보게 된다. 스스로에게 '방학'을 허락하고 누려보는 것은 비생산적이고 게으른 일이 아니라 '생산능력'을 키우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과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늘 복잡하게 수많은 생각들로 가득 차 있는 머릿속을 가끔은 다 비워내고 쉬어주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최선의 '어른의 방학'이 아닐까 싶다. 마치 컴퓨터를 '리셋'하게 되면 초기 설정으로 돌아가고 다시 원활하게 작동되는 것처럼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할 때 우리의 뇌가 '리셋'되고 이전보다 더 활발하게 무리없이 작동될 것 같기 때문이다.

마음껏 쉬고 마음껏 푹 자고 마음껏 멍 때리면서 일상에서 주어진 많은 일들과 책임을 떠나 찐 방학을 누려보고 싶은 것은 모든 어른들의 바람일 것이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과 환경과 일 때문에 진정한 휴식을 취할 수 없다는 합리화를 하면서 스스로를 달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이 글을 쓰면서도 내일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한숨을 쉬고 있는 자신을 돌아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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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DIVA 콘서트' 김소현·홍지민·소냐 인터뷰

[충북일보] 이들은 이번 공연을 앞두고 "나이 차이가 크지 않아서 서로 친하다. 서로 무대에서 만난 지 오래됐는데 이번 콘서트 덕분에 만나니 반갑다"며 "셋이 모이면 생기는 에너지가 큰데 이를 온전히 관객들께 전해드리고 싶다"고 이번 공연에 대한 소감을 말했다. 홍지민은 "사실 리허설 등 무대 뒤 분위기가 굉장히 화기애애하다. 셋이 만나면 서로 칭찬하기 바쁘다"며 "긍정적인 분위기, 행복한 에너지는 전파된다고 생각한다. 서로 사이가 좋다 보니 무대에서도 합을 더 잘 맞출 수 있다"고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어 김소현은 최근 일본 공연, 새 뮤지컬 합류 등으로 바쁜 일정에 공연 준비까지 소화해내는 것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오랜만에 뮤지컬 무대에 선다. 맡은 배역이 위대한 인물이고 처음 도전하는 캐릭터라 연기를 하면서 배울 점이 많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하지만 공연 준비부터 실제 무대까지 모든 일이 정말 행복하고 즐겁다. 일 자체를 즐기니 힘든 것도 잊고 일정을 병행하고 있다"고 답하면서 "이번 공연에서 반가운 얼굴들을 만날 수 있어 더욱 기대된다. 공연을 보러오시는 모든 관객께도 지금의 행복을 가득 담아 힐링의 시간을 선사하겠다"고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