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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선 꼭 엄마랑 살래"

83세 할머니와 함께 사는 진천 작은 마을 소녀 민희

  • 웹출고시간2009.05.13 20:06:1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3학년 올라와서 두 번째 결석이다. '지긋지긋한 두통'이 민희(15·가명)의 발목을 잡았다. "아가, 밥 먹고 학교가야지" 할머니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몸이 말을 안 듣는다. '몇 시지?' 한참을 자고 일어났다. 항상 그랬듯 어느새 두통은 말끔히 없어졌다. "할머니, 나 괜찮아졌어" "잘했어. 이따 기자아저씨 온다니까 예쁘게 하고 있어"

밭에서 일하던 할머니는 손녀의 밝은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한숨을 내쉰다.

민희는 충북 진천의 한 작은 마을에서 할머니(83)와 단둘이 산다. 비닐움막집에서 10여년을 지냈다. 5년 전 수해로 대들보가 주저앉아 오갈 곳이 없던 민희는 한 독지가의 도움으로 지금은 두 칸짜리 방이 있는 새집에서 산다.

민희는 100일 조금 지나서부터 할머니 손에 자랐다. 민희는 아빠가 바람을 펴 태어난 서녀(庶女)다. 출산 후 중병에 걸린 민희 엄마는 남편을 찾았다. 하지만 본부인과 자식들이 있던 남편은 민희의 양육을 포기했다.

기댈 곳은 민희의 친할머니. 엄마는 "몸이 아파 애를 키우지 못한다"며 할머니에게 부탁했다.

눈물을 글썽이던 엄마는 민희의 볼에 입을 맞추고 떠났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딸과의 마지막 작별인사였다. 2년 뒤 민희 엄마는 투병 끝에 울산에서 눈을 감았다.

"어렸을 때 사람들이 집에 몰려와 내 팔다리를 붙잡고 이상한 행동을 했어요. 그때부터 머리가 자주 아파요."

충북 진천의 한 작은 마을에서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민희가 고된 밭일을 마치고 집에서 누워있는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6살 때 집에 혼자 있던 민희는 크게 놀란 적이 있다. 선교활동을 하는 특정종교인들이 집에 찾아와 민희를 눕혀놓고 고함을 지르며 의식을 치렀다.

이때부터 민희는 줄곧 두통에 시달린다.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고 싶어도 엄두를 못 낸다. 'CT', 'MRI' 등의 비싼 검사비를 낼 돈이 없어서다.

정부에서 지원되는 기초생계비 60여만원, 어린이재단 충북지역본부 후원금 10만원. 민희 가족의 한 달 생활비다. 심장질환 등을 앓고 있는 할머니의 약값을 빼면 턱없이 부족하다.

할머니가 텃밭에서 재배하는 채소가 민희네 유일한 반찬이다.

민희는 또래들과 같이 영화도 보고 싶다. 디지털카메라로 사진도 찍고 싶다. 하지만 그저 희망사항일 뿐이다.

"TV에 피자나 치킨광고가 나오면 군침이 돌아요. 그래서 아예 채널을 돌려요."

민희는 하루에 한 끼 먹는다. 마을 어귀에서 학교까지 가는 버스가 고작 1대다보니 등교시간에 쫓겨 아침은 거른다. 점심은 학교에서 급식으로 해결한다. 수업을 마치고 학원가기 전 친구들과 먹는 떡볶이가 저녁이다. 학원은 진천의 한 업체 도움으로 다니고 있다.

민희는 육군사관학교를 나와 여군 장교가 되는 게 꿈이다. 그래서 한국 최초의 여성장군인 양승숙 준장을 존경한다.

"갖고 싶은 게 2가지 있어요. 하나는 엄마사진이고요, 또 하나는 '디카'에요. '디카'는 나중에 돈 벌어 살 수 있는데 엄마사진은 영영 못 가질 것 같아요."

민희는 엄마 얼굴을 모른다. 예쁜 얼굴에 호리호리했다는 말만 들었다. 할머니도 엄마사진은 갖고 있지 않다. 가끔 전화로 안부를 묻는 아빠도 엄마사진은 없다.

민희는 엄마가 보고 싶을 때면 하늘을 바라본다.

'엄마, 나중에 내가 죽어서 하늘나라가면 그때 꼭 만나자'. 민희는 그렇게 그리움을 달랜다.

고된 밭일을 마치고 누워 계신 할머니의 두 손을 민희가 잡는다. 옆에 있는 기자를 힐끔 쳐다보고는 나지막하게 속삭인다.

"아프지 마. 할머니까지 죽으면 나는 누구랑 살아. 오래오래 살다가 나랑 한날한시에 하늘나라가자. 하늘나라에선 할머니랑 엄마랑 나랑 셋이 행복하게 살자. 알았지? 사랑해."
후원문의=어린이재단 충북지역본부. ☎(043)256-4493

/하성진·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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