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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12.14 16:57:18
  • 최종수정2022.12.14 16:57:18

이상식

전 충북도의원

12월.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시기이다. 아니 내년을 준비하는 소중한 시기라고 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나 또한 매년 이맘때쯤이면 떠올리는 것이 있다. 경주 최부자 가문의 6가지 행동지침인 육훈(六訓)이다.

"과거를 보되 진사이상 벼슬을 하지마라.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흉년기에는 땅을 늘리지 말라.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주변 100리 안에 굶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 시집 온 며느리들은 3년간 무명옷을 입어라". 최부자댁 가훈(家訓)인 육훈의 내용이다.

나는 중학교시절 수학여행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경주를 적지 않게 방문했다. 하지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늘 접했던 것들을 반복해서 학습할 뿐이었다. 첨성대와 불국사, 안압지, 천마총 등 이름 난 곳으로만 발길이 잡히는 건 귀차니즘에 의한 의례적 여행일 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눈에 들어 온 곳이 바로 최부자댁이었다. 부자라고 하니 정서상 친근하지 못한 선입견이 있었지만 방문후 많은 깨달음이 있었다. 이후로도 육훈과 함께 최부자댁 수신(修身) 가훈인 육연(六然)에 대해서도 곱씹으며 삶의 지표로 삼고 있다. 최부자 가문은 조선판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의 대표로 손색이 없으며, 일제 강점기의 실천적 독립운동도 많은 이의 귀감이 되고 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말한다. 14세기 백년전쟁 당시, 영국군에게 포위당한 프랑스의 '칼레시(市)'는 결국 항복을 하게 된다. 그리고 점령자인 영국의 에드워드 3세는 칼레시민의 생명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도시를 대표해 6명의 처형을 요구한다. 칼레시민들은 누가 처형을 당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이렇듯 우왕좌왕 하는 사이 칼레시에서 가장 부유했던 이가 처형을 자청했고, 뒤이어 시장, 법률가 등 귀족들과 일반시민이 처형을 받겠노라 기꺼이 동참한다. 그러나 영국 왕은 죽음을 자처한 시민들의 희생정신에 감복해 결국 그들을 살려주게 된다. 이렇듯 처형을 자처한 이들에게는 대의를 위한 숭고한 희생정신이 내재되어 있었다.

사전적으로 노블리스는 '귀족 계급'을, 오블리제는 '의무'를 뜻하며, 각각 닭의 벼슬과 달걀 노른자를 의미한다. 즉 닭의 사명이 자기의 벼슬을 자랑함이 아니고, 알을 낳는 거라는 걸 어필하고 있다. 이 말은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지칭하며, 자신이 누리는 명예(노블리스)만큼 의무(오블리제)를 다해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시점에서 하필이면 왜 사회적 책임이란 말을 되뇌일까? 이는 사회지도층이라는 말보다 기득권층이라 일컬어지는 작금의 현상들에서 기인한다. 경쟁사회라는 미명하에 약자에 대한 배려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에 혈안이 되어 있는 사회풍토도 한몫한다. 사회적 책임은 비단 기부만을 말하지 않는다. 지도층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개별적으로 부여된 책임에 맞는 실천이다. 사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 하고 있다. 하지만 귓가에 들려오는 이야기들은 미꾸라지 한마리가 흙탕물을 일으키듯 부정적인 소식만이 증폭되어지고 있다.

경제는 물론 사회 전반의 왜곡을 가져 온 코로나 펜데믹이 어느덧 정점에 다다른 듯하다. 빈부의 격차는 더 커졌고 서민들이 갖는 경제적 박탈감과 상실감은 매우 심각하다. 정치인을 비롯한 지도층의 안이한 말과 행동에서 국민들은 실망과 절망을 경험하고 있다. 사회통합과 국민통합의 신바람 나는 메시지를 갈구하기에는 국민들의 상처 또한 너무 깊다. 지도층의 기득권 지키기보다 그들의 솔선수범이 필요할 때이다.

사회는 각각의 톱니바퀴가 어울려 돌아가듯 계층간의 조화가 필요하다. 일부 계층의 톱니가 부실해지면 사회지도층의 존재도 무의미하다. 이제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한 지혜와 사회지도층의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최부자 가문이 막대한 부를 누리면서도 존경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새해에는 솔직하고 겸손하게 사회적 책임을 다 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미담이 언론에 자주 소개되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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