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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10.14 16:00:42
  • 최종수정2019.10.14 16:53:30
[충북일보] "…(중략) 진실은 땅 속에 묻더라도 그대로 보존되고 그 속에 무서운 폭발력을 간직 한다…(중략)" 에밀 졸라가 100년 전 '여명'이라는 신문에 실은 기고문 내용이다. 프랑스를 뒤흔든 격문으로 기록된다.

*** 공정과 정의가 전제돼야

'나는 고발한다'는 1898년 1월13일 에밀 졸라가 신문에 공개한 글이다. 드레퓌스 사건과 관련해 군부(軍部)를 비판한 내용이다. '나는 고발한다' 의미의 J'accuse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나는 여기서 드레퓌스 사건의 내용을 새삼 알리려는 게 아니다. 재판 전개 과정을 말하려 함도 아니다. 졸라의 변호를 강조하려는 건 더더욱 아니다. 단지 진실의 엄중함을 말하기 위함이다. 진실에 접근하려 애쓴 한 사람에 대한 상찬이다.

시계(視界) 제로 정국이다. 정치가 어디로 흘러갈지 가늠하기 어렵다. 조국사태를 사이에 두고 보수와 진보, 좌와 우의 두 진영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서로 다른 진실을 주장하고 있다. 두 편으로 갈린 진실게임에 민생만 고단해지고 있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깊은 상처는 대개 같은 자리에서 생겨난다. 한 번에 덧나지 않게 꼼꼼히 치료해야 한다. 진실도 다르지 않다. 한 치의 오해가 없도록 밝혀야 한다. 적당히 묻히면 되레 다시 국민 분노로 폭발하게 된다.

조국사태의 본질은 비교적 분명하다. 기득권 대 기득권의 싸움이다. 현 진보기득권과 전 보수기득권의 권력투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좌파나 우파, 진보나 보수 모두 스스로 기득권임을 드러냈다. 만천하에 공표했다.

두 진영의 논리 비약은 상식을 짓누른다. 비상식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정치권은 선거 공학에 매몰돼 있다. 극한의 갈등이 지지층 결집을 가져올 거로 착각하는 듯하다. 허망한 짓을 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은 조국 장관 사퇴 표명 때까지 그를 감쌌다. 한국당은 조금의 참을성도 없이 조국 장관 퇴진을 주장했다. 하지만 조국 퇴진을 주장한다고 반드시 한국당 지지자는 아니다. 수많은 검찰 개혁 지지자가 조국 퇴진을 원하는 것과 같다.

'조국수호' 대 '조국퇴진'의 구도는 대한민국을 흔들었다. 끝내 광장 대결로 번졌다. 보수 집회에서는 조 장관과 무관한 극단적 주장이 터져 나왔다. 진보 집회에서는 조 장관에게 제기되는 의혹의 실체적 진실 규명에는 관심이 없었다.

'특권과 반칙 없는 세상'을 거부하는 사람은 없다.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세상'에 이의를 걸 사람도 없다. 보수와 진보, 좌와 우에 관계없이 적용된다. 거짓과 진실, 옳고 그름에 대한 상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국사태가 상식을 뒤엎었다. 뿌리 채 흔들었다. 청년들의 슬픔과 노여움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조국사태 뒤엔 기본적으로 불평등과 불공정의 감정이 있다. 평등하지 않다는 반론이 있다. 공평하고 공정한 삶에 대한 요구가 있다.

평화는 모든 시대의 사회적 화두였다. 과거나 현재나 다르지 않다.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평화는 그냥 얻어지지 않는다. 공정과 정의가 전제돼야 비로소 가능해진다. 그걸 실천해야 평화가 온다. 그게 바로 진실이다.

*** 책략이 진실 이겨선 안 돼

조국 장관이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이제 진영 논리는 천박해졌다. 갈등과 대결은 여기서 멈춰야 한다. 진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필코 거짓과 마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게 정치가 수렁에서 빠져나오는 길이다.

물론 졸라처럼 용기 있는 지식인 노릇 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갈등이 증폭돼 터지면 누가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까. 진영의 칼에 찔리는 피해자가 누굴까. 결국 국민일 수밖에 없다. 정치권이 용단을 내려야 한다. 싸움을 멈춰야 한다.

진실이 행군을 시작하면 그 무엇도 막을 수 없다. 아무리 가두고 가둬도 새롭게 나와 병든 세상을 쓸어버릴 수 있다. 정치는 천사와 악마의 싸움이 아니다.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진실 찾기다. 책략이 진실을 이기도록 놔둬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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