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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은 지상 유일한 천국" 70년 걸린 노신사의 깨달음

21일 치매극복의 날
5년 전 한평생 함께한 아내에게 닥친 치매
우울증에 약값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도
"가족들 마음가짐, 치매 극복에 중요한 역할"

  • 웹출고시간2017.09.20 21:01:41
  • 최종수정2017.09.20 21:12:18

편집자

매년 9월 21일은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이자 '치매 극복의 날'이다. 치매는 한 가정이 파멸에 이를 수 있는 재앙과도 같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995년, 우리나라는 2011년 각각 치매 예방을 위한 날을 제정했다.

치매극복의 날을 하루 앞둔 20일 충북광역치매센터에서 중증 치매인 아내를 간병하는 장병순(79)씨가 아내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면서 미소를 띠고 있다.

ⓒ 강준식기자
[충북일보]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동요를 부르는 노신사의 눈가가 어느새 촉촉해졌다.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백발의 노신사 장병순(79)씨는 치매에 걸린 아내를 지극정성으로 간병하고 있다.

장씨에게 재앙과도 같은 소식이 들려온 것은 5년 전.

그의 아내 이봉순(78)씨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부부 동반 동창회에 다녀오던 장씨는 길을 잃고 헤매는 아내의 모습을 목격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길을 잃어서라고 생각했다.

그랬던 아내의 증상은 더욱 심해지기 시작했다. 집을 못 찾는가 하면 빨래를 삶다가 태우는 일은 다반사였다. 결국, 그의 아내는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

병세는 날이 갈수록 악화됐다. 약을 먹어도 증상이 호전되기는커녕 더욱 안 좋아졌다. 이미 중증 치매까지 증세가 커져 의사소통도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현재 그의 아내는 유년시절 배운 '동무생각', '나의 살던 고향', '산토끼', '송아지', '오빠생각' 등 동요 5가지만 기억할 뿐이었다.

처음 아내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을 때 장씨는 절망감에 빠졌다.

그 절망은 아내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분노로 이어졌다. 우울증으로 인해 신경안정제까지 복용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부정하고 싶었어요. 절망에 빠지기도 했고, '나한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나' 원망도 많이 했어요." 말하는 장씨의 목소리가 떨렸다.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이 찾아왔다.

꾸준히 약을 먹어야 하는데 병원비·약값이 만만치 않았던 탓이다.

게다가 아내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지 3년째 되는 해에 그의 어머니마저 치매 증상을 보였다. 그야말로 절망 그 자체였다. 약값만 매달 100여만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장씨는 절망·원망·분노가 치매에 걸린 아내와 가족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내 치료를 위해 이곳저곳 다니던 중 저와 같은 치매 환자 가족들을 만나게 됐어요. 그때 느꼈죠. 많은 치매 가족들이 힘들어하고, 절망에 빠지고, 누군갈 원망한다는 것을.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

이후 장씨는 아내가 주간보호센터에 있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함께하고 있다. 아내와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58년을 같이 살았어요. 한평생 고생만 시켰는데, 이제 제가 아내를 위해 봉사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아내가 유일하게 기억하는 동요를 부르는 모습을 보면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내를 생각하는 장씨의 얼굴에는 미소가 피어났다.

그는 치매 환자를 둔 모든 가족에게 마지막 말을 남겼다.

"치매는 곧 재앙과 같습니다. 한 가정이 경제적·정서적으로 파탄될 수 있어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가족들의 마음가짐입니다. 국가의 도움도 필요하지만, 모든 것을 국가에 위임할 수는 없어요. 가정은 지상에 있는 유일한 천국입니다. 이 생각을 하기까지 70여년의 세월이 흘렀네요."

/ 강준식기자 good120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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