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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과 함께하는 여름의 추억 - 물과 길 2

함기석의 생각하는 시 33

  • 웹출고시간2017.06.28 17:43:07
  • 최종수정2017.06.28 17:43:06
오규원의 시는 통념에 대한 전복적 인식이자 존재와 현상의 순수복원을 지향한다. 완성된 사물, 고정된 시각, 관습화된 사고, 자동화된 인식을 거부한다. 그는 시의 형식과 언어 구조를 첨예하게 탐구하고 실험하여 우리 시의 지적 인식을 확장시킨 시인이다.

초기부터 언어의 절대성과 개인의 내면성을 추구하던 그는 1970년대 중반 이후 타락한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의식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물신화된 경제논리 속에서 점점 망실되어가는 자아의 회복을 위해 인간에 대해 반성적으로 통찰한다.

언어, 죽음, 침묵 같은 비물질적인 관념들을 물질적 이미지로 전환하는 독특한 상상력을 펼치기도 하고 해체적 형식, 상호텍스트성과 혼종의 미학, 키치적 상상력과 패러디 기법, 광고 같은 대중소비문화 등을 시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물신화된 현대인의 속물적 욕망을 신랄하게 드러낸다.

물과 길 2 - 오규원(吳圭源 1941~2007)

돌밭에서도 나무들은 구불거리며 하늘로

가는 길을 가지 위에 얹어두었다

어떤 가지도 그러나 물의 길이 끊어진

곳에서 멈춘다

나무들이 멈춘 그곳에서 집을 짓고

새들이 날아올랐다 그때마다

하늘은 새의 배경이 되었다 어떤 새는

보이지 않는 곳에까지 날아올랐지만

거기서부터는 새가 없는

하늘이 시작되었다
1990년대 초반부터 2007년 작고할 때까지는 사물의 현상과 날것 이미지 복원에 집중한다. 인간 중심의 사고와 관념적 수사에서 과감히 벗어나 사물과 현상을 날것 그대로 구현하는 이른바 '날(生)이미지'론을 펼친다. 이 시기의 시에는 은유 대신 환유가 자주 나타난다. 은유가 대상을 새롭게 인식하는 강력한 수사(修辭)이지만 대상을 주관적으로 왜곡하기 때문이다. 은유를 탄생시키는 주체가 시인 자신, 즉 인간이라는 점에서 은유는 사물과 풍경을 폭력적으로 굴절시킨다. 그래서 시인은 세계를 환유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현상적 사실을 사실 그대로 드러내려는 것이다. 인간의 주관적 감각이나 관념에 의해 굴절된 세계를 바로잡으려 한다. 사물과 풍경의 왜곡되지 않은 순수성 회복, 이것이 시인이 말하는 날(生)이미지의 실질적 요체다.

'물과 길 2'는 10행으로 이루어진 짧은 시다. 시인은 나무, 새, 하늘 등에 대한 주관적 해석을 자제하고 자연의 현상을 현상 그 자체로 독립시키려 한다. 이런 시인의 눈과 마음이 확인되는 곳이 4행과 9행이다. 4행의 동사 '멈춘다'는 나뭇가지가 뻗어나가다 멈추는 사실을 객관적 현상 자체로 그리고 있다. '멈추어야 했다'로 표현하면 시인의 의지가 개입되고, '멈추었다'로 표현하면 시간의 연속성이 제한된다.

9행의 '새가 없는' 또한 주목되는 부분이다. 만약 그 자리에 '텅 빈' '아름다운' '보이지 않는' 등의 수사가 들어섰다면 시인의 관념이 개입되었을 것이다. 이는 시인이 사물을 사물 자체로, 현상을 현상 자체로 독립시키려함을 의미한다. 즉 사물과 풍경에게서 인간의 시각과 관념을 최대한 차단시켜 사물과 풍경을 날것 그대로 살려내려는 것이다. 세계에 대한 시인의 이런 객관적 태도는 '나'의 존재를 응시할 때도 나타난다.

생전의 마지막 시집인 '새와 나무와 새똥 그리고 돌멩이'에서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모든 인간이 던지는 종국적인 질문은 '나'라는 존재로 향하게 되어 있다. '나'가 곧 세계이며 그 세계의 시작과 끝인 탓이다. '나'가 부재하는 세계란 인간과 관계를 맺고 있지 않는 시간과 공간이다. 한 시인이 세계를 투명하게 인식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곧 '나'의 존재를 올바르게 파악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세계란 '나'의 형식이며 본질이며 허상이며 실상이어서 '나'를 가장 잘 비추는 거울인 탓이다. 시인의 작품 또한 하나하나가 세계이므로 그 세계 또한 시인의 안에서는 구조이며 밖에서는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그러므로 그 거울은 정교할수록 그리고 투명할수록 좋다. 시인은 그러나 이미지로 사고한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해보자. 시인은 이미지가 사고하도록 돕는 자이다. 이미지란 시인의 언어만이 아닌 까닭이다. 그러므로 세잔 식으로 말한다면, 시인은 이미지의 의식이다. 그러므로 나는 이미지의 의식이다. 그리고 이미지가 세계의 구조를 결정하는 한에서 나는 세계의 구조를 결정하는 의식이다."

/함기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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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