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1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윤진

충북대학교 사학과 교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말은 헌법 제1조 1항이기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민주'에 대해서도 역시 거의 누구나 다 설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지면을 빌려서까지 '민주'가 무엇인지, '민주정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공화', '공화정', '공화국'은 무엇인가? 필자는 이 질문에 대해 명쾌하게 답변하는 사람을 만나본적이 그리 많지 않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필자가 전공하는 서양고대사 분야의 학자들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 물론 정치학을 공부하셨던 분들은 아마 다들 아실 거라고 생각되지만, 최소한 '일반인'들 중에서는 그렇다는 의미이다.

'공화'라는 단어는 '로마 공화정'에서 비롯되었다. 기원전 500년 경에 로마는 왕을 추방하고 귀족들이 연합하여 새로운 정치 체제를 세웠다. 이 새로운 정치 체제의 이름은 단순했다. 물론 라틴어로 하자면 다분히 뭔가 있어 보이는 표현이 된다. 레스 푸블리카 로마나이(Res Publica Romanae)가 그 이름이다. 그런데 이 말을 그대로 번역해 보면 '로마의 공적인 일들(혹은 공적인 일들을 처리하는 방법 혹은 체제)'이 된다. 역시 이것만 가지고는 '공화'가 무엇인지 명확히 특징을 잡아서 이해하기 어렵다. 어쩌면 共和라는 한자 표현이 우리에게 한 겹 장막을 쳐서 금방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같이 화합한다'라는 의미로 이해하게 되니 말이다. 하지만 로마에서 공화정이 어떻게 운영되었는지를 알게 되면 의외로 간단히 이 문제가 풀리기도 한다.

로마인들은 왕정을 폐지하고 나서 왕이 가졌던 행정적 권한을 집정관(consul)이라고 불렀던 매년 선출되는 두 명의 행정관들에게 넘겼다. 이 행정관들은 예전에 왕이 가졌던 권한(로마인은 임페리움 imperium이라고 불렀던)을 나누어 가졌지만, 그들은 서로의 행위에 대해 거부권을 가졌다. 또 1년으로 임기가 제한되었기 때문에 권한도 제약되었다. 임기가 끝난 뒤 불만을 가진 시민은 원한다면 항의서를 제출할 수도 있었다. 물론 때때로 비상시국에서는 1인의 지도력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럴 경우 로마인은 예전에 있었던 왕의 전제적 권력을 일시적으로 되돌리기도 했다. 그럴 경우 집정관들은 6개월 동안 절대권을 가진 독재관을 임명했다. 그리고 그 독재관이 사임하지 않는다 해도 6개월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독재관은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로마인은 비상시국이 6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이미 '비상'이 아니라 '일상'으로 보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제 결론을 내자면 이렇다. 로마인은 다시 왕정이 돌아오는 것을 바라지 않았고, 1인이 권력을 독점하는 것은 왕정이 다시 돌아오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권력을 1인이 독점하지 못하게 하였다. 그래서 최고 행정관인 집정관도 2명을 만들어 서로 견제하게 한 것이다. 그리하여 '권력의 분산과 견제'가 바로 공화정의 가장 큰 특징이 된다.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로 나누고 어느 한 쪽이 권력을 독점하지 않도록 서로 견제하는 정치체제가 '공화정치'인 것이어서 우리나라도 '민주 공화국'이 된 것이다. 그러나 어느 결에 행정부와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화되었다. 권력이 한 군데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 때 마다 서로 나뉘어 나라가 쪼개질 듯이 서로 싸우는 것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면 권력을 독점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정가에서 개헌론도 나오고 있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중요한 것은 '내각책임제'나 대통령 임기 변화 문제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나라의 가장 중요한 기본 전제, 그래서 헌법 1조 1항에 규정해 놓은 '공화'의 본 의미를 따르는 것이다. 권력은 분산되고 견제되어야 한다. 행정부와 행정부의 수반에게 몰리는 권력은 '민주공화국'을 기초부터 흔드는 것이다. 논의는 여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