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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선

세명대학교 교양과정부 조교수

얼마 전 새롭게 시작한 연구과제 때문에 대학원생 친구들을 만났다. 대학원에 들어와 첫 학기를 보낸 신입생들이었는데 함께 하는 시간 내내 생기발랄하고, 의욕적인 모습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문득 2006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에 입학했을 때가 떠올랐다. 뭐든 해보고 싶고, 신기하고, 재미있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물론 최소 3년 이상의 백수생활을 견뎌야 했기에 두려움과 부모님에 대한 죄송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 보다 원서로 된 두꺼운 책을 번역해가며 몰랐던 새로운 세상과 소통하는 즐거움이 더 큰 기쁨이었던 것 같다.

처음이란 단어는 언제나 설렌다. 첫 내담자를 배정받고 잠을 설치면서 상담 50분 동안 어떤 이야기를 할지 가상의 이야기들을 써 내려가던 날들과 새로운 사례를 받을 때마다 걱정과 두려움에 악몽을 꾸기도 하고, 내담자들이 성장하고 나아지는 모습을 기쁨으로 함께하던 시절들의 추억들이 그리워졌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반문한다. "나는 지금 내가 살아가는 삶의 무대에서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인지하고 성숙하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어느 시절이나 우리한테 기대되는 역할(role)이라는 것이 있다. 슈퍼(super)라는 진로상담자는 사람이 살면서 9가지 이상의 역할을 경험한다고 하였다. 나이가 들수록 맡아야 하는 역할의 종류와 무게가 달라진다. 이 역할들은 균형을 이루기도 하지만 때로는 여러 역할들에서 요구하는 것들이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어떤 아이들은 꽤 이른 시기부터 가정에서 자녀로서의 역할에 부담감을 느끼며, 나름대로 삶의 무게를 견디는 근력을 키워나가기도 한다.

청년기에는 대학입학, 취업, 연애 등 보다 다양한 발달 과제들을 직면하게 되며 인생에 다시없을 롤러코스터 같은 감정의 소용돌이를 경험하기도 한다. 그 중심에는 가정에서, 사회에서 맡고 있는 자신의 역할에 대한 무게와 기대가 존재한다.

자신만의 가정을 꾸리고 결혼을 하게 되면 배우자로써, 부모로써 새로운 역할들을 경험하게 된다. 지금의 필자처럼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역할과 가정에서의 역할 사이에서 갈등을 경험하기고 하고, 원하는 만큼 모든 걸 잘해나갈 수 없음에 좌절과 죄책감을 경험하기도 한다. 물론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기쁨과 안정감을 느끼기도 하며, 이내 현실에서 불완전한 자신을 받아들이게 된다.

생각해 보면 매 순간 어떤 역할도 그렇게 가볍지 않았던 것 같다. 삶의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는 항상 고민과 갈등이 있었고, 두려움과 뿌듯함이 존재했다. 자신을 둘러싼 모두를 만족시키는 역할수행은 없다. 각 역할들의 우선순위를 생각하면서, 예전처럼 자유롭지 못한 현실에 때로는 투정하기도 하고, 푸념도 하면서 오늘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성장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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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