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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8.17 16:16:13
  • 최종수정2015.08.17 16:16:06
[충북일보] 올해는 광복70주년의 해다. 지난 15일 전국적으로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그중 지리산 천왕봉에서 태극기를 휘날린 청주의 박지헌·정수 부자(父子)가 눈길을 끌었다. 그들 스스로 대한민국을 만들고 있었다.

***가면의 삶을 벗어나야 가능

2015년 8월15일 지리산 풍경은 선명했다. 천왕봉은 하루 종일 맑았다. 아침 해는 붉게 솟았다. 매혹적인 주황빛이 남해 바다까지 흘렀다. 지리산의 동녘 하늘은 그렇게 한참동안 붉었다.

지리산 종주 길은 고행의 길이었다. 무거운 배낭은 그대로 고통으로 다가왔다. 어깨를 누르는 압박이었다. 포기하고 받아들이는 고행의 연속이었다. 노소 관계없이 비슷했다. 그저 함께 한 이들의 끈끈한 우정이 위안이었다.

염천(炎天)의 하산 길은 피곤하고 지루했다. 일행 중 한 명은 끝내 다리를 절뚝였다. 그래도 사투 끝에 중산리에 도착했다. 종주 성공의 성취감으로 피곤은 뒷전으로 밀렸다.

성삼재-천왕봉-중산리 35㎞를 뒤돌아봤다. 노고단에서 벽소령까지 무던히도 오르내렸다. 벽소령에서 세석대피소까지는 고행 그 자체였다. 700m를 앞에 두고 엄청난 고통이 따라왔다. 산신령의 심술에 꼼짝없이 당했다.

세석대피소에서 여장을 풀자마자 대부분 뻗었다. 피곤한 몸은 식사도 거부했다. 그래도 소주 한잔의 유혹은 뿌리치기 어려웠다. 다음날은 비교적 여유로웠다. 전 날 강행군이 준 선물이었다. 고마움은 배가됐다.

천천히 아침식사를 마치고 장터목으로 향했다. 몸은 거의 회복됐다. 장터목에서 하룻밤을 지내지 않게 됐으니 서둘러 천왕봉을 향했다. 힘이 솟았다. 산에 든다는 게 삶과 많이 닮아 있다. 천왕봉에 발을 딛는 순간 그런 생각을 했다.

지리산과 첫 인연을 맺은 지도 언 30년이다. 내 속의 나와 진지한 만남은 이번 산행의 최대 의미였다. 산행 내내 끝없는 물음과 대답을 반복했다. 저절로 터득한 하나가 있다. '나는 나'였다. '나대로' 진정한 나로 사는 거였다.

천왕봉에서 박씨 부자의 퍼포먼스는 큰 감동이었다. 이들은 이날 산정에서 광복절 가족성명을 발표했다. 한반도에 평화를 이루고, 남북한이 하나 되는 통일을 염원했다. 천왕봉에 오른 다른 이들과 함께 '대한민국 만세' 삼창도 했다. 주변 사람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박씨 부자의 이날 퍼포먼스는 누구도 쉽게 하기 힘든 행동이었다. 종주의 고행을 감내한 수행이었다. 솔직한 민낯의 '나대로'의 모습이었다. 불교에서 말하는 본래면목(本來面目)을 그대로 보여주는 법문이었다.

박씨 부자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조국 사랑을 외쳤다. '내가 대한민국'임을 보여줬다. 페르소나(persona)가 아니었다. 가면을 쓰고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나는 외적인 인격이 아니었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조국을 사랑했다.

그 모습은 자신의 삶을 사는 본래면목이었다. 박씨 부자의 모습에서 자꾸 즉심즉불(卽心卽佛)을 떠올린다. 왜일까.

***진정한 나로 살 줄 알면 된다

지리산은 그저 이틀 동안 품만 내줬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뭇잎의 작은 떨림으로 무언가를 알려줬다. 바람에 실려 온 바람의 말로 화두를 던졌다.

내게 던진 '화두'가 작은 떨림이 됐다. 이내 큰 울림으로 승화했다. 나무와 돌, 꽃 한 송이와 풀 한포기까지 예사롭지 않았다. 지리산 종주능선은 지금 토종 들꽃들의 무대다. 동자꽃, 구절초, 노랑물봉선, 물레나물, 설앵초, 쑥부쟁이 등이 만개했다.

나를 지혜롭게 한 것도 나였다. 나를 어리석게 한 것도 나였다. 중산리 산문(山門)을 나서니 비로소 웃음이 났다. 되돌아보니 통천길이라고 목각돼 있다. 하늘과 통하는 길이다. 하지만 지리산은 그보다 먼저 넉넉한 '어머니의 품'이었다. 마음의 성소였다.

지리산 종주는 인생길과 흡사하다. 많은 생각과 경험을 허락한 지리산에 감사한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벅차오름으로 고마움을 전한다. 기꺼이 동행을 자처한 박씨 부자와 이성기 아우에게도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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