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23.5℃
  • 흐림강릉 30.0℃
  • 서울 24.7℃
  • 흐림충주 25.2℃
  • 흐림서산 23.4℃
  • 청주 24.5℃
  • 대전 24.5℃
  • 흐림추풍령 25.6℃
  • 대구 28.9℃
  • 흐림울산 27.3℃
  • 광주 26.0℃
  • 부산 23.5℃
  • 흐림고창 25.6℃
  • 홍성(예) 24.7℃
  • 흐림제주 29.7℃
  • 흐림고산 22.9℃
  • 흐림강화 22.9℃
  • 흐림제천 23.8℃
  • 흐림보은 24.4℃
  • 흐림천안 24.4℃
  • 흐림보령 24.3℃
  • 흐림부여 24.7℃
  • 흐림금산 25.4℃
  • 흐림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8.5℃
  • 흐림거제 24.1℃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아버님 어머님 만수무강 하세요”

지체장애 시부모 모시는 영동 곽경자씨

  • 웹출고시간2008.05.05 22:20:0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영동군 심천면 심천리에 살고 있는 이희문(72)·신수식(70·여) 노부부에게는 근심이 하나더 생겼다. 한쪽 눈이 거의 실명에 가까운 며느리가 노부부들의 아침 진지상을 차려드리기 위해 집에서 2km가 떨어진 과수원에서 새벽 어둠을 헤치며 오토바이를 타고 오고 있어 오는 도중 사고가 나지 않을까 조바심으로 며느리를 기다리며 하루를 연다.
영동군 심천면 초강리에서 사과농사를 지으며 지체 3급 장애인인 시아버지와 지체 6급 장애인인 시어머니를 극진히 모시고 있는 곽경자(여·46)씨는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묵묵히 일하며 몸을 거동하기 힘든 시부모님을 지성으로 모셔 효부로서 소문이 자자하다.

가난하고 힘들지만 효와 사랑이 넘치는 가정을 만들어 가고 있는 곽경자(왼쪽)씨가 지체장애로 거동이 불편한 시아버지 이희문(가운데)할아버지와 시어머니 신수식(오른쪽)할머니의 다리를 주물러 주고 있다.

19년전 남편 이정세(50)씨에게 시집와 그때부터 지체 3급 장애인으로 누구의 도움 없이는 거동조차 할 수 없는 시아버지를 마치 자신의 친 어버이처럼 모셔온 곽 씨는 “막 시집와 철 없던 20대 어린 시절에는 거동이 불편한 시부모를 모신다는 것이 힘들기도 했었다. 농촌에서 농사를 지며 몸이 피곤할 때면 모든 것이 귀찮아지고 어렵게만 여겨질 때도 있었다. 그러나 가족이라는 것은 서로의 잘못을 덮어주고, 서로의 어려움을 가장 가슴 아프게 바라보면서 보듬고 서로를 기대고 일으켜주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가족의 정이 그동안의 시간을 힘들지 않게 만들어 주고 오히려 그 과정에서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며 사랑을 나눌 수 있도록 만들어 주지 않았나하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방이 2칸 밖에 되지 않는 집에서 지난해까지 거동이 불편한 시부모와 남편, 그리고 4명의 딸과 함께 살아왔던 곽씨는 자녀들의 성장함에 따라 더 이상 시부모와 함께 살지 못하고 현재는 2km 떨어진 사과 과수원에 콘테이너를 마련해 생활하고 있다.

곽씨는 “그나마 잘해드리는 것은 없어도 시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걱정이 덜 했는데 아이들이 성장해 시부모님을 따로 두고 분가해야 할 때는 분가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많은 고민을 했다. 할 수 없이 분가는 했지만 항상 집에 있을 때나 과수원에서 일할 때나 시부모님을 항상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몸 하나로 두 집 살림을 하려면 좀 더 부지런해야 한다고 내 자신을 더 다잡으며 생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곽 씨의 두 집 살림은 아침에 일어나 오토바이를 타고 시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집으로 와 아침 문안인사와 함께 아침을 마련해 드리고 불편한 것이 없나 살핀 다음 다시 과수원으로 가 오전 농사일을 하고 점심때가 되면 다시 시부모님 댁으로 와 함께 점심을 차려 드리고 빨래와 청소를 한다.

그런 후 다시 과수원으로 돌아가 농사일을 하고 다시 저녁이 되면 시부모님 집으로 와 저녁을 살펴 드린 후 하루동안 있었던 일을 얘기하며 시부모님의 이야기 동무가 되어 드린 후 침소를 봐드리고 다시 초강리 콘테이너로 돌아오는 일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고 있다.

이런 고단함에도 곽씨는 오히려 “그나마 시어머니가 조금 거동하실 수 있어 도움을 많이 주시고 있다. 며느리로서 당연히 해야 하고 가족으로서 서로 보듬고 살고 있을 뿐이다. 올해부터 떨어져 살게 돼 시부모님을 잘 보살펴 드리지 못하게 돼 안타깝고 주위 분들이 효부라고 말하고 있지만 시부모님께 잘해드리지 못하는 것 같아 오히려 부끄러울 뿐”이라고 밝혔다.

곽씨는 어려운 살림이지만 과수원에서 일하다가도 시부모님이 조금이라도 편찮으시면 택시를 불러 영동읍내 병원까지 모시고 가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과 과수원 1천평 정도의 농사에서 나오는 소득과 남편인 이씨가 가져다 주는 월급을 쪼개며 4명의 자녀를 키우며 시부모의 병원비를 충당하면서 까지 곽씨가 교통비가 많이 드는 택시로 시부모를 병원에 모시는 이유는 시부모가 지체 장애인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을 보아온 이웃들은 “시부모님들이 나이가 있어서 병원을 자주 찾게 되는데 힘들고 바쁜 농사일을 하다가도 싫은 내색없이 지극 정성으로 시부모들을 모시고 있는 모습을 보면 천사가 따로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렇게 어려운 생활속에서도 아름답게 피어난 효도의 모습은 손녀들에게까지 이어져 손녀들도 몸이 불편한 할머니, 할아버지가 나들이라도 하실라 치면 즐거운 마음으로 서로 부축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가난하고 힘들지만 효와 사랑이 넘치는 3대를 이루고 있다.

심천면사무소 박완천씨는 “가정 형편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이 댁을 보면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가족간의 사랑이 넘치고 생활속에 효가 묻어나는 가정이다. 또 곽씨는 마을 진입로 및 하수구 청소, 마을 행사와 경로당 행사 등에도 적극적으로 나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로를 이해하고 기대며 서로를 애틋한 마음으로 보살피는 것을 하루의 행복으로 삼고 있다. 시부모님이 아프시지 마시고 더 오래 사시고 가족들이 건강하게 사는 것이 조그마한 소원”이라고 말하는 곽씨와 “힘든 농사일과 함께 거동도 못하는 우리를 보살피지만 항상 따뜻한 마음으로 대해 주는 며느리가 보배”라는 시부모의 말은 자기 자신만을 바라보며 자신만의 행복에 빠져버린 오늘의 세태에 효와 사랑의 모습으로 귀감이 되고 있다.


영동 / 정서영기자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