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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숙 미용봉사대 '미인회' 회장의 '값진 20년'

'57,600명 4783시간' 병원·복지관서 아픈 이웃에 미용봉사

  • 웹출고시간2014.03.13 19:44:39
  • 최종수정2014.03.13 19:44:38

'57,600명, 4783시간'

그녀가 20년 동안 미용봉사를 통해 머리를 다듬어준 사람의 숫자와 봉사시간이다. 20년 동안 일주일에 3번씩 꾸준히 미용봉사를 해왔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그 약속은 변함없이 지켜냈다. 몸이 불덩이처럼 펄펄 끓어도 그녀를 기다리는 환자들의 모습 때문에 미용도구를 챙겨들고 집을 나섰다.

"글쎄요. 그렇게 숫자로 환원해보니 놀랍군요. 누구를 위한 일이기보다 결국 나를 위한 수행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머리를 깎으면 손끝에서 마음이 느껴져요. 좋은 마음들이 따뜻한 물처럼 내 마음으로 흘러 들어와요. 감사하는 마음과 행복한 마음이 에너지로 바뀌어 하루가 저절로 행복해집니다."

그녀는 미용봉사대 '미인회' 권정숙(58) 회장이다. 권회장은 교보생명에 보험설계사로 근무하면서 미용봉사를 하고 있다. 사람을 예쁘게 만들어 드린다는 의미의 '미인회'는 90년대 후반에 결성됐다. 10년이 훌쩍 넘은 봉사단체다. 미인회는 특별히 회장과 총무를 두지 않고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머리를 깎으면 마음도 개운해져

"저도 형식상 회장이지 회장이나 총무를 따로 두지 않고 그때그때 형편에 맞춰 봉사를 합니다. 모임이 커지고 조직이 만들어지면 서로의 갈등이 많아지더라고요. 그게 싫었어요. 저는 그저 팀장이라고 말하지요."

미인회는 어떤 규정이나, 형식이 없다. 구성인원은 6명이었지만, 하나 둘 취업전선으로 나가고 현재는 조춘희 봉사자와 함께 봉사활동을 한다. 이들은 일주일에 3회 미용봉사 활동을 기본으로 한 달에 12번에서 20번 가까이 봉사활동을 다닌다. 미인회 조춘희(46)봉사대원은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전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어려운 분들, 어르신들에게 머리를 깎아 주면서 배우는 것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봉사라고 하면 거창하고요. 우리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곳이면 언제든지 달려갑니다."라고 말한다.

미인회에서 미용봉사를 하는 곳은 청주의료원, 우리병원, 충북대병원, 청주 종합사회복지관, 원구연 정신병원, 현양원 노인복지관 등 어렵고 힘든 이웃이 있는 곳이라면 언제든지 달려가 머리카락을 다듬고, 잘라준다.

봄비가 촉촉이 내리는 3월 12일 수요일 오후, 어김없이 청주의료원 작은 도서관에서 휠체어를 탄 환자들이 머리를 깎기 위해 다소곳이 차례를 기다린다. 호흡곤란증세로 입원한 최문희(59, 가명)씨는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와주니 아무 때라도 머리를 깎을 수 있어 좋죠. 매일 침대에 누워만 있으면 마음이 심란한데 머리를 말끔하게 깎으니 마음이 개운합니다."라고 말한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홀로 되신 어른들이 어두운 방안에서 나오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흩어진 머리카락입니다. 먼저 깨끗이 머리를 감기고 머리카락을 다듬고 정리하면 그분의 눈에도 생기가 감돌아요."

머리를 깎으면서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권회장에게는 가슴 아픈 기억도 많다. 그녀는 "병원 중환자실에 있는 분들의 머리는 예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냥 밀어요. 머리를 밀면서 아픔이 고스란히 내 손에 느껴져 오는 겁니다."라며 "수술을 앞둔 소아암인 어린 여학생의 머리카락을 자를 때 힘들었죠. 그 아이는 다 깎지 말고 쇼트로 해달라고 우기는 겁니다. 겨우 설득 끝에 머리를 다 밀고 나서 '미안하다. 미안하다.'라고 마음속으로 말했죠. 그러자 그 아이가 '이제 괜찮아요. 아줌마, 고마워요.'라고 말하면서 눈물을 흘리더군요."라고 말하며 눈빛이 촉촉해져 온다. 권회장이 미용도구를 챙기고 뒤돌아보니 어느 사이에 머리에 빨간 고깔모자를 쓴 채 손을 흔들고 있던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고백한다.

창밖은 여전히 봄비가 내리고, 병든 아내를 휠체어에 태우고 온 늙은 남편이 아내의 머리 깎는 풍경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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