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신순애

탑디자인 대표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곧 나섰다. 사무실 외부 공간 정비는 내 맘처럼 쉽지 않았다. 담장을 새로 고치고 색을 입히는 일은 낯설었다. 사무실 주변 빈터엔 각종 여름 채소도 심었다. 늘 남의 손을 빌어 하던 일을 직접 하려니 우선 몸이 고단했다. 하지만 색을 칠하는 정도는 할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날 테스트 해봤다. 담장은 4시간30분 걸리고 테크는 그다음날 칠했는데 3시간 정도 걸렸다. 처음으로 색을 칠해본 거라 그런지는 몰라도 무어라 말할 수 없이 행복하고 감사했다.

내 직업은 디자이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산업디자이너다. 직업이다 보니 남의 담장에 놓인 유리조각 하나하나에도 관심을 갖고 하찮게 보이는 간판에도 평가하곤 한다. 하물며 내가 직접 디자인하거나 설치한 작품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몇 달 전 증평에 간 적이 있다. 그런데 깜짝 놀랐다. 증평 사거리에 설치된 증평인삼을 상징하는 조형물의 색이 검은 색으로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증평군청을 방문, 사연을 들어봤다. 사연인즉, 증평인삼 상징물이 변해 덧칠 작업을 했다는 내용이다. 사실 증평인삼 조형물은 몇 년 전 내가 공모를 통해 설치한 작품이다. 내 작품이 저렇게 검게 덧칠돼 있는 것을 도저히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 남의 물건도 낡거나 손상되면 지적을 하는 성격인데 참을 수가 없었다. 채색 작업에 들어가게 되었다. 산뜻하게 잘한다고 했는데 영 내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틀 뒤 스카이를 다시 불렀고 선생님도 다시 모셔, 더욱더 싱싱해 보이는 인삼으로 음양을 주고 다듬었다. 더운데 힘은 들었지만 산뜻하게 작업을 마쳤다.

무엇보다 내 기분이 좋았다. 내 작품에 대한 소중함에서 출발한 작은 행동이었지만 만족스러웠다.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오면서 직업정신에 대해 생각해 봤다. 정말 프로다운 직업정신은 뭘까. 쉽게 답을 내릴 수가 없었다. 청주에 거의 다 왔을 즈음 머리를 스쳐가는 한 단어가 있었다. '장인정신'이었다. 장인정신이야말로 정말 프로다운 직업정신 같았다.

장인정신은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전념하거나 한 가지 기술을 전공, 그 일에 정통하려고 하는 철저한 직업 정신을 말한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일정한 직업에 전념하거나 한 가지 기술을 습득해 그 일에 정통한 사람을 '장이'라고 불렀다. 우리 민족의 정신 속에 내면화되어 있는 철저한 장인 정신과 직업윤리의 한 표현이다. 순수한 우리말로 전문가를 뜻한다.

내 직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나는 과연 장인정신을 갖고 일을 하고 있는가. 흔히 디자인엔 정답이 없다고 한다.

감성적인 면도 많다. 그래서 수학 문제처럼 풀 수가 없다. 다만 실용성이나 심미성은 물론 여러 가지를 다 고려해서 최고의 작품을 만들려 노력할 뿐이다.

그러나 늘 한계에 봉착하곤 한다. 한정된 예산이나 시간문제, 다양한 이용자의 선호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 조형물의 경우 내가 내 돈으로 하는 게 아니다. 내가 보고 느끼기에 좋아서 되는 것도 아니다. 일반 다수가 보고 좋게 느껴야 좋은 작품이다. 그러다 보니 부득이 최적의 디자인이 선택되지 않을 수도 있다.

왜 저런 디자인을 했을까 하는 의구심을 사기도 한다. 지자체에서 요구하는 대부분 작품의 경우 사회적 수요를 가장 중시한다.

그 수요를 충족시켜야 가장 성공적인 작품이다. 증평인삼 조형물을 채색작업을 다시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해 봤다. 검게 덧칠한 인삼조형물에 대해 증평군민이나 일반 다수가 어떻게 생각했을까.

그리고 내가 그냥 지나쳤다면 어땠을까.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나는 대가를 받고 일을 해준다. 그리고 받는 만큼 생산해 내야 한다. 그래서 일반 다수의 공감이 없는 디자인은 안 된다. 앞으로 더 일반 아마추어들의 신뢰를 얻으려 노력해야겠다. 그 게 최소한의 장인정신을 실천하는 길인 것 같다. 오늘은 정말 보람된 하루였던 것 같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