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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01.08 15:51:2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조혁연 대기자

고려 공민왕은 1361년 홍건적이 수도 개경까지 쳐들어오자 복주(福州·지금의 안동)로 몽진했다. 몽진은 임금이 외침을 당해 급하게 피난길에 오르는 것을 말한다. 안동에는 2개월 정도 머물렀다.

안동시는 이를 기념, 매년 '공민왕 헌다례' 축제를 열고 있다. 그러나 안동보다 더 오래 머문 곳이 있다. 바로 우리고장 청주로, 1362년 8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약 5개월 가량 청주읍성에 체류했다. 고려사는 공민왕이 청주에 들어오는 모습을 이렇게 적었다.

'임진에 어가가 청주(淸州)에 이르렀다. 처음 상주에 행차하였을 때 호종한 신료들에게 인가에 우거를 허락하고 그 주인으로 하여금 피하지 말게 하였더니…'-<공민왕 11년 8월>

공민왕은 체류가 길어지자 청주에서 과거 시험를 실시했고, 이때 취경루(지금의 망선루) 방목(榜目)에 장원으로 이름을 올린 인물이 박의중(朴宜中·1337∼1403)이다. 합격자 명단은 다음과 같다.

박의중이 글을 지은 충주 엄정의 '억정사 대지국사비'.

'朴實(박의중의 초명), 金濤, 金祗,(이상 을과), 鄭履, 李崇仁, 金仲權, 朴希道, 康好文, 趙德謙, 許時(이상 병과)'.

李猷 등 나머지 23인은 진사 합격자였다. 박의중은 조금은 낯설은 인물이나 매우 유능하고 강직한 성품의 관인학자였다. 그리고 우리 고장과도 적지 않은 인연을 맺고 있다.

1388년 명나라가 고려의 평안도 북부와 함경도에 이른바 '철령위'(鐵嶺衛)를 설치하겠다고 통보해왔다. 명나라는 "자신들이 원나라를 승계했으니 쌍성총관부가 있던 지역에 철령위를 설치하는 당연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고려 우왕은 이에 대해 화전양면 대응을 계획했다. 군사적으로는 요동정벌을 계획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철령위가 역사적으로 고려의 땅임을 설명하려 했다. 이때 사신으로 파견돼 명나라 조정을 설득한 인물이 바로 박의중이다.

'본국에서 즉시 상항의 사건으로 인하여 배신 밀직제학 박의중(朴宜中)을 보내어 표문(表文)을 받들고 조정(朝廷·명나라 지칭)에 가서 호소하여 공험진 이북은 요동에 환속하고, 공험진 이남에서 철령까지는 본국에 환속시켜 주기를 빌었습니다.'-<태종실록>

박의중은 이색(李穡)의 문인으로, 성리학적인 이념을 가진 인물이다. 공양왕 때 풍수를 관장하는 서운관이 '이미 개경의 지운(地運)이 다했으니 도읍을 한양으로 옮겨야 한다'는 소를 올리자, 그는 "음양지리는 허황된 것"이라며 이에 적극 반대했다.

그러나 그가 불교에 대해 맹목적으로 반대한 것 같지는 않다. 그는 왕명을 받고 우리고장 충주시 엄정면 괴동리에 위치하고 있는 '억정사 대지국사비'(보물 제 16호)의 비문을 지었다. 2천여자의 해서체로 쓰여 진 이 비문은 당시 시대상을 연구하는데 매우 소중한 사료가 되고 있다.

박의중은 전북 김제 출신으로, 현재 그곳에 묘와 신도비가 있다. 그러나 그는 '문의박씨'의 시조로 추앙받고 있다. 그 과정에 다소 흥미롭다. 그는 첫번째 연안이씨와 사별하고 청주한씨를 두번째 부인으로 얻었다.

현재 문의 인근인 청원군 남일면 가산리에 청주한씨 시조인 한란의 묘가 위치하고 있다. 이는 박의중도 일정기간 청원 문의에 거주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음을 보여주고 있다. 처가살이는 최소한 조선 전기까지 흠이 아닌 관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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